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3. 30. 선고 2016가합573743 판결

[판결요지]
운송계약이 성립한 때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이를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에 있어 선장·선원 내지 하역업자로 하여금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도록 그리고 선박의 동요 등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운송물을 적당하게 선창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가사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 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판결전문]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제 2 0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16가합573743 손해배상
원 고 S 주식회사
피 고 주식회사 P
변 론 종 결 2018. 3. 2.
판 결 선 고 2018. 3. 30.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43,684,98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2. 14.부터 2018. 3. 3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5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 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534,250달러 및 이에 대하여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선박건조, 수리, 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원고와 국내외 화물운송 및 통관업무대행 등을 영위하는 피고는 2015. 9. 30. 화물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제2조(운송의 범위)
본 계약상의 운송범위는 원고가 지정하는 출발장소에서 도착장소까지의 모든 운송 및 도착장소에서의 원고가 지정하는 운송인에게 인도까지를 의미하며, 피고는 원고가 지정한 운송범위에서 운송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피고의 책임으로 수행한다.

제3조(용어의 정의)
제2조의 운송이라 함은 원고가 피고에게 요청하는 수입하는 모든 화물운송 및 선적서류(B/L, Invoice, Packing List 등) 인수, 운송에 필요한 모든 행정상의 절차진행, 운송의 진행 및 그 결과의 통보 등 화물의 운송과 관련된 전박적인 절차를 뜻한다.

제4조(피고의 의무)
(1) 피고는 원고가 요청한 화물을 운송함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서 원고가 요청한 운송 일정에 원고가 지정하는 장소까지 신속, 정확,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해야 한다.

(2) 피고는 원고의 화물을 취급함에 있어 출발장소로부터 도착장소까지의 운송 중 특별한 이상이 발생하였을 시는 이를 지체 없이 원고에게 통보하고 사전 수습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 “특별한 이상”이라 함은
① 일체의 사고 및 관련 법규 위반 행위
② 화물의 파손, 분실 등의 발생
④ 정상적인 운송과정을 벗어나는 모든 내용

(3) 피고는 위 조항들의 의무를 해태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이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조(피고의 책임)
(1) 피고는 화물 전부 또는 일부의 멸실, 파손, 분실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원고에게 통지하고, 원고의 권리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9조(운송요율)
(1) 운임은 원고와 피고 쌍방이 합의한 첨부 요율을 적용한다.

(2) 피고는 운임과 사전에 원고의 동의를 받은 경비 외에 기타 경비는 청구할 수 없으며 계약기간 중 여하한 이유로도 운송료의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

제10조(운송비용정산 및 지불)
(1) 피고는 운송 관련 제비용을 매월 1회(정산 대상: 전월 1일~말일) 입항일 기준 KEB하나은행 전신환 매도율 최초고시를 적용하여 원화 청구하며, 계산서 발행월 기준 익월 15일 어음 지급한다(단, 별도 합의가 있을 시 그에 준한다).

제13조(손해배상)
(1) 피고는 화물운송 중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화물 전부 또는 일부의 멸실, 파손, 분실 등의 사유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고에게 그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3)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제1항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고는 필요한 자료(사진, 확인서 등)를 구비하여 원고에게 제출하고 귀책사유 없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나. 원고는 2015. 11.경 노르웨이에 있는 I와 사이에 스타토일(Statoil)에서 건조하는 잭업 리그(Jack-up Rig, 대륙붕 유전개발 시추설비) ◯◯호(이하 ’이 사건 잭업 리그‘라 한다)에 설치할 용도로 헬리콥터 연료 주입기계(Helicopter Refueling System) 1세트[펌프 유닛(Pump unit), 디스펜스 유닛(Dispenser unit), 리사이클 유닛(Recycle unit)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하 이를 통칭하여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미화 550,000달러에 FOB조건(본선인도조건)으로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2015. 12. 1.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노르웨이 헤우게순(Haugesund)항에서 거제시에 있는 원고의 창고까지 운송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다. 피고는 그 무렵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해 유럽 현지 운송주선업체인 M에 연락하였다. M은 그 무렵 SG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으며, MS가 이 사건 화물을 실제로 운송하게 되었다.

