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2] 가덕신공항 부근 가덕수도의 해상교통흐름도(2015년)
[그림 2] 가덕신공항 부근 가덕수도의 해상교통흐름도(2015년)

I. 들어가며
우리나라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통상 언론은 선정적인 보도를 통하여 사고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고,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자를 악당으로 매도하며 처벌을 강조한다. 설사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일지라도 언론은 인재(人災)라고 주장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은 여기에 동조하여 정부에 대하여 책임자 처벌 및 강력한 예방대책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면 검찰이 신속하게 등장하여 사고와 관련이 있건 없건 관련자들에 대한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비리가 발견되면 모두를 기소하여 처벌을 받게 한다. 이 경우 국회도 나서서 관련자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발의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정확한 사고의 원인, 처벌강화의 효과 및 부작용 등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이처럼 관련자에 대하여 가능한 한 엄격한 처벌을 가하는 경향을 엄벌주의 또는 강벌주의라고 한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 과정은 반복되며, 처벌과 규제의 수준은 계속 상승하게 된다. 해양사고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1993년의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2007년 허베이 스피릿 (Hebei Spirit)호 원유유출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관련 선원 모두는 악당으로 취급되었으며, 이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적 분노가 빗발쳤다. 그 결과 관련 선원들은 대부분 엄중한 처벌을 받았으며, 선원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조치도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기본적으로 바다에는 해상 고유의 위험이 존재하고, 해양사고는 자연력과 인적, 물적. 시스템적 요소가 결합하여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선박운항자가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한다고 하더라도 강한 바람, 풍랑, 해류, 조류 등의 자연력은 순간적으로 해양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해도에 표시되지 아니한 암초, 퇴적에 의한 수심의 감소 등은 선박을 좌초시킬 수 있다. 이밖에도 운항자의 피로누적, 선박설비의 고장, 선박에 잠재된 하자, 화물적재의 불량 등 해양사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요인에 대하여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선원의 과실책임을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국가로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예방대책보다는 선원에 대한 처벌로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개인의 과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해양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과실은 고의행위와 달리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연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처벌로써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현재와 같이 복잡하고 고위험사회에서는 위험관리가 분산되어 다층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선원은 대부분 회사의 지시에 따라 선박을 운항하고 있으며, 전체 위험의 일부만 관리하고 있으므로 그의 과실이 결과적으로 재난으로 발전하더라도 그에게 모든 비난을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만을 바탕으로 현장의 선박운항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현실은 매우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현행 「도선법」에서는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규제를 하고 있다. 예컨대 도선업무는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도선사면허를 받은 도선사만이 수행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제4조 제1항). 또 도선사가 되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도선사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제5조). 이 경우 해양사고 예방이라는 정책목표를 위해서 어느 정도 국민의 불편·불이익은 불가피한 측변이 있으므로 해당 규제는 큰 무리 없이 용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선법」 내용 중에는 해양사고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보일 정도로 도선사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즉, 중대한 해양사고를 발생시킨 도선사에 대한 추가적인 징계, 도선사의 정년제한, 국가필수도선사 지정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규제는 엄벌을 통하여 해양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엄벌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해양사고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규제강화의 필요성은 일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목표와 규제수단이 맞지 않거나, 규제가 너무 과도하면 위법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도선법」에 규정되어 있는 규제의 문제점에 관하여 비판적인 검토를 행하고자 한다.

 

II. 해양사고에 따른 지방해양수산청장의 추가적인 징계
1. 배경
(1) 개요

도선사가 도선업무 중 해양사고를 일으키면 형사적, 민사적 및 행정적 책임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위의 규정은 해당 도선사의 면허에 대한 행정조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해심원은 이를 조사하고, 심판을 통하여 원인을 밝힘으로써 유사사고의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심법’이라 한다) 제1조). 만일 해양사고가 불가항력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도선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심판결과 도선사의 고의나 과실이 발견되면 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원’이라 한다)은 면허취소나 업무정지의 징계를 한다(「해심법」 제5조제2항). 만일 도선 중에 발생한 해양사고가 해양안전심판에 계류 중이면 향후 도선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해심원에서 행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해양수산부장관은 면허취소 등의 처분을 할 수 없다(「도선법」 제9조제4항 본문). 그러나 해심원을 통한 징계절차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중대한 해양사고의 경우 예외적으로 해양수산부장관은 해심원의 결과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해당 도선사에게 4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도선업무를 중지시킬 수 있다(「도선법」 제9조제4항 단서).

