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중 (재)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연구원
황대중 (재)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연구원

2021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19개 APHoMSA 회원국 및 5개 국제기구가 참여한 가운데 제21차 APHoMSA 회의가 원격으로 개최되었다. APHoMSA(해사안전기관장, Asia-Pacific Head of Maritime Safety Agencies)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환경 보호와 해상안전 증진을 위한 지역적 협력 강화 및 교류를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된 다자간 지역 협력체로서, 호주해사청(AMSA, Australian Maritime Safety Authority)에 사무국을 두며 매년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 APHoMSA 회원국은 태평양에 인접한 국가들로 구성되며, 우리나라도 회원국으로서 1996년 호주에서 개최된 제1차 APHoMSA 회의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2020년 캐나다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회의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지연되어 이번에 열린 제21차 APHoMSA 회의는 2019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 제20차 회의에 이어 2년 만에 원격방식으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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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PHoMSA 홈페이지]

 

제21차 APHoMSA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아·태 지역의 국제협력 강화와 새롭게 채택된 2020-2024 APHoMSA 전략이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필자는 2019년부터 대한민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APHoMSA 회의 전반에 참여하고 있으며, 동 기고에서는 제21차 APHoMSA 회의를 통해 채택한 2020-2024 APHoMSA 전략의 주요 내용 및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강조되는 국제협력의 세부 사항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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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자 작성]

 

코로나19와 APHoMSA 차원의 국제협력

현재 APHoMSA 회원국은 총 26개국으로써 국가명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호주, 캐나다, 칠레, 중국, 쿡 아일랜드, 피지,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대한민국, 키리바시, 말레이시아, 마이크로네시아, 뉴칼레도니아, 뉴질랜드, 니우에,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싱가포르, 솔로몬 아일랜드, 티모레스테, 투발루, 미국, 바누아투, 베트남 그리고 몽골이다. 회원국 명단에서 알 수 있듯이 태평양지역의 군소 도서국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APHoMSA 회의의 실질적인 논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적 협력 활동을 통해 군소 도서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APHoMSA 회의장 내에서 군소 도서국들이 제출한 문서 또는 그와 관련된 문서의 논의 및 발언이 주를 이룬다.

 

해양의 특성상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양 환경보호 및 해상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해사 안전에 관한 IMO 협약 등의 국제 규정 이행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국의 해양환경을 보전하는 적절한 방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APHoMSA는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에게 win-win 하는 네트워크이다. 또한 이러한 협력 활동을 기반으로 APHoMSA 회원국 간 긴밀하고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향후 국제해사기구(IMO)와 같은 더 큰 규모의 다자간 국제회의에서 자국에 우호적인 지원 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외교의 장으로서 APHoMSA 회의가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 장기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국제 해사 부문의 다양한 지역적 협력과 교류에 영향을 미치며, APHoMSA 회의에도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 및 역할을 요구하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제21차 APHoMSA 회의에서 뉴질랜드는 F29/21 문서 제출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상안전 및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히 식별하고 달라진 환경에서 APHoMSA에 요구될 역할이 무엇인지 회원국 차원의 논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중국은 F33/21 문서 제출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선원을 포함한 국제 해운산업이 겪는 전반적인 어려움을 언급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기술적 측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선박·항만에서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 메커니즘 등의 정보 공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추가로, 중국은 이에 대한 회기 간 통신작업반 개설을 제안하였고 여러 회원국이 중국의 제안에 지지를 표하며, 통신작업반을 통한 논의 결과를 제22차 APHoMSA 회의(2022년)에 보고하기로 하였다.

 

항만국통제(PSC, Port State Control) 관련하여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그리고 Tokyo MoU가 문서를 제출하여 코로나19 대응 관련 효율적이고 좀 더 안정적인 PSC 검사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다수 회원국은 아직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보편적인 원격 검사가 어려운 실정을 인지하고 있으며, 다만 각기 조금씩 다른 수준으로 개발되어 운용 중인 회원국의 PSC 검사지침을 고려한다면 통일성 있고 일관된 검사지침의 개발과 이를 활용하기에 검사관과 선원이 적합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APHoMSA 2020-2024 전략

APHoMSA 회의는 4년 주기로 新 전략을 채택하여 조직의 운영 방향을 정한다. 아래 그림은 이번 제21차 APHoMSA 회의에서 채택한 2020-2024 전략의 주요 내용을 보여준다. 크게 4가지 부문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러한 활동은 개도국이 해사 안전에 관한 국제기준을 원활하게 충족하도록 지원하는데 상대적으로 큰 노력을 기울인다.