라. 이후 이 사건 화물은 40피트 플랫 랙 컨테이너(Flat rack container, 천장 및 측면 벽이 없는 특수컨테이너) 1대에 실린 채 이 사건 화물의 범퍼 프레임을 적재한 20피트 컨테이너(Dry steel container) 1대와 함께 헤우게순항에서 SG에 인도되었고, 2015. 12. 31. 선박 ◯◯호의 갑판 위에 선적되어 독일의 브레머하벤(Bremerhaven)항까지 해상운송되었고, 2016. 1. 1. 브레머하벤항에서 선박 ◯◯◯호에 선적되어 부산항까지 해상운송되었다.

마. SG은 2015. 12. 31. 이 사건 화물이 ◯◯호에 선적되었음을 기재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 의하면 ① 송하인(Shipper)은 I , ② 수하인(Consignee)은 ◯◯은행 녹산 지점이 지시하는 자(To the order of Korea Development Bank noksan branch), ③ 운송인(Carrier)은 SG라 기재되어 있다.

바. 피고는 2016. 1. 11. 원고에게 브레머하벤항에서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기 전 이 사건 화물을 포장한 타폴린(Tarpaulin, 방수가 되는 천)이 찢어진 것을 선사에 의해 발견된 사실을 통지받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송하면서 선사로부터 접수된 손상보고서(Dmg Report)와 사진을 첨부하였다.

사. 이 사건 화물은 2016. 2. 9. 부산항에 해상운송되었고, 2016. 2. 17. 부산항에서 원고의 창고까지 육상운송되었으며, 원고는 2016. 6. 1.까지 이 사건 화물을 창고 야외에서 보관하다가 같은 날 이 사건 잭업 리그에 설치하기 위하여 입고 검사 중 이 사건 화물에 녹손이 발생된 것을 발견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 10, 13, 15, 1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으로서 이 사건 화물을 해수에 취약한 갑판 위에 선적하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가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주선인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위 1)항 기재와 같이 운송주선인으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으므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므로, 상법 제812조, 제137조 제2항에 따라 운송물이 훼손되지 아니한 상태로 인도되었을 경우의 운송물 가액인 미화 550,000달러에서 훼손된 상태로 인도된 운송물 가액인 고철값 상당액 7,072,500원의 차액인 미화 543,405.6달러[= 미화 550,000달러 - 미화 6,594.40달러(7,072,500원 ÷ 2018. 2. 26.자 매매기준환율 달러당 1,072.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SG가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등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인은 SG일 뿐 피고는 운송주선인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인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고, 나아가 피고는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해태한 바도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주선인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 또한 이유 없다.

2) 송하인 등이 이 사건 화물의 타폴린 포장을 불충분하게 한 결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상법 제796조 제6호, 제9호에 의하며 피고는 면책되고,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은 후 약 3개월간 이 사건 화물을 방치하였기 때문에 피고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3)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사고와 이 사건 화물의 기능적인 손상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액수 또한 과다하며, 상법 제797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의 중량인 6,900kg을 한도로 하는 13,800SDR(=6,900kg × 2SDR)로 그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이 사건 화물을 플랫 랙 컨테이너에 실은 후 갑판 위에 선적한 것은 SG, MSC일 뿐 피고 자신이 아니므로 상법 제797조 제1항 단서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피고가 운송인의 지위를 갖는지 여부