 

(2) 지방해양수산청장 추가징계의 연혁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전문기관인 해심원이 원인규명을 한 후 이에 따라 해심원이 직접 해당 도선사에 대하여 징계를 행하는 것은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어(조선수선령)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지속되었다. 즉, 1961년에 제정된 「도선법」(법률 제812호, 1961. 12. 6.)에서도 「해심법」에 의한 해양사고가 발생하였을 때는 해심법령을 따르도록 명확하게 규정하였다(제34조 단서). 그러나 1973년 제6회 비상국무회의를 통과된 개정법에는 ‘해운관청이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난(해양안전)심판에 계류 중이라도 당해 도선사의 도선업무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되며(제34조 제4항 단서), 해심원의 절차와는 별도로 해운관청이 직접 징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국가경쟁력의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의 전면적 규제 및 신설규제의 억제를 추진하였으며, 이에 따라 개정된 「도선법」(법률 제5917호, 1999.2.8.)에서는 업무정지의 기간이 4월 이내로 제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 지방청장 추가징계에 대한 비판
(1) 이중제재의 위험성

해양사고를 낸 도선사에 대한 징계는 「해심법」에 따라 준사법권을 행사하는 해심원에 의하여 행하여진다고 하더라도 행정적 제재로서의 성격과 목적은 「도선법」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이 행하는 면허의 취소 등의 처분과 다르지 아니하다. 만일 해심원의 징계절차가 마무리된 후 다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동일한 비위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성격과 목적을 가진 제재를 이중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될 소지가 없지 아니하다’2)

 

(2) 해심원의 무용화 및 법적 불안정 장기화
해양사고의 원인에 관하여 규명을 하고 재결로서 그 결과를 명백하게 하여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해심원은 누구보다도 해양사고의 원인이나 도선사의 잘못에 관하여 잘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해양사고가 해심원의 심판대상이 된 경우에 굳이 감독관청이 당해 해양사고를 이유로 도선사를 또다시 징계할 수 있다고 해석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만일 감독관청이 추가로 징계할 수 있다고 해석하게 되면, 많은 인원이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시간을 들여 확정한 해심원의 징계재결이 감독관청의 또 다른 징계처분에 의하여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어버릴 수 있고, 징계대상자가 오랜 기간 법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3)

 

(3) 지방해양수산청의 자의적인 행정처분 우려
제재적 행정처분은 침익적 처분이므로 반드시 법적 근거를 가지거나 철회권의 유보가 있어야 한다. 또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행정청의 자의적인 행정처분을 방지하기 위하여 행정청의 인허가나 등록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법률들은 위임명령으로 행정처분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도선법」 제9조제4항 후단의 규정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장관은 4개월이라는 한도 이외에는 징계절차, 행정처분의 세부기준, 이의신청 절차 등의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행정청의 자의적인 행정처분이 우려된다. 또 실제 이 규정을 집행하는 지방해양수산청의 담당 공무원들에게 해심원 정도의 선박운항에 관한 전문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기름오염사고나 인명사상사고 발생 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인하여 해양사고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국민적 질책에 따라 지방해양수산청은 충분한 검토없이 신속하게 도선사에게 행정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III. 해양사고를 우려한 도선사의 정년제한
1. 도선사 정년제도의 개요
(1) 개념

정년제도란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노사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제도를 말하고, 그 일정한 연령을 정년이라고 말한다.’4) 따라서 정년에 도달한 공무원이나 피고용인은 더 이상 근무할 수 없으므로 이후에는 퇴직금 등의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여 생계를 꾸려야 한다. 우리 「도선법」에서는 ‘도선사의 정년’이라는 제명으로 도선사는 65세까지만 도선업무를 행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제7조 본문). 이 규정과 같이 근로관계가 아니면서 자격증 소지자에 대하여 나이를 이유로 업무를 제한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또 법률의 제정작업에서 나이제한의 목적에 관하여도 제대로 토의되지 않았다.
도선사가 도선업무를 언제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재는 관행적으로 도선사가 만 65세가 되는 날로부터 도선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법률해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법문에서는 ‘65세까지 도선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만 65세에 도달하더라도 만 66세 이전까지는 계속 65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와 같이 국민의 권리를 규제하는 법조문의 해석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가급적 국민의 권리를 덜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2) 도입경위
일본의 「도선법」에 정년제도가 등장한 것은 1899년 

