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해운경기예측은 불가능하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초반에 해운업계가 기록적인 고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한 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글로벌 팬데믹으로 경기위축을 예측한 경제연구소들과 같이 물동량 감소로 인한 해운경기 위축을 대비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마찬가지로 차이나붐으로 사상 최장의 해운호황으로 들끓던 2008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해 후반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기관은 없었다. 이와 같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해운경기 예측은 더더욱 그렇다. 변수가 워낙 많고 복잡한 데다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변해 전망치가 빗나가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도 정부나 각종 경제단체들은 경기 예측에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해운경기 예측을 믿지 않았다. 과거추세를 시계열적으로 수집한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시계열적 회귀분석방법은 경영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예측치를 제시하기는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경영자들은 대부분 예측기관의 예측치보다는 자신의 직감에 의존한 의사결정을 해왔고 그 결과가 1984년 해운합리화, 2016년 한진해운 파산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고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전쟁, 자연재해, 글로벌 팬데믹과 같은 외생변수로 인하여 해운경기가 언제까지 활황이 지속되고 언제부터 불황이 찾아올 것인가 예측하는 것, 즉 경기 변동 시점이 언제쯤이 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 변함은 없다. 더구나 스태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소비증가와 경기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은  해운업계가 과거와 같이 직관과 경험에 의존할 수 없게 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하여 예상치 못하게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이 증폭되고 폭등한 해상운임이 언제 하락할 것인지, 하락의 속도나 하락 폭은 얼마나 될 것이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한진해운 파탄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선도기업이 아니라서 경기예측이 필요없다?
필자와 성결대 전준우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보다 정교한 경기예측을 하기 위하여 시스템다이나믹스라는 방법론을 활용한 해운경기예측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우리가 사용한 예측 방법은 국내 최대화주 S사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하여 해당기업은 필자 등이 제시한 예측모델에 근거한 예측치를 차년도 경영계획 수립과 선사 대상 계약전략 수립에 활용하기로 하였다. 정확한 해운경기예측은 코로나로 인하여 해상운임이 폭등하면서 해운산업 뿐만 아니라 화주에게도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해당기업은 우리의 예측치와 자신들이 섭외한 국내 최대 민간연구소의 예측치를 실제값과 비교하여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고 우리 예측방법의 우수성을 인정하였다. 우리의 예측치는 실제값과 3개월 예측은 10%, 1년 6개월 예측은 16%, 실제값과 차이가 없었는데 반하여 국내 최대경제연구소는 70%까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해운업계 관계자들에게 알리고 경기예측에 대한 연구지원을 제안했을 때 받은 반응을 잊을 수 없다. 첫 번째로 모 기관은 해운경기 예측기관들이 많은데 그것들을 참고하면 되고 그것들도 실제로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데 새로운 예측연구에 대한 지원은 필요 없다고 지원을 거절하였다. 두 번째로 국내 최대 해운기업은 우리는 머스크와 같은 선도기업이 아니라 추종자이기 때문에 경기예측을 적극적으로 하기 보다는 경쟁기업을 따라서 경영계획을 수립하면 된다고 하면서 연구지원을 거절하였다. 우리 해운업계가 내부의 경기예측 역량이 부족하고 머스크와 같이 시장을 파괴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시장 장악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다양한 외부기관의 예측치를 활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함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운경기 예측의 정확성은?
해운경기 예측을 하는 대표적인 기관에는 외국의 드류리나 클락슨, 국내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민간기업인 밸류링크유 등이 있다. 이들 기관은 시계열적 회귀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빅데이터를 예측에 활용하거나 인공신경망과 비정형데이터를 유용한 정보로 변환시키는 텍스트마이닝 기법 등도 활용하여 기존의 예측기법을 보완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해운산업정보센터는 부산항을 기준으로 하는 한국형 컨테이너선 종합지수를 개발하고 선종별 시황, 선박가치 평가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해운경기 예측 모델 구축 시도는 기존 예측모델로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자체 평가에서 비롯됐다. 한진해운 파산의 뜨거운 맛을 보고 혈세가 투입된 해운산업재건계획을 추진 중인 정부에서도 제5차 해운산업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추진 예정인 해운산업 조기경보시스템 고도화사업을 추진하여 해운산업 위기대응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여전히 여기에도 문제는 남는다. 새로운 예측방법을 사용한 예측치는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해운업계가 이들 예측에 기초하여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예측기관들은 자신들의 예측결과를 검증해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와 전준우 성결대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국외 기관들의 코로나 위기 발생 후 3년간의 경기예측치를 검증해 본 결과, 3개월 예측치는 실제값과 20% 이상, 1년반 뒤의 예측치는 최대 80%까지 차이가 발생하였다. 이런 예측치를 어떻게 신뢰하고 장기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해운경기예측 기관의 다양화를 추진하자
우리 해운업계는 좀 더 과학적인 예측이 필요해졌다. 거의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만 일기예보를 봐야 다음 날 우산을 가지고 출근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듯이 해운업계와 정책 주체들이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경기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요기관의 해운경기 예측은 단방향 예측으로 진행되고 피드백 구조를 구축하지 않고 있다. 또 선사들의 장기적인 운영계획 설립을 위해서는 장기예측이 필요하지만 모두 단기예측 모델에 그치고 있다. 정교한 예측을 위해서는 예측오류의 검증과 예측모델의 수정이 필요하고 예측담당자가 장기에 해당업무를 담당하며 정확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하지만 인사이동이 필수적인 이들 기관에서 예측전문가를 양성하고 정교한 예측모델을 끊임없이 수정해 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반경기예측, 산업경기예측 등도 정부, 국책연구기관, 민간연구기관 등 다양한 예측기관이 존재하듯이 해운경기예측기관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해운기업, 국책연구기관, 공기업뿐만 아니라 인사이동의 우려 없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일생 집중할 수 있는 대학의 해운경기예측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양한 기관이 정부주도로 분기에 1회 정도 세미나를 개최하고 예측치를 공유하면서 절차탁마하면서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해운업의 불황은 다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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