1)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5,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운송계약은 피고가 그의 책임하에 화물을 운송하기로 하고 원고가 이에 대하여 일정한 운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한 계약으로서 원고가 의뢰한 화물의 운송을 안전하게 수행하여야 할 피고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 운송을 의뢰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 ② 이 사건 선하증권(갑 제5호증) 중 운송인(Carrier)란에는 SG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SG의 서명란에는 ‘as agent for carrier SG’(운송인 SG의 대리인으로서)라고 기재되어 있어 SG가 이를 직접 발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의 운송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제출한 송장(갑 제14호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해상 운임(Ocean freight) 등의 운임과 터미널 화물 처리비(Terminal handling charge) 등의 운송 부대 비용만을 청구하였을 뿐 운송주선인으로서의 수수료는 청구하지 않은 점, ④ 피고의 법인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사업목적을 보더라도 ‘국내외 화물운송 및 통관업무대행’, ‘화물운송업’ 등 운송사업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인수한 운송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1) 운송계약이 성립한 때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이를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에 있어 선장·선원 내지 하역업자로 하여금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도록 그리고 선박의 동요 등으로부터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운송물을 적당하게 선창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가사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 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여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6 내지 10, 19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 유◯◯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화물이 실린 플랫 랙 컨테이너는 천장 및 측면 벽이 없는 특수컨테이너로서 갑판 위에 적재될 경우 해수 등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음에도 이 사건 화물이 갑판 위에 적재되었다는 사정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로부터 동의를 받거나 원고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화물은 타폴린으로 포장된 상태로 플랫 랙 컨테이너에 실린 후 ◯◯호의 갑판 위에 선적되어 2015. 12. 31. 헤우게순항에서 출항하였는데, 같은 날 헤우게순항은 06:20경부터 21:20경까지 사이에 시속 30km에서 57km까지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리고 있었던 점, ③ 이 사건 화물이 헤우게순항에서 ◯◯호에 선적될 당시에는 이 사건 화물에 포장된 타폴린 등에 문제가 없었는데, 브레머하벤항에서 ◯◯◯호에 선적하기 전에 위 타폴린이 찢어진 것이 발견된 점, ④ ◯◯손해사정 주식회사의 조사, I의 조사 및 감정인 유◯◯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이 선적된 ◯◯호가 헤우게순항에서 출항한 이후 브레머하벤항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 사건 화물의 타폴린 포장이 벗겨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이 해수를 맞게 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 점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화물은 운송인인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하여 훼손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운송인의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하여 자신의 이행보조자인 SG나 MSC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설령 이 사건 화물 손상이 송하인 또는 운송물의 소유자나 그 사용인의 행위, 포장의 불충분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운송인인 피고가 운송인으로서 주의를 다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인바, 피고는 상법 제796조 단서의 규정에 따라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므로 자신이 상법 제796조 제6호나 제9호에 따라 면책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아가 비록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한 후 약 3개월간 그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이 사건 사고의 확대에 기여를 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기는 하나, 이 사건 화물이 출항 초기부터 플랫 랙 컨테이너에 실린 채 갑판 위에 적재되어 해수에 노출된 것이 녹손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화물이 해수에 의하여 침습을 받은 것은 2015. 12. 31. 또는 2016. 1. 1.경인데 이 사건 화물이 원고의 창고에 도착한 2016. 2. 17.에는 이미 이 사건 화물에 녹손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은 후 장기간 방치하였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다만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한 후 장기간 그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등 피고의 책임 영역과 관계 없는 손해 범위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보는 책임제한의 사유에서 참작하기로 한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물건이 멸실되었을 때에는 멸실 당시의 시가를,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수리비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한 경우에는 훼손으로 인하여 교환가치가 감소된 부분을 통상의 손해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다44633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10, 11, 19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 유◯◯의 감정결과, 감정인 유◯◯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화물은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가능하고 그 수리비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은 미화 500,750달러라고 봄이 상당하다(감정인 유◯◯의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화물은 매입자가 없어 잔존가는 없으며 철재 중량에 따른 고철값 정도의 가치 밖에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되는바, 이 사건 화물의 훼손으로 인하여 교환가치가 감소된 부분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매수한 가격에서 이 사건 화물의 철채 중량에 따른 고철값을 공제한 금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수리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이 이보다 과다하고도 보기도 어렵다).

