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수선사들 해운물류 플랫폼 선점 각축전

디지털화 공급사슬 관리(SCM) 효율성 높여, 운송 관리, 물류 가시성, 운송 예측 등 물류 능력 확대
 

 
 

코로나19 여파로 해운업계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화, 플랫폼 구축이 해운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는 ‘플랫폼이 업계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플랫폼 비즈니스가 화두가 되면서 트럭운송, 물류창고, 포워딩 분야를 중심으로 화주와 물류 기업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디지털 물류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해운물류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늘어나면서 해운물류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시장규모는 2015년 2,322만달러에서 2020년 1억 4,392억달러로 5년간 6.2배 대폭 성장하고 화물중량도 7.5배 성장했다. 이는 코로나19 속에서 물류시장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의 구조가 변했다. 초기에는 전자상거래 업체는 유통업체의 기능만 했지만, 이제는 풀필먼트 작업을 직접하게 되면서 물류시장에서 진입하게 되었고 전자상거래 업체와 화주 간의 경쟁을 가져왔다.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화주와 이커머스 업체 사이에서 경쟁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수출입 전자상거래 항만운송 추이
△수출입 전자상거래 항만운송 추이

또한 과거 수출입을 원하는 화주들은 대부분의 운송 업무를 포워더를 통해 진행해왔다. 보통의 화주들은 통관서류 작성, 창고보관, 검사 등 물류 경험과 정보가 적어 포워딩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고 타 업체와의 견적 비교 등을 통해 물류를 운송해왔다. 하지만 포워딩업체에서 운송견적을 받는데 통상 3~7일이 걸리고, 받은 견적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주들은 포워더를 선택할 때 물류경력과 규모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류시장 진입, 포워더를 통한 물류 운송의 불편함, 항만 디지털화 등이 맞물리면서 최근에는 화주들의 니즈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해운물류업계의 ‘해운물류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화주들은 플랫폼을 통해 기존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수출입 물류업무를 간소화하여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선사와 포워더들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확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세계 유수의 선사들은 물류체계를 디지털화한 플랫폼을 앞장서 개발하면서 대규모로 조직화 된 운송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소규모 생산방식에 민첩한 대응을 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 포워더, 스타트업 기업들 플랫폼 선점 집중, 자체물량, 전문성 앞세워
글로벌 선사들은 자체 물량과 전문성을 앞세워 플랫폼 선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운물류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약 5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머스크(MSK), CMA-CGM, 코스코(COSCO), 하파그로이드 등의 글로벌 대형선사부터 삼성SDS, 판토스, K&N 등의 물류업체, 아마존(Amazon)이나 알리바바(Alibaba)등의 리테일 기업들과 같이 현존 사업자 주도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한 사례와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제3자형 플랫폼 서비스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머스크 라인, CMA-CGM, 하파그로이드, MSC, UASC가 참여해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인트라(INTTRA)’는 177개국에 걸쳐 3만 5,000여 화주와 60개가 넘는 운송회사 등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전 세계 해상운송 컨테이너 4개 중 1개가 인트라 플랫폼을 통해 예약이 이루어질 정도로 규모를 갖췄다. 2018년에는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공급망 제공 업체인 이투오픈(E2open)기업이 인트라를 인수해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운송 관리, 물류 가시성 및 운송 예측 등으로 구성된 현재 물류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제3자, 제4자, 화물운송 대행업체 및 운송업체 등 물류 서비스 공급자들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머스크와 IBM이 2018년에 공동 개발한 대표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TradeLens)’는 2020년 기준으로 14개 이상의 선사와 175개 이상의 조직이 가입되어 있다. 총 600개 이상의 항만 또는 터미널 자료를 통해 3,000만TEU 이상의 화물 추적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 사업을 디지털화해 공급사슬관리(SCM)의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2019년에는 하파그로이드, MSC, CMA-CGM, ONE 등 유수의 선사들이 참여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선사뿐만 아니라 포워더도 해운물류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위스계 글로벌 포워더인 퀴네나겔(Keuhne+Nagel)은 2018년 포괄적인 해상화물 운송서비스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인 ‘Sea Explorer’를 선보였다. ‘Sea Explorer’는 주요 통신 사업자와 높은 수준의 통합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3,000척 이상 선박과 750개 이상의 주간 서비스에 대해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모든 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출입 전자상거래 항만운송 추이
△수출입 전자상거래 항만운송 추이