(明治32년)의 수선법(水先法)이다. 이 법에서는 도선사 면허를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서 23세에 도달하지 아니한 자와 60세 이상의 자를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1호). 이와 같이 도선사의 정년을 둔 이유는 당시 일본에서 도선사로 근무하던 다수의 외국인을 축출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인 도선사는 1877년에 15명 중 1명, 1896년에 28명 중 9명에 불과하였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외국인 도선사들이 차례로 정년에 도달하게 되었고, 1925년에는 모든 도선사가 일본인으로 바뀌었다.5) 이후 1949년(昭和24년) 전면 개정된 수선법에서는 도선사 정년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었고, 2020년 10월 현재까지 일본 수선법에 정년제도는 없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도선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은 「도선법」(1961년 12월 8일, 법률 제812호 제정)이다. 당시는 5·16 군사정변 이후 입법·행정·사법의 3권을 행사했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국회의 입법 기능을 대신하고 있던 혼란스러운 시기였으며, 이 법은 종래 조선에서 적용되던 조선수선령을 폐지하기 위하여 급조된 법이었다. 도선사의 나이제한과 관련, 이 법에서는 만 23세 미만의 자와 만 60세 이상의 자는 도선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제6조 제2호). 그러나 당시 일본에서는 도선사 정년제도의 필요성이 없어져 이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었는데, 왜 우리의 「도선법」에는 정년제도가 도입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및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의 「도선법」은 1949년 일본 수선법의 순서와 내용이 거의 같으며, 도선사의 결격사유로서 ‘만 23세 미만의 자와 만60세 이상의 자’는 1899년 일본 수선법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의 「도선법」은 1949년 수선법을 기본으로 하되, 1899년 수선법의 도선사 결격사유를 추가하여 제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도선사의 나이 제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2. 도선사 정년제도에 대한 비판
(1) 도선사의 나이와 해양사고 발생의 상관관계 부족

도선사에 대하여 나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물론 노령의 도선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해양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클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는 수긍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나이가 해양안전의 척도가 되기는 어렵다. 건강은 개인차가 심하므로 50세에도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있지만, 100세를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도 노령의 도선사가 젊은 도선사보다 사고를 더 많이 낸다는 근거는 없다.6) 도선 업무의 경우 그 성질상 육체적 능력보다는 정신적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처럼 아예 정년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선진 해운국에서도 도선사의 정년을 두고 있지 않다.

 

(2) 도선사만 정년을 두어야 하는 합리적 이유 결여
다른 국가자격증 제도와 비교할 때 왜 도선사에게만 정년제도를 두어야 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변호사, 세무사, 조리사 등의 경우는 물론 생명을 다루는 의사, 약사, 간호사 등의 면허에서도 정년을 두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교통수단에 사람을 태우고 운송하는 해기사, 개인택시 기사, 버스 운전기사, 항공기 기장의 자격제도에서도 정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리 주변에는 많은 노령자가 제한 없이 면허를 활용하여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의 노령자는 종래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훨씬 더 오래 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사의 경우 2020년 1월 현재 94세의 의사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18년 말 현재 70세 이상의 현역 의사는 3,488명이다. 택시기사의 경우 65세 이상이 27%이고, 90세를 초과한 사람도 237명이다.

 

(3)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역행
우리나라는 출생아 수는 계속하여 감소하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전형적인 저출산·고령화 국가이다. 2019년 11월부터는 인구 자연감소(사망자 수>출생아 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경우 한국의 고령 인구 비중은 2020년 14.9%에서 2045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37.0%로 급증하며, 2067년에는 고령 인구가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넘
어설 것이라 한다. 따라서 향후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추세의 개선을 위해서는 고령 인구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가가 필요한 바,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정년제도는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못하는 낡은 제도이므로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 따라서 도선사 면허에만 정년제도를 두어 강제로 퇴출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보아야 한다.

