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형사 책임만 묻는 건 옳지 않아…행정처벌 고려해야”

8월 13일 선내 안전 및 안전문화 확산 논의
“2020년 해양 산재 사망자 882명, 해결책 마련해야”

 

 
 

올 초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에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개최한 제2차 해사정책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김영모 한국선장포럼 사무총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오로지 형사적 책임만 묻는 것은 옳지 않다. 피할 수 없는 재해라면 행정처벌로도 얼마든 대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환경보호와 안전에 대해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며 “선주들은 동 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해사산업계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8월 13일 제2차 해사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해양수산연수원은 올해 해사정책 토론회를 해사정책 현안사항 공유 및 정책·제도개선을 목적으로 총 4차례에 걸쳐 기획하고 있다. ‘선내안전과 안전문화의 확산’ 대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국내 해양사고의주요 동향, 정책·제도와 더불어 해양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의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는 진호현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전문패널로 김영모 한국선장포럼 사무총장, 강동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 본부장, 박용선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육실장이 참여하여 심도깊은 토론을 진행했다.

한편 이번 해사정책 토론회는 관련분야의 전문가들과 국내외 해사 전반에 걸친 주요 이슈 및 정책 등에 대해 토론과 논의하는 자리로 국민을 대상으로 해사정책에 대해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해양사고 주요 동향
“해양 행정체계 안전, 환경, 보건 통합·관리로 시너지 효과 만들어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국내 해양사고 발생 건수를 조사한 결과 1만 3,687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어선사고가 68.2%를 차지하고 있다. 전복과 침몰, 안전사고, 충돌사고의 증가율이 전체평균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고 어선은 전복과 침몰, 일반 선박은 안전사고가 가장 높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인명피해는 최근 5년간 589명에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했는데 사망, 실종의 92.3%가 안전사고에 기인하고 있다. 인명피해는 안전사고 53.3%, 전복·침몰사고 23.2%, 충돌 15.8%를 차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김영모 한국선장포럼 사무총장은 “연평균 약 120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산재 사망률 비교했을 경우 2020년도 해양관련 산재 사망률은 882명으로 집계됐다”며 “해양관련 사업 종사자들이 엄청난 비율로 해양사고로 인명피해를 입고 있다”하며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국제해상안전관리규약(ISM code)과 더불어 해사노동협약(MLC)을 항만국 통제 제도에 포함함으로써 안전과 환경보호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김 총장은 “국제적으로 안전, 환경보호, 보건에 대한 규제를 함께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리나라는 행정체계는 안전, 환경, 보건에 관한 부처를 따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합해서 관리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박용선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육실장은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의 6대 전략 중 선박현장에서의 안전관리에 주목하면서 “IT 기술을 활용한 연안선박을 모니터링하고 도울 수 있는 통신과 기술적인 부분들을 접목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형사 책임만 묻는 건 옳지 않아…행정처벌 고려해야”
“중대재해처벌법만의 특화된 규제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 총장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오로지 형사적 책임만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도 해양사고는 감소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선원법 외에도 선박직원법 등 다른 관련법규를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에 시행될 경우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로 한명 이상의 사망자만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게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선박 운항 시 본선 선원에 대해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중대시민재해는 여객선 운항 시 침몰사고가 생겨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이다.

김 총장은 “국제적으로 환경보호와 안전에 대해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며 “선주들은 동 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해사산업계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해양산업계와 타 산업계와 비교하면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지도 또는 행정처벌을 할 수도 있지만 최근 우리 사회가 형벌 만능주의에 빠져 무조건 형사적인 책임을 묻도록 분위기가 강화되다 보니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법조항도 대단히 강화된 처벌조항이 성립되었다 ”며 “피할 수 없는 재해라면 행정처벌로도 얼마든지 대신할 수 있다. 무조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형법을 적용시켜서 처벌하는 부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동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 본부장도 동의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너무 쉽게 적용되면 관련 종사자들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갈 수 있다. 다른 행정처분을 할 수도 있지만, 무조건 형벌을 적용한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며 “유연한 법적용을 해야 한다. 한편 안전하게 운항한 종사자, 사업주에게는 이에 합당한 보상할 수 있는 제도가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반면 박 실장은 타 산업계와 해사산업계를 비교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만의 특화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에 따르면, 이미 산업계에서는 산업재해예방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등 근로자의 근무여건을 보장해주는 전문적인 법률이 있지만, 선박, 해상 등 해사산업계에서는 해사안전만 다루는 전문 법·제도가 부족하다. 박 실장은 오히려 해상이 육상보다 인명피해, 선박사고, 사망사고 등 재해율이 높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해양사고 정책 및 전망
“외국인 선원 증가로 해상안전 위험도 높아, 제대로 된 선박 교육받지 못해”

강 본부장은 해양사고 관련 정책을 선박, 종사자, 해상교통 환경으로 나눠 설명했다. 강 본부장에 따르면, 선박에서는 어선과 일반 선박에 등록 척수는 감소하는 반면에 낚시 어선과 레저선박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종사자 관점에서는 우리나라 국적 어업인과 취업선원은 감소하는 반면 우리나라 선박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이 지금 한 2년 동안 4.1% 증가하는 추세이다. 해상교통 환경측면에서는 최근 해상풍력 단지가 급속하게 많이 건설되고 있고 현재 5개소를 운영 중, 20개소는 설계 중이다. 해상 교량도 지난 20년 동안 250% 이상 증가 될 정도로 81개가 증설이 됐다.

