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5도8332 판결 -

서론

 
 

상법 제740조는 “이 법에서 ‘선박’이란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항해에 사용하는 선박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사회통념상 선박은 수상 또는 수중을 항행하기 위한 용도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부양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력으로 항행하는 능력(自力航行能力)이 없이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부선(浮船, barge)은 원칙적으로 선박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선박법은 이를 선박으로 의제하고 있다(선박법 제1조의2 제1항 제3호). 선박은 동산이다. 따라서 선박에 대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하는 경우, 즉 선박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는 방법에 의하여 채권을 담보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동산양도담보에 관한 법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선박의 소유권은 등기 또는 등록에 의하여 공시되므로, 등기·등록 대상인 선박에 대한 양도담보에 대하여는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 준용된다(가등기 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5도833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은 동산양도담보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는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침해할 수 있는 양도담보권 설정자의 처분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형사판결이다. 비록 형사판결이지만 대상판결은 선박공시제도와 관련한 많은 해상법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을 매개로 선박공시제도에 관한 내용을 살펴본다.

사실관계
가. 피고인들(3명)은 유람선 영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A 회사의 대표이사, 전(前) 이사, 그리고 그 계열그룹의 회장이다. A 회사는 ‘노들나루’ 등 총 9곳의 한강변에 유람선의 선착장 용도로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을 설치하여 소유하고 있었는데, 위 9척의 부선(선착장)을 통틀어 ‘이 사건 선착장’이라 한다.

나. A 회사는 2006. 6. 19. B 회사로부터 120억 원을 대출받았다. A 회사는 당시 B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선착장을 포함한 11개의 선착장(이하 ‘이 사건 11개 선착장’)의 가격을 132억 원으로 책정하여 위 대출금채권에 대한 담보로 그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설정하는 내용의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한 다음,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위 11개 선착장을 B 회사에 인도하였다. A 회사는 이 사건 11개 선착장을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외에도 그 소유 선박들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주식에 질권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B 회사에 담보를 제공하였는데, 이후 A 회사와 B 회사는 몇 차례 대출에 관한 변경약정 등을 하였다가 최종적으로 2010. 3. 29. 미상환 원금을 약 461억 원으로 하는 변경대출약정을 체결하였다(이 사건 제1대출계약). 또한 A 회사는 계열회사가 B 회사에 부담하는 채무를 정산하기 위하여 2009. 11. 24. B 회사와 사이에 대출금을 약 117억 원으로 정하는 대출약정을 체결하는 한편, B 회사에 이 사건 11개 선착장을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다(이 사건 제2대출계약).

다. B 회사는 2010. 10. 29. C 회사에 이 사건 제1, 2 대출금 채권과 그 담보권을 양도한 다음 2010. 12. 24. A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다. C 회사는 2011. 7. 15. D 회사에 이 사건 제1, 2 대출금 채권과 그 담보권을 양도하였고, 같은 날 A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다.

라. 한편 A 회사는 2009. 10. 20. E 회사로부터 약 94억 원 상당의 공유수면매립지를 현물출자 받고 2009. 11. 14. A 회사의 보통주 약 188만 주를 발행하여 주었는데, 이후 D 회사의 계열사인 F 회사(F 회사는 그 무렵 A 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취득한 상태였다)가 제기한 신주발행무효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2011. 12. 22. 확정됨에 따라 A 회사는 E 회사에 약 94억 원의 출자금반환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이후 A 회사의 변제 등으로 위 출자금반환채무는 약 48억 원으로 감소하였다.

마. A 회사는 E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위 출자금반환채무 중 일부를 대물변제하기 위하여, 2011. 10. 27. 이 사건 선착장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2011. 12. 30. E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권을 E 회사에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계약을 체결하고, 2012. 1. 2. E 회사에 위 대물변제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바. 검사는 ‘피고인들은 F 회사에 A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길 것이 확실하게 되자, F 회사의 계열사인 피해자 D 회사가 양도담보권을 보유하고 있던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권을 E 회사로 이전함으로써 피해자 D 회사가 A 회사를 정상적으로 경영하지 못하게 하기로 공모하고, 피해자 D 회사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2011. 12. 30.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권을 E 회사에 이전하기로 결의하고, 2012. 1. 2. E 회사 앞으로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줌으로써 양도담보권자인 피해자 D 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담보권을 상실케 하는 손해를 가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범죄사실로 피고인들을 기소하였다.