가) 감정인 유◯◯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 표면에 묻어 있는 염분과 부분적인 발청으로 인하여 제품의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기기의 작동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고, 이 경우 염분제거와 발청 부위 수리를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탈거하고 수리 후 재설치는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재사용이 불가능한 개스켓(Gasket), 볼트와 너트 등의 부품은 신품으로 사용하여야 한다고 판단되었다.

나) 감정인 유◯◯은 수리비용에 관하여 ① 재료비(개스켓, 볼트 등 부품과 운송관련 제반비용) 3,053,120원, ② 인건비(표면처리, 육상운송료 포함) 6,300,000원, ③ 검사비 1,460,000원, ④ 시운전비 25,536,000원 합계 36,349,120원으로 산정하였다. 나아가 감정인 유◯◯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감정인은 이 사건 화물은 압력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고 전기모터 등의 전기설비의 등급이 IP56 또는 IP66이므로 해수가 이 사건 화물 내부에 침투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사건 화물의 내부 상태에 대하여는 확인을 하지 않았다.

다) 이 사건 화물은 원고가 이 사건 잭업 리그에 설치하기 위하여 I에 주문 제작한 것으로서 스테인레스 강(Stainless steel), 탄소강(Carbon steel), 아연도금된 탄소강(Galvanized carbon steel) 등을 기초로 하여 헬리콥터 연료를 보관, 공급, 재활용하기 위한 부분들(펌프 유닛, 디스펜서 유닛, 리싸이클 유닛)이 유기적으로 작동되도록 구성된 기계이다. 이러한 이 사건 화물의 특성상 이를 실제 제작하였던 I가 손상 내역에 따른 수리의 필요성과 정도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추가적인 부식 방지를 위하여는 이 사건 화물의 연결부를 모두 분해하여 부식 생성물 및 염분을 소제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화물의 정확한 상태 확인 및 수리를 위하여는 이 사건 기계의 I에의 반송, I의 해체·수리 후 재제작 및 재운송 등의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라) 실제로 이 사건 화물의 제작사인 I는 2016. 6. 27. 이 사건 화물 상태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I는 이 사건 화물 중 디스펜서 유닛과 펌프 유닛은 교체를 권고(Replacements are recommended)하고, 리사이클 유닛 등은 완전히 분해(A compete strip down)하여 소제(Cleaning) 및 검사(Inspection) 후 결과에 따라 교체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이 사건 화물의 분해, 재사용 가능 평가, 재조립(Rebuild) 등 작업은 이 사건 화물 전체가 I에게 반환되어 실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마) 이후 I는 이 사건 화물의 수리 비용에 대한 견적을 하였는데, 원고가 운송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I로 반환, 전반적 분해(Complete stripping), 소제, 상세 검사(Detailed inspection) 및 부분 평가(Evaluation of each part), 재조립(Replace), 재검사(Refurbish), 중요 부품(Main part) 추가 비용 등으로 미화 500,75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파악되었다.

바)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나)항 기재와 같이 감정인 유◯◯이 산정한 수리비용에는 이 사건 화물의 전체 분해 비용, 내부 부식 제거 비용, 부품비, 재조립 비용, 시험 및 검사 비용, 해외 운송비 등이 산정되지 않거나 과소하게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

3)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394조는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 소정의 금전이라 함은 우리나라의 통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채권은 당사자가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외화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3다1208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액은 손해발생일 무렵인 2016. 2. 17. 당시 미화의 매매기준환율 1,216.60원을 적용하여 계산하여야 하고, 이는 609,212,450원(= 500,750달러 × 1,216.60원)이 된다.

