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직업의 매력화와 상급해기사 확보 방안

해기(海技)를 근간으로 자기 실현을 위한 경력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제도·해기자격제도를 개선하여 해기직업의 매력 회복을 강구하고, 당면과제인 상급해기사 확보난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이재우 목포해양대학교 명예교수의 기고문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글의 내용은 7월호에 <해운·선원 강국을 염원하면서> <당면 과제의 검토>을, 8월호에 <안정적인 선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上·下로 나누어 편집한다. -편집자 주

 

 
 

<해운·선원 강국을 염원하면서>
1900년에 선장 출신 해양작가 콘래드(J. Conrad)는 그의 소설 ‘로드 짐(Lord Jim)’에서, “해상생활보다 더 마음이 끌리고, 꿈에서 깨어나게 해주고, 노예처럼 예속시키는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more enticing, disenchanting, and enslaving than the life at sea)”고 적고 있는 대목이 보인다. 오늘의 선원사회에서도 이 표현은 적절하다. 선원은 어떤 종류의 모험(adventure)을 위해서 선원직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가혹한 현실을 겪으면서 환상적인 꿈에서 깨어난다. 기술이 급속도로 진전하고 있는 이 시대에 port time은 극도로 제한되고, 선원들은 몇 시간만이라도 상륙할 수 있다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배에 예속되어 출항할 때까지 꼼짝 못하다 보니 노예나 진배없다. 이러한 예속상태(enslavement)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선(to swallow the anchor)한다면 바로 실직이나 다름없다.


명저로 알려진 미연방 상선사관학교(USMMA)의 교과서, ‘The Business of Shipping’의 저자 캔돌(L. C. kendall, 1912~)은 그의 저서의 마지막 구절에서 “해운업은 나의 천직(天職)!(My business is shipping!)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영광된 일인가!”라고 끝을 맺고 있다. 이 끝 장의 줄거리는 해기사로 출발해서 해상직과 육상직을 교호로 경력을 쌓아가면서 대해운회사의 회장이 되어, 뉴욕 항을 출항하는 자기회사 소속인 선박을 고층 빌딩의 집무실에서 내려다 보면서 지난 날의 추억에 잠기며, 역시 현명한 직업 선택을 했으니, 해운업은 나의 천직(天職)임을 자랑한다는 내용이다.
이 두 사례에서, 전자는 해상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젊어서 하는 고생’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 천직(賤職)으로 여기고 하선했고, 후자의 경우는 해기직업에서 경력을 쌓아가면서 최고경영자가 되었고, 자기실현의 꿈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좋은 사례로 해상직을 천직(天職)으로 삼고 보람된 삶을 찾은 경우다.

 
 

선원정신의 찬가라고 평하는 콘래드의 단편소설, ‘청춘(Youth)’은, “아아, 그리운 그 시절-그리운 좋은 시절. 청춘과 바다. 매혹의 바다!”(Ah, The good old time-the goodold time. Youth and the sea. Glamour and
the sea!)라고 끝을 맺고 있다.
청춘의 한 시기를 해상직에서 보내며 특별한 경험을 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청춘의 특권일 수 있다. 그러나 평생을 해상직에서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해기직업에서 경력을 쌓아가면서 자기실현을 향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a way of life)’이다. 선원문제는 선원제도에서 발생한다. 제도의 개선으로 해기직업 선택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젊은이여, 바다로!(Down to the sea, young man!)’ ‘바다로, 미래로!’를 외치는 일이 구두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높은 차원의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
선원은 국가의 경제안보의 제1선에서 싸우는 전사(戰士)이며, 해양력(sea-power)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상선대(merchant navy, merchant marine)의 요원이다. 21세기 신해양시대의 ‘sea-power’의 개념은 과거의 침략적인 반사회성(反社會性)을 탈피하고, ‘인간과 바다의 종합적인 관계’라는 신해양력(neo-seapower)의 개념을 낳았지만, 해상권력 확장이라는 ‘시파워’의 개념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상선대는 ‘국방의 제4군(The fourth arm of defence)’의 위치를 굳건히 하면서 경제적 안보(commerce and defence)를 지키고 있다. ‘바다
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를 지배한다(He who rules the waves rules the world)’는 해양정책은 21세기에도 살아 있으며, 바다는 해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장(角逐場)이다.