사건의 경과
가. 피고인들은 제1심법원에서 D 회사는 A 회사나 피고인들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주장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들은 D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였다. 제1심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제1심법원은 상법 제743조에 따르면, 등기 및 등록할 수 있는 선박의 경우 그 소유권의 이전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그 효력이 생기지만, 이를 등기하고 선박국적증서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전제한 후, ‘D 회사는 2011. 7. 15. B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선착장에 관한 양도담보권을 이전받은 C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각 선착장에 관한 양도담보권을 양수받기로 합의함으로써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나, 나아가 이를 등기하지 아니한 이상 제3자인 A 회사에 대하여 그 양도담보권 취득 사실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법원은 D 회사가 A 회사에 대하여 양도담보권 취득 사실로 대항할 수 없는 이상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회사나 피고인들이 D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검사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검사는 채무자이자 양도담보권을 설정해 주어야 할 지위에 있는 A 회사가 D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상법 제743조 단서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A 회사가 상법 제743조 단서의 ‘제3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다투었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법원은 우선 “상법 제743조 단서가 등기 및 선박국적증서의 기재를 물권변동의 대항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상법 제743조 단서의 제3자는 ‘물권적 합의의 당사자와 그 포괄승계인을 제외한 전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등기 및 선박국적증서 기재의 흠결을 주장함에 정당한 이익을 가진 제3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를 전제로, 비록 D 회사가 이 사건 선착장에 관하여 등기 등을 마치치 않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자로서 양도담보권을 설정하였던 A 회사로서는 양도담보권을 적법하게 양수한 D 회사에 대하여 그 등기의 흠결을 주장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아, 결국 A 회사가 상법 제743조 단서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상법 제743조 단서에서 정한 제3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항소심 법원은 ‘담보물의 처분으로 인한 배임죄의 경우에 담보물 자체의 가액이 곧바로 담보권자에 대한 손해액이 되는 것은 아니고, 피담보채권의 범위 내에서 당해 담보물의 처분으로 인하여 상실 또는 훼손된 담보가치 상당액이 담보권자에 대한 손해액이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담보권자를 위하여 공동담보로 제공된 여러 개의 담보물 중 일부의 처분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동담보로 제공된 담보물의 가격비율에 의하여 산정된 해당 담보물의 담보가치 상당액이 그 손해액이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배임행위로 인하여 D 회사가 입은 손해액(이 사건 11개 선착장 중 이 사건 선착장의 가격비율에 의하여 산정된 담보가치 상당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죄만을 인정하였다.

다. 피고인들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피고인들은 항소심 법원에서 ‘동산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경우 양도담보권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종래의 판례에 따라 그러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런데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산에 대한 양도담보권설정자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양도담보권자에게 부담하는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의무로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례가 변경되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변경된 판례에 따라, “피고인들이 양도담보권자인 D 회사의 담보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피고인들을 D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에 환송하였다.

대법원의 판시사항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피고인들이 D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판시사항]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 즉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검토
가.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권 이전과 그 공시
우리나라는 선박의 공시제도로서 해사행정의 관리를 위한 선박등록제도와 물권의 확정(선박에 관한 권리관계의 공시)을 위한 선박등기제도를 함께 두고 있다.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권 이전과 그 공시에 관한 사항은 선박법, 선박등기법, 그리고 상법의 규정을 함께 보아야 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선박(이하 ‘한국선박’이라 한다)의 소유자는 선적항을 관할하는 지방해양수산청장에게 선박을 취득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그 선박의 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선박등기법 제2조에 해당하는 선박은 선박의 등기를 한 후에 선박의 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선박법 제8조 제1항). 지방해양수산청장은 선박의 등록신청을 받으면 이를 선박원부(船舶原簿)에 등록하고 신청인에게 선박국적증서를 발급하여야 한다(선박법 제8조 제2항). 한국선박은 이처럼 선박의 등록을 함으로써 선박국적증서를 교부받고 한국선박으로서의 모든 특권과 의무를 갖게 된다.