라. 책임제한
1) 상법 제797조 제1항 본문은 그 규정 형식과 내용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임의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해상운송인 등의 책임제한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그리고 상법 제799조 제1항에 의하면 해상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특약은 상법 제794조부터 제798조까지의 규정에 반하여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유효하다. 한편,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문언에만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어떤지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상법 제769조 본문에 관한 대법원 2015. 11. 17. 선고 2013다61343 판결 취지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피고는, ① 원고가 요청한 화물을 운송함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해태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② 화물운송 중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화물 전부 또는 일부의 멸실, 파손, 분실 등의 사유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원고에게 그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기로 명시하였는데(이 사건 운송계약 제4조, 제13조 참조), 원고와 피고가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목적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은 화물에 대하여 운송 중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에 있다고 보이는 바,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 중 위 조항을 통하여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에 관한 상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상법 규정에 따른 책임제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그러나 앞서 본 사정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고가의 이 사건 화물 운송을 의뢰한 원고로서도 그 운송방법과 경로 등에 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해수 침투의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원고는 2016. 1. 11. 피고로부터 이 사건 화물 포장이 손상된 상태라는 것을 보고받았으므로 운송 중의 사고를 의심할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화물이 2016. 2. 9. 부산항에 도착한 이후 2016. 6. 1.까지 그 상태를 점검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 손해가 확대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 및 신의칙에 비추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앞서 인정한 손해액의 4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43,684,980원(= 609,212,450원 × 40%)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6. 12. 1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8. 3. 3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문혜정(재판장), 성재민, 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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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4. 11. 선고 2016가단5069358 판결

[판결요지]
물품운송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물품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을 약속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하여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운송인은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된다. 한편,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

[판결전문]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판 결
사 건 2016가단5069358 구상금
원 고 주식회사 K손해보험
피 고 주식회사 N해상
피고보조참가인 P항만 주식회사
변 론 종 결 2018. 3. 14.
판 결 선 고 2018. 4. 1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 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95,414,049원 및 이에 대한 2015. 8. 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제2조 (조작범위)
D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해상화물 및 항공화물의 운송을 피고에게 위임한다.

제3조 (용어의 정의)
제2조의 조작이라 함은 D로부터 위임된 수입화물의 피고의 국제선 해상수입화물 선적업무 또는 국제선 항공수입화물 기적업무를 말하며, D의 요청이 있을 시 화물의 통관, 운송 등의 제반 업무를 포함할 수 있다.

제5조 (운임조건)
해상운임 및 항공운임은 D, 피고 상호 합의된 별첨의 계약요율 및 부대조건과 같이 적용한다. 단 동 계약기간 중에 국내외 해상운임 또는 항공운임의 인상 또는 인하에 현저한 요인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요율을 변경할 수 있다.

제7조 (계약기간)
본 계약은 발효일인 2014년 4월 1일부터 1년간 유효하며,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쌍방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

제11조 (손해배상)
1. 피고는 D의 화물을 출항지로부터 도착지까지 취급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운송화물의 멸실, 파손 또는 지연 등 모든 사고에 의한 손해발생 시 피고는 D에게 대한민국 법률, 해당 선하증권 약관 또는 국제항공화물 운송약관에 의거하여 D에게 발생한 손해액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가. D 주식회사와 피고는 2014. 3. 31. D가 수입하는 화물의 해상운송 및 항공운송에 관한 수입화물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D는 W로부터 불활성 기체 시스템 등[Inert Gas System and Others(H. 2408), 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미화 1,692,000달러에 본선인도조건(F.O.B. 조건)으로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D는 이 사건 화물을 중국 상하이(Shanghai)항에서 부산항까지 운송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그 운송업무(부산항 터미널에서 다루는 작업 포함)를 의뢰하였다. 피고는 중국의 Q에게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고, Q은 다시 H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다.

