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연안해운의 공정거래 질서확립을 위한 표준서식 법제화 제안

기사승인 [592호] 2022.12.28  16:33:54

공유
default_news_ad1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
연합회 회장

지난 주에 만났던 외국의 해운전문가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근해항로 선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대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공정위 잣대로라면 한중항로, 한일항로, 한동남아항로 모두 불공정거래인데 왜 한중항로는 과징금을 면제하고 타 항로는 과징금을 부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엇다. 한중항로가 국가간 협정에 의한 것이라면 한일항로는 국가간 협정에 의해 개설된 항로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나아가 왜 한국 연안해운에서 화주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고통받는 중소선사를 위한 노력을 같은 잣대로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연안해운은 2020년 현재, 1억 1천만 이상의 화물을 운송하고 톤기준으로 약 6%의 수송을 담당하는 국가물류의 중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대한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찾아 볼 수 없다. 중소선주가 대부분인 연안해운 화물수송시장에서 화주의 불합리한 수송계약 요구에 대하여 어떠한 견제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하지 못한 채 화주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할 수 밖에 없어 저비용 구조의 산업체계가 형성되어 있다. 그 결과, 평균 연령 60세 이상의 초고령선원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선령 20년 이상의 중고선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는 잦은 크고 작은 사고와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일본 내항해운은 2020년 현재, 일본국내화물 수송량의 7%인 3억톤이상을 수송하고 있으며 톤킬로미터 기준으로는 약 40%인 1조 5천억톤킬로미터를 수송하고 있다. 일본 내항해운의 실태는 선원의 고령화를 제외하고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선박은 친환경시대를 선도하는 자동화 신조선으로 대체되어가고 있으며 일본 내항해운의 중고선은 품질면에서, 가격면에서 외국선주에게 즉시 시장에 투입가능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왜 일본의 내항해운은 좋은 선박을 적기에 투입하고 좋은 가격으로 중고선 매각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하지 못할까? 그 근본 이유 중에 하나로 화주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산업조직 측면에서 대형화주와 원청운송사업자를 정점으로 하청운송사업자, 용대선사업자, 선박관리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견하면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일본 내항해운 사업자를 산업조직 측면에서 보면 내항해운의 정점에는 원청운송사업자가 173사로 이들은 화주와 직접 계약을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자로 상위 60개사의 수송계약량이 내항해운 총수송량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청운송사업자의 아래에는 2차, 3차운송사업자가 1,305사가 있고 가장 아래에 용대선사업자로 선박을 건조하고 선원을 승선킨 뒤, 오퍼레이터 역할을 하는 원청운송사업자나, 2, 3차운송사업자에게 선박을 대선하는 선주가 1,334사가 있다.


일본은 내항해운에서 선화주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1921년에 일본해운집회소를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일본해운집회소는 일본유일의 상설 해사중재기관으로써 중재, 서식제정, 정보제공 및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편집위원회, 세미나기획위원회, 해사중재위원회, 서식제정위원회, 해난구조보수알선위원회 5개의 상설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종합물류기관지인 잡지 ‘해운’을 발행하고 연간 약 70개 과정의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중재수속, 해운에 관한 각종 표준서식의 제정 및 개정을 실시하고 있다. 약 400개 기관이 회원으로 명실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해사중재기관이다.


일본해운집회소의 내항해운에 관한 주요서식 제정과 개정의 목적은 화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산업적인 지위에 있는 중소선주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를 위한 것이다. 또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규제, 노동규제 등에 대응하여 계약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일본 내항해운 운송계약에 관한 트러블이나 분쟁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연간 70~80건 정도가 용선기간의 종료에 관한 오프하이어(Off Hire)문제나 당사자 간의 권리의무 관계에 관한 것, 그리고 기간 도중의 해약에 관한 트러블에 대한 중재수속도 많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본해운집회소는 내항정기용선계약서, 탱커정기용선계약서, 내항운송계약서, 탱커항해용선계약서, 내항성약각서,내항운송기본계약서, 내항운항위탁계약서, 내항선박관리계약서와 같은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다. 서식제정시 공평성을 기하고 선화주뿐만 아니라 보험사, 법조계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화주와 선사, 화주를 대표하는 산업자원부와 선주를 대표하는 해양수산부, 공정거래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법조계가 참여하여 내항해운 거래에 관한 서식을 제정하고 이를 산업계가 적절하게 활용하도록 행정지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본과 같은 해운집회소가 없기에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제해운거래의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익을 손상하는 판단을 했던 동남아항로나 한일항로의 과징금 부과보다 공정거래질서 확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연안해운이다. 화주의 갑질로 저운임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고, 저선가의 외국 중고선을 매입하고, 고령의 저임금 선원을 승선시키고 해난사고와 각종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현재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표준계약서식을 관민이 공동으로 제정하고 그 활용도 담보하는 구조를 조속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  

한종길 komares@chol.com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