 

 
 

키플링(R. Kipling)은 “교통은 문명이다(Transportation is civilization)”라고 말한다. 오늘의 고도한 문명사회는 해상교통이 확장된 데에 연유한다. 배가 움직이면 세계가 움직인다. 배는 부(富)를 나른다. 그 배를 움직이는 자는 바로 선원이요,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물자를 수송하는 승고한 사명의 수행자가 선원이다.
해운기업이 선원공급난을 해결하고 선원비 삭감으로 경영의 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저자질인 저임금 선원을 고용하는 추세는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을 겪게 되면서, ‘값싼 것이 반드시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The cheapest is not always best)’라고 결론짓고 있다.


‘자국선 자국선원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적어도 국가필수선원(national minimum)만큼은 ‘core c
rew’로 확보해서, 전략산업인 해운산업의 연결 고리인 ‘해운-선박-선원’ 3개의 분야가 총합적인 힘을 발휘하여 국가의 경제적 안보를 지켜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국제경쟁력의 격화 등 여러 동향 속에서 해기전문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비상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위험에 노출된 해상생활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유인요인이 있어야 한다.
선원직업을 천시하는 사회적 풍조(sea-blindness)를 바꾸고, 선원을 해사전문기술인으로 대우하고, 사회적 지
위(social status)를 높이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다. 사회와 격리된 ‘24시간 사회(24-hour society)’에서 해상위험(SSBC: sinking, stranding and aground, burning, collision, 침몰·좌초·화재·충돌, 해중전락 등)에 노출된 선상생활을 장기간 지속하며 생명선을 지키고 있는 선원에 대하여 ‘사회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 능률주의로 인간성을 희생한 생산성 제고 방식은 민주사회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원확보·양성에 장애가 되는 요소는 과감히 제거하고 개선해야 한다. ‘인간 욕망의 존중·충족’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하기 위해서, CDP(경력개발), Fast Tracking과 CPD(조기승진과 계속 교육)를 위한 MET(해사교육훈련제도)의 개선을 추진하여 인력(Manpower)이 아니라, 인간(Man)으로, 인간성 회복, 인간주의의 입장에서 선원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범선시대의 ‘바다의 열광자(sea-enthusiast)’, 선원들은, 엄한 규율하에서 고되고 위험한 선원생활을 하면서, 증오하는 장기항해를 마치고 가까스로 상륙하자마자 다시 바다를 그리워하며 항해를 절망했다. 메이스필드(J. Masefield)의 ‘해수(海愁), Sea-Fever’라는 시에서, ‘나는 바다로 다시 가련다 / 달리는 바닷물이 부르는 소리 좇아서…(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 for the call of the running tide…)’에서처럼 그들은 ‘바다에 소환’되는 것을 ‘사랑’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자기들의 ‘돛을 올리고, 내리고, 줄이고’하는 솜씨에 무한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었다. 지속적인 선원생활의 원동력은 바로 ‘직업에 대한 자긍심(a pride in profession)’이었다.


선원생활에서 ‘자긍심(pride)’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공동사회는 크게 노력해야 한다. 교단에서 재학생으로부터 또는 해상직에서 고생하는 졸업생으로부터 받은 ‘배
를 내리면 무엇을 할까요?’라는 진로상담에 대한 대답에 “일정기간 배를 타야만 ‘제2의 직업(second career)’을 가질 수 있다”는 말로 답변에 대신하면서, 정부, 해운기업, 교육기관이 다같이 문제해결에 높은 관심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선원은 역사요, 미래다. 우수한 선원이 있는 한, 

  한국해운은, 흔들려도, 침몰하지 않는다!
  Maritime Korea shall never sink,
  even if rolling & pitching.
  우리나라는 무역에 의존한다.
  해운은 무역의 날개요,
  선원 없이 한국 없다. No Seafarer, No Korea.
  젊은이여, 바다로! Down to the sea, young men!