라. 이 사건 화물은 4개의 컨테이너에 적입되어 2015. 3. 28. 상하이항에서 출발하는 선박 ◯◯호에 선적되었다. 이 사건 화물은 2015. 3. 30. 부산항에 도착되었고, 같은 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이 운영하는 H 터미널(이하 ‘이 사건 터미널’이라 한다)에 양하되어 그곳 컨테이너 야드(container yard)에 임시로 보관되었다. D는 주식회사 D해운에 이 사건 화물을 이 사건 터미널에서 D의 조선소까지 운송하도록 의뢰하였다. 이 사건 화물은 2015. 4. 4. 주식회사 D해운의 ‘◯◯ 2호’로 예인되는 부선 ‘◯◯ 15호’에 적하되었고, 같은 달 8. ‘◯◯ 15호’가 D의 A안벽에 접안된 후 이 사건 화물은 안벽용 크레인으로 D의 조선소에 하역되었다. D는 2015. 4. 9. 이 사건 화물 중 스크러버 유니트(Scrubber Unit, 이하 ‘이 사건 사고화물’이라 한다)의 상부에서 전선 일부의 절단 및 변형, 구리관 등의 휨 및 변형 등의 손상을 발견하고, 같은 달 10. 피고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였다.

마. D는 이 사건 사고화물의 수리를 위하여 이를 다시 제조사의 중국 공장으로 회송하여 수리를 마쳤다. 그 과정에서 수리 및 재운반 비용으로 미화 152,967.20달러 및 12,480,575원이 지출되었다.

바. 한편, 원고와 D해양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보험증권에 기재된 목적지(부산항)에서 수하주의 또는 그 밖의 최종 창고나 보관소에 인도될 때’에 담보가 종료되는 내용이 포함된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화물에 관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2015. 8. 28. 피보험자인 D에게 위와 같은 수리 및 재운반 비용에 상당하는 195,414,049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2호증, 을 제3호증의 1,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을 인수한 운송인이다.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을 운송, 보관하던 중 이 사건 사고화물에 손상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사고화물의 손상으로 인하여 D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화물의 손상에 대하여 D에게 보험금 195,414,049원을 지급하고 D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취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금 상당액인 195,414,04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 단
가.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인인지 여부

1) 물품운송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물품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을 약속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하여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운송인은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된다. 한편,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참조).

2) 갑 제3, 4, 7, 14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중국 파트너인 Q에게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할 선사로서 H를 지정하였고, 그에 따라 Q는 상하이항에서 H의 선박 ◯◯호에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였다. Q는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한 후 송하인을 W, 수하인을 한국산업은행이 지시하는 자, 통지처를 D, 포워딩 에이전트(Forwarding Agent)를 피고로 기재한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그리고 H는 이 사건 화물에 대하여 송하인을 Q, 수하인 및 통지처를 피고로 기재한 마스터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피고는 D에 청구금액이 10,169,176원(미화 8,350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 포함)으로 기재된 운임청구서를 송부하였다. 그 운임청구서에 기재된 운임내역은 해상운임(O/Freight) 9,289,876원(미화 8,350달러를 원화로 환산한 금액), 터미널 취급수수료 646,000원, 부두사용료 34,800원, 컨테이너 세척료 160,000원, 서류비용 35,000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고는 직접 H에 이 사건 화물은 운송에 대한 운임으로 미화 3,840달러를 지급하였다. 피고는 선사로 H를 선정하고 운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D의 동의나 승인을 받지 않았고 그 내역을 D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한편 Q는 이 사건 화물의 운송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미화 565달러를 청구하였는데, 그 내역은 이익배분(Profit Share) 미화 175달러, 검정비용 미화 390달러로 구성되어 있다.