김 총장은 외국인 선원의 증가로 해상안전 위험도가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은 한국말이 서툴고 어업기술, 선박조정 등 운항 능력이 부족하여 국내 해상안전 위험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선원을 위한 교육자료를 만들 경우 각 나라별로 번역하고 자료만드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에 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는 선박의 간단한 조작법을 각 나라별로 번역하고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외국인 선원 대다수가 한국말뿐만 아니라 영어도 서툴러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실장은 제2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에 따라 구축된 ‘한국형 이내비게이션’을 소개하며, “정부에서는 연안선에 대해 조난상황에서 긴급조난신고에 따른 구조활동에 대한 부분을 체계화시키고 있다”며 “ITC기반 기술력을 통한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연안사고가 가시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해양사고 정책·제도적 쟁점사항
“해수부 해사안전정책과에 어선부서 만들어야”
“비해기사 교육정책에 면허 제도 포함해야”

김 총장은 현재 해수부가 시행하고 있는 해양사고 안전정책에 대해 “너무 성과에만 치우친 실적 중심의 단기적 정책으로 실효성 확보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7월 1일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조직하여 안전과 인적문제를 통합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김 총장은 “선박의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 방향을 잡으려면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 선원과 안전정책을 따로 시행하고 있어 정책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대부분의 해양사고는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처럼 해수부도 선원과 안전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 정책을 통합하여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직 단일화의 어려움을 강조한 강 본부장은 해수부의 유기적인 업무공유를 제시했다. 현재 해수부는 해사안전정책과와 어선안전정책과로 나눠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양사고는 어선에 집중되어 있어 해상안전을 담당하는 해사안전정책과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 본부장은 “정부조직을 쉽게 단일화하기 어렵지만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적어도 해수부의 해사안전정책과에 어선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현장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기 쉬워질 것이다”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강 본부장은 △엔지니어링(Engineering) △제도와 단속(Enforcement) △교육과 홍보(Education) △첨단 안전교통수단(Enhanced Safety Vehicles) ‘교통안전 방법론 4E관점’을 제시했다. 강 본부장에 따르면, 우선 선박의 표준어선형 제도 등 기술적으로 해양안전을 보완하고 제도와 단속을 통해 사각지대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 제도가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단속해야 한다. 또한 비해기사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해기사 교육은 체계가 잘 되어 있는 반면 비해기사 교육은 전무하다. 실제 해상에서 비해기사에 의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아울러 선박에도 자동차처럼 차로이탈방지장치, 긴급 제동장치 등 관련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특히 강 본부장은 “비해기사들은 면허없이 조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도 면허가 없는 해상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을 위해 정식교육은 아니지만 방선교육 형태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비해기사는 기본적인 항법, 최소한의 장비에 대한 이해도 등 선박을 운용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에 김 총장도 동의하며, “국제협약으로 원양선 교육이 정해져 있어 각 국가에 대해 원양선 교육정책을 강제하고 있지만, 5톤 미만의 소형선박인 연안어선의 경우 자국에 위임하고 있다”며 “5톤 미만의 선박은 80~90%에 달하는 연안어선에 대한 교육을 정부가 위임하고 있는 만큼 교육정책에 면허 제도를 포함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사고 인지·기술적 사고방지 대책
“FSM code 도입 어선원 반발로 당장 시행에 무리”
“정부 ‘Active Safety’ 기술 지원해야”

외항선에서는 선내에서 지켜야 할 매뉴얼이 정착돼 있지만, 어선은 절차화된 안전관리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김 총장은 지적하며, “해양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선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절차화된 선박 운항·조업이 필요하다”며 “어선원들의 운항과 조업 관행을 절차화하기 위해 상선에 적용하는 ISM code 체제와 비슷한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선을 대상으로 하는 ‘FSM code(Fisheries Safety Management Code)’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김 총장은 △어선의 갑작스러운 규제로 인한 선원들의 반발 △상선 심사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올 경우 어선의 비용부담으로 FSM code 도입의 한계점을 제시했다.

강 본부장도 어선원들의 반발로 FSM code 도입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소형선박에 대한 인증업무를 해양수산부가 직접 하고 있지만 KOMSA가 그 업무를 맡아서 심사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선원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까지 당장에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우려했다.

강 본부장은 ‘Passive Active’ ‘Active Passive’ 교육을 통한 매뉴얼을 숙지와 체계적인 해양사고 예방을 주장했다. 강 본부장은 “‘Passive Safety’가 사람을 직접 교육해서 개선하는 방법이라면, Active Safety는 적극적 방법으로 사람의 실수를 기술적으로 줄여 해양사고를 예방하는 방안이다”며 “시범사업 중인 ‘무인 기관실 자동소화시스템’과 같은 Active Safety 기술에 대해 정부가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사고 교육 및 홍보
“선원 경제 유인책으로 자발적 참여 독려해야”
“강제보단 인센티브 등 추가 복지로 동기부여 필요”

강 본부장은 선원들을 안전규제에 참여위한 방법으로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했다. 강 본부장은 육상의 화물차와 비교하면서 “화물차도 어선과 마찬가지로 생계형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며 안전규제에 벗어나 있는 부분이 많다. 다만 화물차는 안전규제를 준수할 시 정부가 대출이자 할인, 보험료 할인 등 경제적으로 지원해준다”며 “상대적으로 경제적 지원이 적은 해양분야에 경제적 유인책을 활용하여 안전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실장은 어선원 교육센터 마련하여 복지 혜택을 늘리는 방안과 동기부여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 실장에 따르면, 강제와 벌금보다도 어선원들에 대해 인센티브나 추가적인 복지 혜택에 대한 부분과 연계해 교육에 참여시키고 문제가 되었을 때 벌금 등 패널티 보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방법 등 동기부여하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 총장은 사업주, 경영자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교육의 편의성 개선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생활밀착형 지역을 거점으로 교육생들에게 교육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당사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교육과 내용, 장소를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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