 
<당면과제의 검토>
“선원직업은 생업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삶의 하나의 방식이다  (Seafaring is more than a job: it is more even than a career: it is a way of life-U.K.)”

 

1) 격동변천을 겪고 있는 선원사회
(1) 위기에 처한 배승문제 Crisis in Manning 1989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배승과 훈련에 관한 국제회의(The International Manning and Training Conference)’는 ‘위기에 처한 배승(配乘)문제(Crisis in Manning)’를 주제로 한 충격적인 회의였다. “앞으로 해기사 양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선원비 신드롬을 타파하고, 탁월하게 훈련된 (자국)선원을 공급하는 일을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야만 미래의 해운산업은 유지될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경고했다.
1980년대부터 ‘KEMAS운동’이라는 말이 유럽의 선원교육계에서 나왔는데, ‘Keep Men At Sea’를 줄인 말이다. Wakeford 학장(영국, Southampton School of Navigation)이 사용한 말인데, ‘선원확보, 해기전승’을 뜻한다. 일본의 경우도 운수성의 ‘해기전승문제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역시 해기전승(海技傳承)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MET-Quo Vadis?(해사교육훈련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말도 유럽의 선원교육계에서 나왔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해운경영의 합리화 방편으로 선원비 삭감에 몰두한 유럽의 해운국들은, 세속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하는 사회풍조 속에서, 1970년대부터 점차 선원교육기관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기 시작했다.
이 원인이 ‘해운기업들이 경제적 능률주의로 저임금 선원을 고용한 때문인가’, 혹은 ‘젊은이들이 해상직업을 외면하는 경향 때문인가’ 등에 대한 조사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어떤 연유이든 문을 닫는 선원교육기관이 늘어났고, 선원공급원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고갈되고야 말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견해도 나오게 되었다. 한번 무너진 선원사회는 회복하기 어려웠다.


개발도상국 해사분야의 고급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설립된 세계해사대학(WMU)은 국제해사기구의 기술원조계획(IMO Technical Assistance Program)의 성공사례로 들고 있지만, 실은 그 이면에는 유럽국가들의 실직한 해사교육기관 교원들의 일자리 마련이라는 숨은 내용이 담겨 있다.
21세기를 앞두고 1998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SEMAN of the 21st Century(21세기의 선원)’ 주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는 ‘상선사관, 어느 나라의, 어떤 선박에 승무할, 어떤 종류의 선원을 양성하기 위해서, 어떤 훈련이 필요한가(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EAMEN of The 21st Century-Officer in the Merchant Marine, which training for which ships in which countries and what kind of crews, Paris, France, December 1998)’라는 내용을 다루었다. 21세기의 선원문제를 단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2) 원점으로 환원된 선원제도 근대화
세계의 해운산업은 1960년대 이후 대규모로 구조 변화를 겪었다. 그 주요 원인은 이 시기에 전개된 선박의 기술진보에 있다. 급진전 중인 선박운항의 기술혁신에 보조를 맞추어 선원교육훈련과 해기자격제도에 일대 개혁이 일어났다.
기술혁신이란 선박 주기관의 자동화라든지, 전자항행원조장치의 진전과 같은 선박운항에 필요한 여러 기기의 혁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체, 하역, 전용선화, 항만시설, 기타 관련 분야의 개혁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선박운항의 기술혁신이란 ‘선박운항에 관한 고도한 생산성 향상의 제방안(諸方案)’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해운산업계는 경영의 합리화의 요청으로 배승 정원을 감축하기 위한 선형의 개발을 추진했으며, 2000년대에 ‘한 자리 숫자 정원선(single figure crew ship)’을 목표로 한 선내조직의 개혁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선도적인 연구 개발을 추진한 일본의 경우 거국적으로 선원제도 근대화를 추진해 왔는데 A선, B선, C선 단계를 거쳐 11명 정원인 P선(pioneer ship)의 실용선화에 그치고 말았다. 선박운항의 경제성을 고려한 결과 소수정예화선의 개발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선언하고, 대신 근대화선에 저임금 외국인 선원을 혼승케 하는 ‘혼승근대화선(곤킨센 混近船)’이라는 배승구조가 등장했다. 선원제도의 근대화 추진은 일단 멈추고 원점(原点)으로 환원된 감이 있다.