3) 위 1항 및 3항의 가. 2)에서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주선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인수한 운송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D와 피고가 체결한 이 사건 계약은 제3조에서 조작의 뜻을 ‘해상수입화물의 선적업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의 의무가 운송주선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은 ‘운송주선수수료’가 아니라 ‘해상운임’에 관한 계약요율 및 부대조건을 정하고 있고, 피고가 출항지에서 도착지까지 화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피고에게 운송주선을 넘어 운송 자체를 위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② 피고는 이 사건 화물 출항지의 파트너인 Q에게 이 사건 화물의 운송업무를 의뢰하면서도 선사인 H를 피고 자신이 직접 선정하였고 그 해상운임도 D의 동의나 승인 없이 결정하였다. D는 H에 지급할 운임에 관하여 보고 받은 적이 없고 그 금액을 알고 있지도 못하다. 또한 피고가 H에 해상운임을 직접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주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송업무 전반을 관장하여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③ Q가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한 후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그러나 그 선하증권에는 ‘Forwarding Agent'로 피고가 명시되어 있다. 또한 Q는 피고로부터 이익배분과 검정비용 명목으로 미화 565달러를 받았을 뿐 해상운임을 수령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Q는 이 사건 화물의 출항지에 있는 운송주선인으로서 피고를 대신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하고, 피고로부터 그에 대한 수수료를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가 D에 송부한 운임청구서에는 운송주선에 대한 수수료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사건 화물의 운송에 관한 피고의 수익은 해상운임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중 선사인 H의 운임과 맞먹는 금액이 피고의 몫으로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해상운임 미화 8,350달러 중 Q에 지급된 미화 565달러와 현대해상에 지급된 미화 3,840달러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인 미화 3,945달러가 피고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인으로서 D로부터 해상운임을 지급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⑤ 피고는 자신이 운송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나.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을 운송, 보관하던 중 손상이 발행하였는지 여부
1) 채무불이행 책임과 관련하여

상법 제804조 제1항은 “수하인은 운송물의 일부 멸실 또는 훼손을 발견한 때에는 수령 후 지체 없이 그 개요에 관하여 운송인에게 서면에 의한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 다만, 그 멸실 또는 훼손이 즉시 발견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수령한 날부터 3일 이내에 그 통지를 발송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통지가 없는 경우에는 운송물이 멸실 또는 훼손 없이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날부터 3일이 지난 후 운송인에게 운송물의 멸실 또는 훼손에 관한 통지를 발송한 때에는 수하인은 운송물을 인도받기 전에 그 멸실 또는 훼손이 발생하였음을 증명하여야 운송인에게 그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호증, 제17호증의 4,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화물은 덮개와 벽면이 없이 바닥에 기둥 및 버팀대만을 설치하여 제작된 플랫 랙 컨테이너(Flat Rack Container)에 적입된 상태로 운송, 보관되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화물은 2015. 3. 30.경 이 사건 터미널에서 양하되어 임시로 보관된 후 2015. 4. 4. D의 의뢰를 받은 D해운의 부선 ‘◯◯ 15호’에 적하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화물에 대한 손상이 확인되거나 보고되지 않았고, 참가인의 작업일지에도 손상에 관한 기록은 없는 사실, 수하인인 D은 2015. 4. 10.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화물의 손상에 관한 통지를 발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화물은 D해운의 부선 ‘◯◯ 15호’에 적하됨으로써 수하인인 D에 인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화물은 덮개와 벽면이 없는 컨테이너에 적입된 상태로 운송, 보관되어 외부에서 육안검사만으로도 즉시 상부의 손상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D는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한 2015. 4. 4.부터 3일이 지난 후인 2015. 4. 10.이 되어서야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화물의 손상에 관한 통지를 발송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화물은 손상 없이 수하인인 D에 인도된 것으로 추정되고, D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한 원고가 운송인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사고화물의 손상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손상이 부선 ‘◯◯ 15호’에 적하되기 전에 발생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갑 제5, 8, 12, 13, 15 내지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5, 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사고화물은 멸실 또는 훼손 없이 D에게 인도된 것으로 추정되고,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운송에 관한 채무불이행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화물의 손상이 부선 ‘◯◯ 15호’에 적하되기 전에 피고의 운송, 보관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D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론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을 운송, 보관하는 도중에 이 사건 사고화물에 손상이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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