▲ 지역적 협력 강화 (Regional Cooperation)

▲ 해양환경 보호 (Protecting the Marine Environment)

▲ 선원복지 및 해상안전 (Safety at Sea, including Seafarer Welfare)

▲ 해양사고 대응 (Maritime Incident Response)

지역적 협력 강화에서 새롭게 강조되는 점은 해사 부문의 여성 활동 및 성 평등에 대한 부분이다. UN SDG 5(Gender Equality) 이행을 강조하며 국제 해사 부문에서 여성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국제해사기구(IMO)는 2019년 연간 테마를 ‘Empowering Women’으로 정하여 국제 해운산업에서 여성이 편견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APHoMSA를 통한 지역적 협력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국제적 현안에 관한 아·태 지역의 통일된 의견을 결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동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무게를 실을 수 있으며, 성 평등에 관해 아·태 지역 국가가 통일된 목소리를 낸다면 국제사회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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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자 재구성]

 

해양환경 보호 측면을 살펴보면 APHoMSA 네트워크를 통해 개도국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21차 APHoMSA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F15/21 문서 제출을 통해 ‘GHG SMART 프로그램’ 시행을 간략히 소개하고 회원국의 많은 참여를 독려하였다. 동 프로그램은 2018년 IMO 제72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채택한 선박 온실가스 감축 초기 전략의 개도국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기술적 사항을 개도국에 온라인 또는 대면 방식으로 교육을 시행하는 사업이다. 동 사업은 회의장에서 베트남, 중국 및 솔로몬제도 등 여러 회원국의 지지를 얻었으며 우리나라는 ‘GHG SMART 프로그램’에 관한 구체적인 시행 정보를 향후 IMO Circular Letter 문서를 통해 회람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APHoMSA 차원의 해양환경 보호는 국제해사기구(IMO)와 같이 해양환경 규제를 개발한다기보다 기존의 개발된 국제 규범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회원국 간에 원활하게 이행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상안전 및 해양사고 대응 관련하여 APHoMSA 회원국의 현황 또는 안전성 증진에 관한 모범 사례 등을 소개하는 논의가 주를 이룬다. 해양사고 방지를 위해 자국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워크숍, 세미나 등을 소개하고 회원국 간 정보 교류 및 협력을 촉진한다. 해양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소개되며 소개된 기술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에게 어떠한 형태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이에 관한 국제적 협력을 당부한다.

 

제21차 APHoMSA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차수에 이어 아․태 해양안전디지털(APPWeb, Asia-Pan-Pacific Web) 서비스 방안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였으며, 동 시스템을 활용한 아ㆍ태지역 해사 안전 확보방안 소개 및 테스트베드 개발ㆍ구축에 회원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였다. 또한, 미국과 싱가포르는 점차 강조되는 사이버보안 관련하여 항만 당국 간 국제적인 협력 네트워크 필요성을 제안하여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처럼, APHoMSA 차원의 해상안전 및 해양사고 방지에 관한 논의는 앞선 기술력 가진 선진국이 개도국을 이끌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제협력을 제안하고 상호 공조하는 형태로 발전된다.

 

 

국제 해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상안전과 해양 환경보호 중요성은 별도의 근거를 들지 않아도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APHoMSA 네트워크가 국제해사기구(IMO)와 같은 국제적 규모의 다자 기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적 협력체이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사 안전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조직된 점을 고려하면 그 의의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3일 동안 제21차 APHoMSA 회의의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비록 원격방식의 화상회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자국의 해사 안전과 더 나아가 아·태 지역의 해양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의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그러한 의지는 자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협력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개도국 지원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하는 등 명실공히 공여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26개 APHoMSA 회원국 중 OECD DAC에 가입된 국가는 우리나라, 미국, 캐나다 그리고 호주로서 단 4개국뿐이다. 4개국 중에서 조선·해운 강국이며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수준 높은 해기 인력을 배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사 부문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성공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언제나 존재한다. 1996년 APHoMSA 설립 이래 최초로 개최된 원격방식의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회원국의 의지를 체감하면서, 필자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층 성숙한 네트워크로서 APHoMSA가 발전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 해사 부문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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