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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인가? 고육지계인가?

기사승인 [525호] 2017.06.01  15: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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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민 현

(경영학 박사, Penb46@naver.com)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의 와중에 수년간 고전하던 컨테이너 정기선 업계가 최근 연간 계약에 반영된 운임율이 전년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시장의 순리에 의한 수급조절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하에 선두주자들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보다 강하고Stronger, 우수하며Better 대형화Bigger된 조직을 향한 시장의 재편과 선사간 M&A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Cosco의 OOCL 인수설이 다시 부상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대만국영선사 양밍의 장래까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일본 3사의 경우 각사의 마켓셰어가 2~3% 수준에 불과하여 치열한 체력전 시대에 생존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는 중론과 함께 수년간 계속되어온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관망 자세를 견지해왔다. 그런 와중에 2011년 말 MOL Koichi Muto 사장이 일본 3사 합병 가능성에 대해 공개발언한데 이어 NYK 측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고 화답하는 등 합병의 분위기가 태동했지만 매번 주주들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본격화된 상위 20대 선사의 1/3이 흡수 통합되는가 하면 최대하주국인 중국의 국영선사 통합, 세계 제 7위 한국선사의 도산 등 급변하는 주변환경 탓인지 작년 10월 전격적으로 3사의 컨테이너부문 통합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지난 1~2년 동안 급격히 진행된 M&A와 얼라이언스의 재편은 이제 숨고르기 단계에 들어간 것 같고 어쩌면 일본 3사의 합병을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주춤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일본 3사는 올해 7월 1일부로 합병법인을 설립하되 영업활동은 2018년 4월 1일에 개시할 예정이며 통합 컨테이너선단은 사선 79척, 용선 159척 등 총 238척으로 용선비중이 67%에 달 할 만큼 대형선의 대부분은 용선에 의존하고 있다. 통합 후 선복량capacity은 1.4m teu로 M/S 7%를 점하는 제 6위 선사군이 된다. 자본금 ¥3,000억($2.7bn)에 주식분포는 NYK가 38%, MOL과 K Line이 각 31%다. 과거 일본 해운업계의 통폐합 이면에는 항상 스미토모, 가와사키, 미츠비시 등의 기업집단이 있었다. 자산기준으로 NYK의 1/2 수준에 불과한 K-Line이 31%를 차지한 것도 막후 주주들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대주주인 NYK가 합병작업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으나 3사의 배후에 대기업집단이 존재하는 한 주식분포를 기준으로 한 대주주 주도형 보다는 일본 특유의 공생과 공존의 바탕위에 합의를 토대로 한 경영패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3사의 선대구조 측면에서 공통점은 다각화와 함께 상대적으로 드라이벌크선과 탱크선 비중이 크며 소유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벌크선은 소유, Boxship은 장기 용선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컨테이너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선단은 포스트 파나막스 위주이며 ULCS 진출에는 소극적이다. 최근 대형화 추세에 따라 ULCS로 선회하고 있으나 소유보다 장기용선 형태를 취하고 있다.
3사 공히 전문경영인 주도하에 대체로 보수적이며 안정적인 경영에 역점을 두고 있다. 리더 역할보다는 중도실용 노선을 선호하며 안정을 우선한 리스크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3사 모두 정부의 재정지원이나 정책적 배려를 겨냥한 직접적인 연계 없이도 이른바 ‘Japan Inc 정신’에 의거한 산업계간 공생과 공존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3사의 경영패턴이 대동소이하다.