이외에도 프랑스의 비영리 단체인 Bureau International des Containers(BIC)가 무료 컨테이너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Box Tech’을 내놓았다. ‘Box Tech’은 컨테이너의 중량, 최대 적재량 및 전 세계 다양한 종류의 컨테이너 관련 데이터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선단의 약 20%에 달하는 3,000만개의 컨테이너 디지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 수는 800여명의 주요 화주, 포워더, 선사들을 포함해 총 1,000여명 이상이 가입했다.

국내 대기업, 스타트업 중심으로 해운물류 플랫폼 시장 커져
우수한 “국내 해운물류 체계를 디지털화 역량, 전략 부족 고민할 문제”

국내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해운물류 플랫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중소화주 대상의 트레드링스(Tradlinx), 밸류링크유(Valuelinku)와 대기업 물류 플랫폼인 삼성SDS의 첼로(Cello)가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 운영중인 트레드링스는 국내 최초 수출입 물류 플랫폼으로 수출입을 진행하는 기업과 포워딩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상스케줄, 화물추적서비스, 수출입물류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5,000여개의 수출입 업체와 약 5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정부 기관을 비롯해 국내 대형 물류 기업들에 여러 수출입 물류 데이터를 제공하며 전문성을 입증받고 있다. 특히 이랜드, 두산인프라코어, LS Nikko 동제련 등 국내 대형 화주 기업들은 자사 내부 시스템에 트레드링스의 화물 모니터링 서비스인 ‘ShipGo(쉽고)’를 연동해 관리 효율성을 높였으며, 장금상선, 흥아라인 등 국적 선사들 역시 ShipGo를 도입하면서 고도화한 화물추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수출입 전자상거래 항만운송 추이
△수출입 전자상거래 항만운송 추이

2018년에 설립된 벨류링크유는 중소화주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대표적인 해운물류 플랫폼으로 수출입 물동량 등 해운지식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쉽게 플랫폼을 활용해 운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One-touch order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점이 있다. 또한 온라인 트레이딩 서비스인 커머셜 플랫폼으로 해운 직거래와 물류 견적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치 메이커 방식으로 중소형 화주와 해운물류기업을 연결하며, 무료로 스케줄 및 운임비교 조회, 부킹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3월 7일에는 남성해운과 에스위너스가 벨류링크유와 함께 컨테이너를 이용한 글로벌 화물운송 정보를 실시간 수집·관리하는 ‘물류 데이터 공유·활용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 등으로 물류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삼성 SDS의 첼로(Cello)는 대기업 물류 중심의 플랫폼으로 대기업 화물과 그동안 글로벌 물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해운물류뿐만 아니라 B2C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화주와 물류회사를 직접 연결해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실시간 운송 경로, 물류 위험, 통관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삼성 SDS는 첼로를 고도화하고 운임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자동차 부품, 유통 등 대외사업을 강화해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적원양선사인 HMM도 2020년 5월에 IT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디지털 혁신에 나섰다. 디지털, 모바일을 이용해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신성장 사업을 발굴한다는 목표이다. 또한 최근 5년간 IT 전문가를 100명 이상 영입하면서 단순 물동량 운송에 그치지 않고, 물류·운송 과정 등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지역 파트너사와 대형 네트워크를 연결해 거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항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3월 3일에 열린 ‘KMI 2021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우수한 중앙대학교 교수는 “외국의 머스크나 하파그로이드는 물류체계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항만물류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화주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생긴 것이다”며 “국내 해운업체들은 지금까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선박 대형화와 수익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지만, 이제는 디지털화를 통한 해운물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 교수는 국내 해운업체들이 해운물류 체계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역량과 전략이 부족하며, 연구자와 정부 정책관계자가 함께 고민할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