 

3) 혼승선(混乘船)의 지병(持病)
-The cheapest is not always best. 싼 것이 비지떡
오늘날 위기에 처한 선원구인난 문제의 해결 대안으로 혼승화(Mixed Manning, Multi-National Manning)와 소인수 정원화(Minimum Manning)를 양축으로 하면서 유지되는 추세이다. 전자는 개발도상국의 자질이 낮은 저임금 선원을 배승한 결과 많은 해난사고의 발생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혼승선(混乘船) 닭은 해난사고라는 지병을 갖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자질이 낮은 선원들이 일으킨 대형 해난사고를 상기해보면서, “가장 값싼 것이 반드시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한 저임금 선원의 공급도 한계가 있고, 다국적 선원사회에서 표출되는 문화적 갈등과 마찰은 바람직하지 않은 큰 사건들을 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개발도상국 출신인 저임금 선원들은 경제적면에서 목적이 달성되거나 상황 변동에 따라 하선하고 귀국한다.


Moreby(영국 Plymouth Polytechnic 교수, The Humun Element in Shipping의 저자)는 다국적 선원사회의 문제점으로 애사심(loyalty)의 부재를 지적한 바 있는데, 공급의 항상성(恒常性) 유지를 보장할 수 없는 저임금 선원들에서 안전운항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자국인 선원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4) 선원직업에 대한 선원의 불만의식
급속히 진전하고 있는 성숙사회에서 고학력화, 가치관의 다양화, 취업기회의 증대, 핵가족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선원직업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선원직업은 외면당하고 있으며, 선원 자신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선원직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불만은 불만의식 간의 잠재적 관련성으로 처우와 평가, 선내생활, 직업, 일 등으로 크게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처우와 평가> 임금, 복지후생, 주변 사람들의 평가,
                 안전의료 혜택, 노동 협약
<선내 생활> 사생활의 희생, 생리적 스트레스,
               억압적 생활, 단조로운 생활, 건강관리,
               휴가결정법, 배 멀미, 식생활
<직업> 교우 범위의 한정, 교양과 상식, 인간 성장의 한정,
          화제(話題)의 한정, 고립성(가정과 사회로부터의 격리),
        지식의 활용
<일> 자격, 경험주의, 잡다한 일, 책임과 권한, 능력 발휘,
      능력 평가

 

고도성장에 따라 근로자의 복지문제가 중시되고 있다. 직장에서 노동시간의 단축, 안전, 위생 등 직장환경의 개선을 요구한다. 근로자의 복지충실화의 구현책의 하나로 휴가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미 주휴 2일제와 특별휴가의 실시 등으로 근로자의 생활의식도 높아져서 고도 경제 성장하에서는 ‘부지런히 일하는 벌’과 같은 삶의 방식은 반성기에 들어와 있다. 더 많은 휴일을 가족과 더불어 즐기려는 풍조는 레저 관광산업, 서비스산업의 발달을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인간성 회복을 크게 외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과제는 종합적인 복지대책을 서두르는 일이다. 공해문제(식품, 대기오염, 환경파괴, 기후 위기, 수질오염, 소음 등), 생활권 문제(주거, 교육, 노후생활, 교통, 물가 등), 생명의 안전보장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풍요로움은 물질적인 충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에서 정신적으로 윤택함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의의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5) 선박자동화의 발상은 인간성 회복
선박의 자동화는 선원이 해상직업의 특수성에서 생기는 불만 때문에 이직하는 경향이 높아가는 데에 대한 대책으로 대두한 것이다. 해운산업에서 선원의 정원수 감축, 연료소비량과 유지비 절감, 하역속도 촉진, 정박시간 단축, 가동률 향상, 신뢰성 제고, 선내작업의 정신노동화(from brawn to brain, 육체노동에서 정신노동으로) 등이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선박의 개념이 창출되어야 하게 되었으며, 선원의 교육훈련, 해기자격, 선내조직에 대한 검토와 특수구조의 선박, 특수운송화물에 대한 지식이 요망되었다.
선박에서는 기술·경영·노동·사회·생활이 일체가 되어 수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다방면적인 기능(機能)의 통일이 바로 선원의 임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선원교육도 단지 선박을 이동시키는 기술훈련에서 종합적 운항기술교육으로 그리고 해기교육의 이념도 보다 폭넓은 운항기술의 교육·연구(broader education)로 변천되어 가고 있다.