 

(4) 권리 제한에 따른 손실보상제도 미비
일반법 원리상 정년제를 실시하면 퇴직금 등의 지급이 있어야 한다.7) 만일 국가가 해양사고방지라는 공익상의 필요 때문에 도선사에 대한 정년 제한을 할 경우 국가는 불이익을 당하는 도선사에게 반대급부 차원에서 적절한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 개인의 귀책 사유가 없는데 국가의 일방적인 업무 제한으로 도선사는 정년 이후에 실업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정년 제한만 했지 아무런 보상이 없는 상태인 바, 이처럼 일방적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부당하다. 따라서 손실보상을 할 수 없다면 정년제도는 폐지하고, 도선사 스스로 생업을 계속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

 

IV. 해양사고에 따른 국가필수도선사 지정 거부
1. 국가필수도선사의 개요
(1) 개념

국가필수도선사는 2018년 「도선법」 개정을 통하여 새로 도입된 제도로서,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 시에도 계속 도선 업무를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가 지정한 도선사를 말한다. 국가필수도선사로 지정된 도선사는 3년의 범위에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도선법」 제7조). 비상사태 시 해양수산부장관은 국가필수도선사에게 업무를 명할 수 있으며, 국가필수도선사는 이에 따라야 한다(동법 제6조의3 제2항 및 제3항).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종사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국가필수도선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9조). 업무종사 명령의 수행 중 국가필수도선사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해양수산부장관은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제6조의4 제1항).

 

(2) 도입 경위
김동철 의원 등 35명의 국회의원은 2017년 10월 20일 「도선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9896)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① 도선사 요건 중 6,000톤이상 선장경력을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고 ② 도선사의 정년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면허의 유효기간을 68세로 제한하고 65세 이상 도선사에 대해서는 매년 정밀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며, ③ 도선사가 도선 행위와 관련하여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도선 중이었던 선박의 도선료 및 도선선료의 3배 이내로 도선사의 민사책임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개정 내용은 그 필요성과 당위성이 충분히 검토된 것이었다.8) 2017년 12월 1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는 전문의원의 검토의견에 따라 아래에서 설명하는 국가필수도선사 제도를 도입하며, ③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채택하였다. 이후 수정안은 내용상 큰 변화 없이 농해수위, 법사위 등을 거쳐 2018년 8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한편 정부는 전시·사변 등의 비상사태 시에도 차질 없이 해운·항만의 기능을 유지하고자 2018년 1월 5일 「비상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한 해운 및 항만 기능 유지에 관한 법률안」 (이하 ‘항만기능유지법’이라 한다, 의안번호 11303)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 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해양수산부장관은 비상사태 등에 대비하여 선박과 선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항만 기능의 유지를 위하여 미리 도선사, 항만하역업자 등과 항만운영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 항만운영협약을 체결한 자에 대한 유인책(incentive)으로서 도선사에게는 정년을 3년 연장할 수 있으며, 항만하역업자 등에게는 항만시설사용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도선법 일부개정법률안」(김동철 의원 대표발의)이 먼저 국회를 통과한 이후 도선사 정년연장 내용이 삭제된 「항만기능유지법」 수정안이 2018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2. 국가필수도선사제도에 대한 비판
(1) 정책 목적 및 수단의 정당성 부족

해양수산부는 「항만기능유지법」의 제정 사유로서 항만용역 공급중단으로 인하여 물류가 멈추는 위기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그 예로는 2016년 10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고박업체 등의 작업거부로 인한 하역 차질 및 선박급유업의 동맹휴업으로 외항운송사의 기항지 변경사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수일 내에 해결된 당시의 상황이 ‘의외의 사태’일 수는 있으나 ‘위기상황’이라거나 이 법에서 정하는 “비상사태등’(제2조 제1호)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항만기능유지법」에서 비상사태등으로 인정되려면 ‘국민 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이어야 하나, 용역공급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회복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9 특히 항만용역 공급업체들은 항상 용역 대금 체불이나 낮은 급유선 운송료에 시달리고 있으며, 용역공급중단은 대기업인 선박운송사을 상대로 이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들은 필요시 언제라도 자구책으로서 용역공급을 중단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를 모두 국민 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로 파악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


반면에 도선사의 정년연장 방안으로서 국가필수도선사제도 도입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우선 도선사는 도선 요청을 받으면 천재지변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도선법」 제18조 제2항). 또 이러한 도선 요청을 거절한 도선사는 3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동법 제40조 제1호). 따라서 도선사는 도선용역 제공을 거부한 사례가 없으며,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더욱이 전쟁 등 국가비상 시에도 일부 도선사는 전시동원에 관한 관련 법률에 따라 임무고지 및 동원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굳이 「도선법」에서 별도로 국가필수도선사를 규정할 특별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중복된 법률규정은 상호충돌의 가능성이 있어 비상시에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2) 법률의 위임이 없이 부령에서 새로운 법적의무의 창설
법률의 위임을 받아 제정되는 대통령령·부령 등 위임명령은 법률이 위임한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할 수 있을 뿐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 보충하거나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위임명령은 무효가 된다.
현행 「도선법」에서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자격을 갖춘 도선사를 국가필수도선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제7조의3 제1항) 자격의 구체적인 내용은 해양수산부령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령에서는 모법의 위임내용과 달리 다음과 같이 조문 제목을 바꾸어 규정하고 있다.

