도선사 승하선 안전과 해양안전심판

 

지난 2월호에서 도선사 승하선 중의 사고로 인한 도선사 사망에 대해 짧게 언급한 바가 있다. 사고 상황은 바람이 거칠게 불던 지난 2023년 4월 2일 오후 17시경, 13년 경력의 베테랑인 여수항 P 도선사가 검역묘지에 정박 중이던 선박의 부두접안 도선을 위해 사다리를 이용하여 본선으로 승선하던 중 해상으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고이다.

이번 사고는 그동안 도선사들의 모임인 한국도선사협회(이하 ‘협회’)에서 매년 도선사 승하선 안전캠페인에 주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서너 차례씩 발생되어왔던 도선사의 승하선시 추락 사고가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것이어서 동료 도선사들과 임직원들은 그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한 사고였다.

이 사고 이후 협회는 동일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즉시 「도선사 안전사고 방지대책(’23. 4. 17)」을 마련하고 해양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선사와 도선수습생에 대한 승하선 교육 및 훈련’을 강화함과 동시에 ‘안전 장비에 대한 점검’을 매뉴얼화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에서도 「도선사 안전관리 개선방향(’23. 4. 20)」을 발표하여 도선사의 승하선 안전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 발생 후 8개월이 경과한 지난 12월 7일, 00지방해양안전심판원(이하 ‘심판원’)은 이 사고의 관계인 조사를 한다고 하면서 협회를 소환하더니, 곧바로 12월 26일 아무 예고도 없이 도선사 승하선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협회를 ‘해양사고 관련자’로 지정하고 심판청구를 한다는 문서를 발송한다. 사고 발생 후 무려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사유인즉 협회가 도선사 교육연수, 도선관련 안전장비 보급을 총괄하는 단체로 동종사고 예방을 위한 개선사항 마련에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심판원은 법률에 따라 해양사고의 발생에 원인이 있다고 본인들이 판단하면 누구든지 ‘해양사고 관련자’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도선사가 사망한 사고이다. 협회는 사망한 피해자가 속한 단체일 뿐이며, 소속된 모든 도선사는 개인사업자로서 개별적 권한을 갖는다. 이러한 개인사업자들의 모임인 협회는 도선사들을 제재하거나 지시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단지 도선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행하는 업무를 하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사고 발생 후 같은 사고를 방지하고자 협회와 해양수산부는 각종 대책 마련에 힘써왔으며 현재는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고 후 9개월이 지난 시점에 뜬금없이 개선사항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협회를 ‘해양사고 관련자’로 지정하고 심판청구를 한다고 하니 이런 심판원의 태도는 누가 보아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불손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판원이 협회를 ‘해양사고 관련자’로 지정한 것은 어떤 사고가 발생하든 책임지는 사람이나 단체는 꼭 있어야 한다는 그들의 강박관념과 심판원의 설립목적이 해양사고의 원인규명을 통해 재발방지에 기여하고 해양안전을 확보하는 것임을 잊고 ‘해양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운영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심판원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의사의 의료사고에는 ‘의사협회’가,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중개를 잘못했으면 ‘공인중개사협회’가, 건축사가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를 잘못했으면 ‘건축사협회’가 또는 이와 비슷한 모든 ‘관련 협회’가 모두 각종 소송이나 행정처분의 관련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도선사 승하선 사고가 발생하면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각 선박에서 도선사용 사다리를 규정에 맞추어 사용하도록 어떤 법률적 조치를 강화하여야 하는지’, ‘사다리에 대한 검사는 어떻게 해야 더욱 철저하게 할 수 있는지’, ‘도선사의 해상 추락 후 선박의 구조의무 조치는 어떤 식으로 법률에 명시되어야 더 안전해질 수 있는지’, 적어도 심판원이라면 재발방지를 위해 법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심판원의 이런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심판원의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1619, 2021. 7. 21) 역시 ‘해양사고 관련자’에게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를 들며 추가 안전교육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이중 규제, 추가 규제 등의 문제점과 함께 논리적으로도 모순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제5조제4항제1호에는 ‘여객선이나 위험물운송선박 등 특별한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선박의 운항 중 해양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여객선이나 위험물운송선박 등 특정 선종의 선박만 특별한 주의의무를 가져야 하고 다른 선종의 선박은 일반적 주의의무만 다하면 되는 것인가? 또한 그 특별한 주의의무를 가지는 특정 선종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해양사고에 있어서 보통의 주의의무와 다른 특별한 주의의무는 여객이 많이 타고 있어서 혹은 위험화물을 선적하고 있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점점 더 접근할수록 보통의 경우보다 더 신경을 써서 보통과 구별되게 가져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박사고는 크고 넓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항만에 접근하거나 항만 안에서 일어난다. 즉, 항만의 항계에 접근하거나 항만 안에서는 선박의 밀집도가 높아 충돌, 좌초 등 해양사고의 위험도가 커지므로 특정 선종과 관계없이 그 해역을 이용하는 모든 선박은 평균적 기준의 주의의무와 구별되는 주의의무를 가져야 하는 것이지 특정 선종이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조항은 논리적 오류가 있다.

제5조제4항제2호는 누가 보아도 도선사가 승선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도선법」 제6조의2, 「도선법시행령」 제3조제3호 및 「도선법시행규칙」 제9조에 따라 「해심법」 제5조제2항에 의해 업무정지 또는 견책을 받은 도선사는 법에서 정한 ‘보수교육’을 받고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교육에 더하여 추가 교육을 받는다면 「해심법」에 따른 징계와 「도선법」에 따른 보수교육에 더하여 또 다른 안전교육의 3중 처벌이 되므로 다중규제가 되어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제5조제4항제4호는 더욱 가관이다. 이 조항은 ‘선박의 운용과 관련된 지식의 부족으로 해양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안전교육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해양사고는 기술의 부족 보다는 ‘주의의무의 태만’, ‘착오’, ‘자기 기술의 과시’ 등으로 발생된다. 또한 해기사나 도선사는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거쳐 등급별 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사람이다. 이미 지식과 기술을 검증하여 자격을 부여해 놓고 지식이 부족하니 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국가 관리 해기사 및 도선사 시험제도가 잘못된 것이며, 지금의 제도는 즉각 수정해야 할 것이므로 논리적 모순이 되는 조항이라 할 것이다.

해심원에서 주장하는 안전교육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해양사고 관련자’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면 미리 해당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게 하거나 면허시험 과목에 추가하여 합격한 사람에게 면허를 부여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도록 교육하면 될 일이다. 

제6조의6제2항에서는 안전교육을 최대 28시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루 7시간 교육을 기준으로 4일에 해당하며, 위탁 교육기관이 있는 지역 이외의 거주자는 5일 이상을 허비해야 한다. 이렇게 과도한 최대 28시간의 교육은 무엇을 근거로 정한 시간인가? 

이러한 심판원의 개정 의견은 해양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대립적인 위치에서 징계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며,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일면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심판원 구성원들의 자질과 전문성 문제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심판원은 ‘해양사고 관련자’들의 징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면서, 설립의 주 목적인 해양사고의 원인규명을 통한 해양안전 확보에 더욱 많은 관심과 역량을 기울여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 도선수습생 생존수영 훈련(’23.7.20)
△ 도선수습생 생존수영 훈련(’23.7.20)
△ 도선수습생 선박탈출 훈련(’23.7.21)
△ 도선수습생 선박탈출 훈련(’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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