  해운계는 경영의 합리화를 표방하고 소인수 정예 근대화선(합리화선)의 운항을 시도해왔지만, 정원 삭감의 단계로, 북유럽국가의 선주들에 의해서 개시된 기관실 무인화의 첫째 목적은 선원의 생활환경을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일한다’는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개선하려는 데 있었고, 기관실 무인화와 선원 삭감을 쉽게 결부시키는 것은 그 발상이 전혀 다르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선박과 선원의 근대화(합리화, modernization, rationalization) 추진에 있어서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나 태도는 나라마다 특성이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학의 선도국답게 선박사(polyvalent officer) 구상을 맨 먼저 시도한 프랑스의 경우는 선원인력 부족에 대응해서, 북유럽국가들은 인간주의에 바탕을 두고 선원직업의 경력개발을 위해서, 독일은 효율적인 안전운항을 위해서, 일본은 기술혁신에 대응하고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각각 특색있는 선원제도 근대화를 추진했다.


해상에서 진행해 온 선박의 근대화(합리화)는 선원들에게 직장 매력을 주고 있는가. 부원은 청소인(cleaner)으로 격하되고, 하역장치의 정비기능에 대하여 긍지를 느껴온 갑판원들은 컨테이너선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 직원도 항해당직과 기계감시 당번으로 격하되고 관리면의 의사결정은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영관리자의 지위는 점차 상실되어 가고 ‘driver’가 되고 있는 감이 있다. 선내의 제반 기능이 push-button식인데 직원들의 임무는 권태감과 욕구불만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선박자동화에 따른 문제는 배승인원의 질적(항해·기관 양용해기사) 및 양적(소인수 정예 정원화) 변화와 운항의 안전성(신뢰도), 경제성에 귀착한다고 보고 있고, 인간성 회복이 본디 목적이었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선내문화의 창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인간성을 무시한 생산성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6) 선박의 기술혁신과 선박운항의 경제성
‘No crew is better than low crew(소인수 정원선보다 무인화선이 더 좋다)’ 이 말은 정원 삭감으로 해운경영의 합리화를 도모하면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운기업들의 고충을 절실하게 대변하고 있다.
기술혁신에 의한 선박의 자동화 추진은 한마디로 말해서 장기간에 걸친 선원부족 현상, 해상노동환경 개선, 치솟는 선원비 대응책 등이 주목적이었고 인력 절감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이와 같은 여러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일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혁신 수단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대대적으로 검토가 진행되어 왔다. 20세기 후반에는 ‘SO선(Ship’s people zero)’이라는 이름으로 무인화선의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는데, 그 동향의 기저는 21세기에 접어들어서 ‘자율운항선박(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이라는 공식 명칭을 국제해사기구가 채택하고 4단계의 자율등급으로 구분했는데, 3단계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제어하는 선박이고, 4단계는 완전한 자율운항선박으로 선박 자체가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장래 상업적 수준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국제표준이나 규제 등, IMO의 강력한 법적 기준(SOLAS, STCW, COLREG MARPOL 등)에 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므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해운산업에서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추진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주선(space ship) 개발은 유인화선의 경쟁이 치열한데, 대조적으로 해상항행선(surface ship)의 경우는 무인화선의 개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무인화선이 상용화되면 ‘영원한 과제’인 선원문제(주로 수급문제)가 해결되고, 해상직(sea crew)은 육상해기직(land crew)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고, 육상지원조직의 지원을 받는 초자동화선의 운항체제에서 무인화선은 육상의 운항통제를 받는 운항체제로 일대 