 

제9조의2(국가필수도선사의 자격기준)법 제6조의3제1항에 따라 국가필수도선사로 지정받으려는 도선사는 다음 각호의 자격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해당 도선구의 1급 도선사일 것
2. 최근 3년간 법 제9조제1항에 따른 면허취소처분 또는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

 

이 규정의 제1호는 만일 국가가 도선경험이 풍부한 자를 국가필수도선사로 지정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제2호의 경우는 수긍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과거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은 ‘결격사유’는 될 수 있어도 ‘자격’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도 ‘자격’은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다.10 법령의 해석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에서 해양수산부는 모법의 ‘자격’을 임의로 ‘자격 기준’으로 변경하고, 여기에 결격사유를 임의로 포함했다. 이처럼 모법규정의 내용을 임의로 확장해 추가적인 결격사유를 포함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한 위임명령은 무효일 소지가 크다.

 

(3) 정책 목적과 수단의 부조화
「도선법시행규칙」 제9조의2 제2호의 규정은 정책 목적과 수단 모두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규정의 문언에 따르면 국가필수도선사로 지정되려면 “최근 3년간 법 제9조제1항에 따른 면허취소처분 또는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이를 규정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국가필수도선사는 비상시를 대비하는 제도이므로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행정상 불이익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 도선사를 굳이 국가필수도선사 지정에서 배제하는 이유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왜 최근 3년만을 적용 대상 기간으로 하는지 및 왜 면허취소처분과 업무정지처분이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또 국가필수도선사 지정신청을 거부하는 기준으로서 이 규정은 정책수단으로서 합리성이 떨어진다. 「도선법」 제9조제1항 각호에 규정된 다양한 행위는 규정의 실익이 없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일부는 이중처벌의 소지가 있어 실제 국가필수도선사 지정기준으로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V. 결론
도선사는 해기사의 꽃이다. 도선사가 되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도선사는 일단 되기도 어렵고, 되어도 매우 어려운 직업이다. 도선사는 업무 중 항상 신체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항선이 항구에 도착하면 제대로 된 방호복을 착용하지도 못한 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홀로 승선해야 한다. 또 파도 속에서 도선사가 도선선에서 도선사용 사다리로 옮겨 타거나, 도선사용 사다리를 타고 수직절벽을 오르는 과정은 항상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파도가 치는 야간의 겨울바다는 최악이다. 바다에 추락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이에 더하여 도선업무는 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매우 심한 직업이다. 순간의 방심으로 대형선박의 운동을 제어하지 못하면 부두와의 접촉 등으로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많은 도선사들은 도선을 앞두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며, 도선을 마친 도선사는 파김치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국가는 도선업무의 국가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도선사를 존중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 현행과 같이 도선사를 규제정책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도선사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개선하여야 한다.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여, 앞으로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없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러한 업무를 하기 위하여 해양사고 전문기관으로서 해심원이 설립되어 있다. 그러나 해심원이 「해심법」에 규정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의문이 있다. 해심원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조직 내에서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중앙원장, 중앙심판관 및 중앙 수석조사관 등에 전문가가 임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3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으로서 해양수산행정에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누구라도 임명될 수 있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줄줄이 보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심원의 보직을 승진이나 보직관리에 계속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해심원은 당연히 제대로 된 사고원인이나 개선권고 사항을 제시하기 어렵고, 전문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기도 어렵다. 전문용어도 제대로 모르는 심판관들이 최고 전문가인 도선사나 선장의 해기과실 여부에 대하여 심판한다는 것은 일종의 블랙 코메디(black comedy)이다. 원인규명과 제도개선에 전문성이 없는 해심원은 발생된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징계에 치중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도선사·해기사는 이런 해심원의 징계를 수긍할 수 있을까? 당초의 설립목적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경미한 과실에 대하여는 과도한 처벌을 하는 해심원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더욱이 해양사고로 총 4번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현행의 복잡한 심급제(지방해심→중앙해심→고등법원→대법원)는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다. 해심원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적절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기고문의 논조는 본지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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