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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해운기업의 백년대계 요인으로 활용해야

기사승인 [565호] 2020.10.05  14: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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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관
경영학박사 (전
 KMI 부원장)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되었다. 새삼스럽지 않은 개념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중요성이 쉽게 간과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의 저변 곳곳에 스며들어 그 영향이 매우 복합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들고 대응하기도 어려운 변수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해운기업에게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 

해운관련 국내외 언론보도나 학술보고서를 살펴보면 많은 내용들이 기후변화 영향을 단순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선박의 배출가스를 더욱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논리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전에는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을 금지시키는 국제질서가 형성되자 이에 대응하기 급급하다보니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해운업계의 인식이 단순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해운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대응논리가 필요한 변수인 것이다.

우선 기후변화는 선박의 운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해운과 관련해서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해양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이다. 해양온도 상승은 태풍의 발달 및 진행조건을 변경시킨다. 그래서 경험치 이상의 태풍발생 횟수, 경험치 이상의 강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동경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는 선박의 운항일수를 줄일 수 있고, 선박의 파손을 증대시킬 수 있고, 선박의 운항경로 재설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해양기온 상승은 화물의 냉동이나 냉장관련 비용도 증가시킬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선 일대를 침식시키고 항구 앞바다의 퇴적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선박의 항만 입출항로를 변경시키고, 선박접안 및 하역시설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특히 태풍의 조건변경과 해수면상승이 결합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육상 및 해양온도 변화를 초래하여 육상의 곡물, 야채, 과일, 육류 등의 생산지역과 생산량을 변화시키고 수산물의 서식지도 변경시킴으로써 선박의 운송수요 조건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변수로서의 기후변화가 해운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이다. 이 영향은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고 그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인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전염병 대유행을 예로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인 이해방법이 될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관련 홈페이지 자료인 ‘코로나바이러스와 기후변화(Coronavirus and climate change)’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육상과 해양의 크고 작은 동물들이 그 열기를 피해 북극과 남극 방향으로 이동하여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으로 동물들의 새로운 접촉이 이루어지고, 이 새로운 접촉으로 병원균이 새로운 숙주에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전염병에 우호적인 확산조건을 형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염병 확산조건의 변화로 인해 지난 수십 년간 전염병균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다양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진드기가 사람에게 세균을 옮기는 라임병(Lyme disease), 장염비브리오균(Vibrio parahaemolyticus)과 같은 수인성 질병(waterborne diseases), 말라리아(malaria)나 뎅기열(dengue fever)과 같은 모기매개 질병(mosquito-borne disease) 등 다양한 전염성 질병이 유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을 겪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이나 홍수 등이 새로운 전염병 유행전선을 형성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코로나19가 극복된 이후에도 아니면 극복되기 전에도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는 사람, 동물, 식물의 생존조건을 변화시키게 됨으로써 사람, 동물, 식물을 위한 물자수송의 조건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양과 질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인간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의 조건을 뿌리채 흔들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새로운 대응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대응은 새로운 행동질서를 형성하게 되며, 경제와 산업질서도 근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국제해운의 수요조건이 유례없는 변화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해운기업도 생존양식과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가 겪고 있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디지털화, 블록체인, 양자암호통신, 비대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수많은 변수들은 모두가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만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변수를 소화해야 하는 해운기업도 항상 기후변화라는 근본적인 변수를 함께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해운기업은 기후변화를 ‘선박의 배출가스 규제’라는 선박운항의 새로운 조건으로만 연결시키지 말고 보다 근본적이고 다양한 조건에 연결시켜보아야 한다. 인간의 생활변화, 기업의 생존양식 변화, 인간간의 경쟁 및 기업간의 경쟁양상  변화, 해상운송 및 지구촌 물류조건의 변화 등에 기후변화를 결합시켜 보아야 한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기업의 가장 중요한 대응 포인트는 기후변화를 복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새로운 주춧돌을 깔고 새로운 구조의 생존조건을 설계하고, 새로운 기업조직과 경영스타일, 새로운 선박, 새로운 터미널,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경쟁방법 등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야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기회요인을 백년대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임종관 komares@chol.com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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