한편 선박등기법 제2조는 ‘총톤수 20톤 이상의 기선(機船)과 범선(帆船) 및 총톤수 100톤 이상의 부선(艀船)’이 선박등기의 대상임을 정하고 있다. 다만 ‘총톤수 20톤 이상인 부선 중 선박계류용ㆍ저장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수상에 고정하여 설치하는 부선’에 대하여는 등기와 등록에 관한 선박법과 선박등기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선박법 제26조 제4호 본문, 선박등기법 제2조 단서). 그런데 선박법이 2009. 12. 29. 법률 제9870호로 개정되면서 ‘공유수면법 제8조에 따른 점용 또는 사용 허가나 하천법 제33조에 따른 점용허가를 받은 수상호텔, 수상식당 또는 수상공연장 등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적용 제외에 대한 예외 규정이 신설되었다(선박법 제26조 제4호 단서). 이는 수상레저 수요증가 및 마리나 항만 개발 등으로 수상구조물의 설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상호텔, 수상식당 또는 수상공연장 등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을 등록과 등기의 대상으로 삼아서 원활한 거래·담보제공과 그 공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사건 선착장은 유람선의 선착장 용도로 설치된 부선으로서 선박법 제26조 제4호 단서가 예정하고 있는 유형의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에 해당한다.

이처럼 이 사건 선착장이 2009년 선박법 개정에 따라 등록 및 등기의 대상이 되었으므로 그 소유권의 이전에 관하여 상법 제743조가 적용된다. 상법 제743조는 “등기 및 등록할 수 있는 선박의 경우 그 소유권의 이전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그 효력이 생긴다. 다만, 이를 등기하고 선박국적증서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743조는‘등기 및 등록할 수 있는 선박’에 대하여만 적용된다. 상법 제743조 본문은 ‘인도(점유의 이전)’를 동산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민법 제188조 제1항에 대한 특칙이다. 선박도 동산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는 인도에 의해 소유권이 이전되지만, 선박의 이동성과 해상거래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등기선박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만으로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도록 이른바 ‘의사주의’를 취한 것이다. 상법 제743조 단서는 선박등기와 선박국적증서에의 기재(등록)를 소유권 이전의 성립요건으로 하지 않고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한 소유권 이전은 등기와 등록을 하여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나. 선박법의 개정에 따른 효과
A 회사가 B 회사에게 이 사건 제1, 2 대출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11개 선착장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할 당시인 2006. 6. 19.와 2009. 11. 24.는 이 사건 선착장을 등기 및 등록 대상으로 삼는 2009. 12. 29.자 선박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이었다. 따라서 최초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한 양도담보권이 설정될 당시에는 선박의 소유권 이전을 위해 인도가 필요하였다. A 회사는 B 회사에게 민법 제189조가 정한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이 사건 선착장을 인도하였으므로, 양도담보권 설정의 요건을 갖추었다. 그런데 이후 선박법이 개정되어 B 회사가 C 회사에게, C 회사가 다시 D 회사에게 각 이 사건 제1, 2 대출금 채권과 그 담보권을 양도할 당시인 2010. 10. 29.와 2011. 7. 15.에는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한 양도담보권(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양도담보권이 이전될 수 있다. 제1심판결과 항소심 판결도 이러한 논리에 따라 상법 제743조에 의해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한 양도담보권이 B 회사에서 C 회사를 거쳐 D 회사에게 순차로 이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선박법의 개정에 따라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한 양도담보권이 영향을 받는가? 이 사건 선착장이 등기와 등록에 의해 공시됨으로써 준(準) 부동산과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동산양도담보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D 회사는 E 회사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자신의 양도담보권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을, 예비적으로 C 회사와 B 회사를 순차로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 사건에서는 D 회사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되고 예비적 청구가 인용되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A 회사가 E 회사에게 대물변제를 위하여 이 사건 선착장의 소유권을 이전한 행위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이른바 ‘신탁적 소유권 이전설’). 즉 법원은 양도담보권을 설정할 당시 동산양도담보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는 상태였던 만큼, 그 이후 선박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선착장이 등기·등록에 의해 공시되는 상태가 되었다 하더라도 위 양도담보에 부동산양도담보의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거나 기존의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긴다고 보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하여 동산양도담보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 판단하였다.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계약이 체결되고 양도담보권자가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받았다면 그 사용수익권은 없지만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소유자임을 주장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44739 판결 등 참조). 한편 선박법이 2009. 12. 29. 법률 제9870호로 개정되면서 제26조 제4호의 단서가 신설되어 그동안 등기대상이 아니었던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도 등기대상이 되었는바, 위 개정 선박법에서 이미 발생하여 존재하는 기존의 권리관계에 관한 효력규정이나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선박법 개정 전에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에 관하여 설정된 양도담보권은 선박법 개정 후에도 등기와 상관없이 그대로 존속하고, 양도담보설정자가 선박법 개정 후 자기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더라도 이는 대외적으로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로서 원인 무효의 등기라고 할 것이다.