변혁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는데, 어떤 자격을 갖춘 자가 통제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경험이 많은 상급해기사의 육상직 직역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할 때, 공급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상급해기사가 먼저 배출되어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박과 선원의 근대화는 해운기업이 먼저 주도하면서 실험에 착수하고, 후에 정부가 지원하는 북구형(北歐型)과 정부 주도하에 선원제도 근대화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노사학(官勞使學)이 협동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일본형(日本型)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다. 이와 같은 선도적인 국가들의 성공 사례를 지켜보면서, 한국은 실험선에 의한 실증적(實證的)인 검증 절차 없이 일단 운항사제도를 도입하여 법제화하고 장래의 변화에 대비했다. 선박과 선원제도의 근대화 추진 과정에서 노르웨이 해운산업계는 자신들이 겪은 오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기술을 먼저 진전시켜 변화를 가져온 다음에 선원을 채용하여 훈련하고 선내조직을 변화시켜 나간다는 사고방식은 버려야 했다. 교육적, 사회적, 직무 조직상의 요구를 먼저 고려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채용할 기술을 선택하는 방법이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만일 기술상의 변화를 먼저 고려한다면 많은 신기술들이 실제로는 선박에서 활용되지 않은 채 사장되고 말 것이고, 설령 활용된다고 해도 안전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보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많은 시간과 경비, 노력이 있어야 하고, 성패 여부도 고려할 문제이기 때문에 “배의 키를 다시 발명할 필요는 없다(There is no need to re-invent the wheel)”는 말처럼, 이러한 경험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형의 개발과 선원제도 근대화, 혼승선원제도 도입, 이 기로에서 선주들은 경영의 합리화를 모색할 것이고, 초자동화선의 설비투자도 경영의 합리화의 입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본다.
저임금 선원의 공급원이 있는 한, 초자동화선의 시설투자는 정체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7) 검토 대상인 문제 영역
선원직업의 매력화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① 선박을 ‘사회-기술시스템’으로 생각한다
선박은 여러 가지 기술형태와 함께 여러 가지 사회적 조직형태를, 변모하는 해운산업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적하게 연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관심이 부여되어야 한다. 국가 전체가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발전하고, 육상산업에도 산업민주주의가 도입된 상황인데, 다만 보수적으로 해운산업만이 종래의 문화를 고집하고, 전통적인 직장운영을 한다면, 사회와 한층 고립되고, 그 결과 민주적 풍토 속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을 해상직업에 유치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명령-복종’을 기축으로 하는 전통적 관행인 관리방식에서 ‘납득-협력’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의욕에 넘치는 집단을 이루는 민주적 방식의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일이 크게 중시해야 돼야 할 점이다.

 

② 선박을 ‘24시간 사회’로 파악한다
선박에서는 개인생활과 그 밖의 생활이 교호로 변화하는 업무조직이 존재한다. 이러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생활과 업무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 운항 중인 선박은 기술진전에 따라 합리화된 해상에 떠 있는 근대화 공장(近代化 工場, rationalized floating factory)이다. 해상직의 특수성을 최대한 제거하는 생활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③ 선박은 일생의 직업생활에서 보람된 곳이어야 한다
선원직업은 인생에 있어서 직업경력 중 일부분이기는 하나 전부는 아니다. 만일 육상직업을 원한다면 전직이 가능해야 하고, 또한 그 반대로 육상직에서 해상직업으로 취업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어떠한 일이나 역할을 위해서 계속 학습해나갈 수 있도록 선내에 어떠한 마련이 필요한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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