그동안 라이벌 관계였던 3사가 통합하게 됨에 따라 합병선사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회사 상호나 CEO, 조직 등에 관해서는 모두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때 합병선사의 사명이 San-Line이 될 것이라는 설도 있었다. ‘San(さん)’은 존칭의 의미와 함께 숫자 ‘3’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식 명칭이 결정되기 이전까지 통상 해외에서는 ‘3J’ 혹은 ‘J3’로 칭하고 있으며 대부분 3사 대표 중 한 사람이 통합선사의 CEO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과 사업을 하려면 일본의 기업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빈번한 지진사태와 함께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물가가 비싼 나라 일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Hub다. 일본 선사들의 강점은 보수적인 선대관리와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기관리 기능에 더하여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른바 ‘Keiretsu’ 또는 ‘주식회사 일본(Japan Inc)’의 정신이다. 해운호황기에 모든 선주들이 앞다투어 신조선 발주에 나섰지만 일본 해운계는 신중모드를 취했으며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특히 한국, 중국 등의 해운, 금융, 조선업계가 회오리에 휩쓸려들어 갔지만 일본 업계들은 비교적 차분했다. 선주, 조선업계, 금융업계가 상호 공조체제를 통해 일본 해운업계를 지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Reliability와 Quality를 중시하는 일본 기업가들의 경영철학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현 정기선업계의 Top 5 선두그룹선사들 가운데 Cosco를 제외한 선사들은 모두 유럽계 선사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운이 주력기업이며 ⓑ강력한 가족경영체제와 ⓒ리스크 관리(R/M) 원칙에 충실하며 ⓓ정부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유럽선사들의 지배구조와 일본의 그것을 비교해보면 ⓒ와 ⓓ는 유사하나 3사 모두 가족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와 ⓑ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동양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서구에서는 해운기업은 물론 거대 그룹에서도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발탁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해운의 경우 발탁 대상은 주로 머스크 라인 출신들이다. 싱가폴 국영선사 NOL의 CEO였던 Fleming Jacobs씨, 노르웨이 대표선사 Frontline의 전 CEO Jens Martin Jensen씨, Rickmers Maritime의 CEO Soren Anderson씨, Hapag Lloyd의 현 CEO Rolf Habben Jansen씨 등은 모두 머스크 라인 출신이며, 중동 6개국이 설립한 UASC( Hapag-Lloyds로 흡수중)의 핵심 임원진도 마찬가지다.

컨테이너 정기선해운의 특성상 산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책임자 자리를 모두 자국인들만으로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리점체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현지사무소나 법인의 경우에도 현지인을 채용하는 경우는 국내선사도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지역을 총괄하는 지역본부나 대형법인, 주요 점소의 경우에는 예외 없이 본사에서 주요 임원급이 파견해 왔던것이 관행이었다. 이점에 관한 한 일본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 선사에 외국인 고위직이 등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대부분 해외조직에 국한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NYK의 인사와 관련 시장의 주목을 받는 2명의 유럽인이 있다. 지난 3월에 NYK Group Europe의 총책으로 임명된 노르웨이인 Svein Steimler씨와 현재 싱가폴에 주재하면서 NYK Liner Operation을 총괄하고 있는 영국인 Jeremy Nixon씨이다. 이 두 사람은 2013년에 비 일본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임원director 신분으로 NYK 전체 업무를 관장하는 경영위원회에 합류하였다. NYK 132년 역사상 외국인이 고위직에 임명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3사의 CEO는 입사순서에 따라 전문경영인 가운데 선임되어왔기 때문에 자격측면에서 보면 현 3사의 대표 누구도 가능하겠지만 그만큼 더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3사가 모두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합병선사의 CEO에 NYK의 Nixon씨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ixon씨는 2008년에 NYK에 입사한 전직 머스크 출신으로 영국인이다. 머스크 이전에는 P&O Nelloyd의 임원이었으며 The Alliance의 주력선사인 Hapag-Lloyd와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00여척에 이르는 다양한 선단을 운항하는 NYK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주축인 NYK Europe을 Steimler씨가 총괄하는가 하면 막중한 NYK의 정기선 업무를 총괄하는 Nixon씨가 이번에는 일본의 주력 3사를 통합한 대표 해운기업을 이끌어 나갈 총책으로 내정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에 ‘우리끼리’의 정신이 강한 일본의 간판해운사의 CEO에 유럽출신 전문경영인들이 내정된 것이 사실이라면 파격이자 글로벌화를 향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Steimler씨가 담당할 유럽의 경우 오프쇼어부문의 핵심기능을 관장할 뿐 아니라 2010년에 노르웨이의 Knutsen과 합작으로 설립한 세계 제2위의 Shuttle tanker 전문회사 Knutsen NYK Offshore Tanker도 관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Nixon씨의 내정설을 두고 3사 간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통합법인의 국제화를 향한 행보를 강조하면서 상호 체면을 세우기 위한 고육지계라는 시각도 있다. 합병 발표 이후 3사의 항만, 물류분야의 협력사들과의 관계, 보험계약 등 대외관계는 물밑에서 NYK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신중한 모드에 익숙해져 있는 일본의 대표선사들이 서구식 경영방식에 익숙한 벽안의 전문경영인에게 어느 정도 재량과 독자적 행보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다.  
지나칠 정도로 순혈주의를 고수하는 가운데 혈연이거나 오너에 대한 충성으로 검증된 사람을 고집하며 ‘내 사람’만을 강조하는 기업문화의 시각에서 볼 때 일본대표선사의 파격이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다.

윤민현 Penb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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