다. 상법 제743조 단서 ‘제3자’의 범위
이 사건에서 제1심법원과 항소심 법원의 판단을 가른 결정적인 쟁점은 상법 제743조 단서 ‘제3자’의 범위에 A 회사가 포함되는가라는 것이었다. 제1심법원은 이를 긍정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다. 상법 제743조 단서 ‘제3자’의 범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국내에서 별다른 논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상법 제743조 단서의 제3자는 ‘물권적 합의의 당사자와 그 포괄승계인을 제외한 전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등기 및 선박국적증서 기재의 흠결을 주장함에 정당한 이익을 가진 제3자’만을 의미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본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일본민법을 의용(의용민법)하던 시기에는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하여 대항요건주의(의사주의)를 취하고 있었다(의용민법 제177조). 그리고 우리 대법원은 의용민법 제177조를 적용함에 있어서 등기의 흠결로서 대항할 수 없는 ‘제3자’는 ‘등기의 흠결을 주장함에 법률상 정당한 이익을 가진자’에 한정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여기서의 ‘제3자’에는 정당한 원인 없이 등기를 받은 제3자 또는 불법행위 관계에 있는 제3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항소심 법원은 의사주의를 취하던 의용민법 시절의 판례를 상법 제743조 단서 ‘제3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적용한 것인데, 이는 그 타당성을 수긍할 수 있다. 상법 제743조 단서 ‘제3자’의 범위를 위와 같이 제한적으로 보면, 양도담보권 설정자로서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의무, 그리고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을 부담하는 지위에 있는 A 회사, 그리고 그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피고인들은 양도담보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등기의 흠결을 주장할 이익 있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29) 따라서 D 회사가 이 사건 선착장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을 취득하고도 이에 관한 등기 및 등록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A 회사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그 양도담보권 취득 사실로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위 나.항의 D 회사가 E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법원은 C 회사나 D 회사가 이 사건 선착장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이상 E 회사에게 그 양도담보권(소유권)의 취득을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D와 E 사이의 관계에서 E는 ‘등기 및 선박국적증서 기재의 흠결을 주장함에 정당한 이익을 가진 제3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상법 제743조 단서의 ‘제3자’ 해당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고도 볼 수 있다.

라. 동산양도담보에 관한 배임죄 판례의 변경
채무자가 점유개정에 의하여 양도담보된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종래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였다.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양도담보가 설정되어 채무자가 그 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적으로 채권자에게 이전됨에 불과하여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나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담보의 약정에 따라 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채무자가 양도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판결에서, 대법원은 대상판결의 판시사항과 같은 이유로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대상판결의 제1심판결과 항소심 판결에서는 동산양도담보권 설정자인 A 회사의 이 사건 선착장 처분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음을 전제로 D 회사가 A 회사 및 피고인들에게 양도담보권 취득을 주장할 수 있는가를 주된 쟁점으로 심리하였으나, 아쉽게도 위와 같은 판례 변경으로 인하여 그러한 쟁점에 관한 심리는 빛을 잃게 되었다.

결론
대상판결은 형사판결로서 언뜻 해상법 쟁점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09년 선박법 개정에 의하여 등기와 등록 대상이 된 ‘부유식 수상구조물형 부선’에 대한 양도담보와 관련하여 중요한 해상법적 쟁점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산양도담보에 관한 배임죄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항소심 법원에서 선언된 상법 제743조 단서 ‘제3자’의 범위에 관한 법리의 당부가 대법원에서 확인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에서 상법 제743조 단서 ‘제3자’의 범위에 관한 명확한 판시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상판결이 선박의 공시제도와 관련하여 유의미한 가치를 부여받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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