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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판례 연구-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의 법적 체계

기사승인 [559호] 2020.03.31  16: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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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7두37215 판결 -

 

   
이필복
울산지방법원 판사

1. 서론
‘항만’이란 선박의 출입, 사람의 승선·하선, 화물의 하역·보관 및 처리, 해양친수활동 등을 위한 시설과 화물의 조립·가공·포장·제조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을 말한다(항만법 제2조 제1호). 우리나라의 항만은 크게 무역항, 연안항, 그리고 마리나항 3가지로 나뉜다. 무역항은 국민경제와 공공의 이해(利害)에 밀접한 관계가 있고 주로 외항선이 입항·출항하는 항만, 연안항은 주로 국내항 간을 운항하는 선박이 입항·출항하는 항만을 말한다(항만법 제2조 제2호, 제3호).1) 무역항과 연안항의 개발·관리·사용 등은 일반법인 항만법에 의해 규율된다. 마리나항은 유람, 스포츠 또는 여가용으로 제공 및 이용하는 선박(보트 및 요트를 포함한다)인 ‘마리나선박’의 출입 및 보관, 사람의 승선과 하선 등을 위한 시설과 이를 이용하는 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고시한 마리나항만구역을 말한다(마리나항만법2) 제2조 제1호). 무역항의 항만시설 개발 및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그리고 여수항과 광양항3)에는 이를 관할하는 항만공사를 두고 있는데, 항만공사의 설립과 운영 등은 항만공사법에 의해 규율된다.

 

한편 항만운송사업법은 항만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운송사업을 규율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항만에서 벌어지는 법률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만 항만법, 마리나항만법, 항만공사법, 항만운송사업법 네 가지가 있다. 그러나 항만의 개발·관리·사용 등 항만에서 벌어지는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징수를 둘러싼 행정소송 사건의 판결이 이따금씩 내려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7두37215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은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에 관하여 내려진 중요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에서는 화주가 화물을 양하·적하하는 용도의 국유의 항만시설을 사용·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항만공사 등 관리청에 ‘화물입항료’를 부담하여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대상판결은 이를 긍정한 40년 전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4)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을 매개로 삼아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의 법적 체계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본다.

 

2. 사실관계
가. 원고(한국남동발전 주식회사)는 석탄화력기술을 이용하여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 등을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인천 옹진군 영흥면 외리(영흥도)에 위치한 영흥화력발전소 항만시설(이하 ‘이 사건 항만시설’이라 한다)을 사용하고 있다. 피고(인천항만공사)는 2005. 7. 11. 항만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사로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인천항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를 인계받아 이 사건 항만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나. 이 사건 항만시설은 영흥화력발전소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 계류시설인 돌핀 부두, 석회석 부두, 물양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계류시설인 돌핀 부두, 석회석 부두, 물양장은 원고가 영흥화력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원료 등의 조달을 위한 접안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원고의 비용으로 설치한 것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은 2003. 8. 28. ‘원고가 영흥화력발전소 운영을 위하여 설치하는 항만시설, 장안서 항로에서 영흥화력발전소로 이어지는 정박지 및 항로 등’을 항만구역 밖 항만시설로 지정·고시하였고, 국토해양부장관(현 해양수산부장관)은 2011. 8. 16.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2조 제1호에 따라 항만공사 관할 대상 항만시설을 지정·고시하면서 이 사건 항만시설을 수역시설 및 계류시설인 ‘항만구역 밖의 항만시설’로서 피고의 관할 대상 항만시설로 지정·고시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항만시설을 통하여 화력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원자재 등 화물을 반입·반출할 때 인천항 수상구역 항계 내 항로를 사용하지 않으나, 이 사건 항만시설에 진출입하기 위하여 인천항 수역시설로 지정·고시된 장안서 인천항 입항항로, 정박지는 사용하고 있다.
 

라. 한편 해양수산부장관은 2004. 7. 13. 당시 인천항 항만시설의 관리권한을 가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타 화력발전소와의 경쟁력 확보,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대한 기여 등을 고려하여 원고에 대한 화물입출항료를 인천항 요율(192원/톤)보다 낮은 기타항 요율(114원/톤)로 적용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2004. 8. 1.부터 원고에게 기타항 요율을 적용하여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였고, 원고는 이후 약 10년 동안 기타항 요율을 적용한 화물입출항료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및 이를 인계받은 피고에게 납부해 왔다.


마. 피고는 기타항 요율을 적용한 화물입출항료의 부과·징수가 항만법, 항만공사법 등 관련 법률과 ‘무역항의 항만시설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2014. 1. 1. 해양수산부고시 제2013-273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및 이 사건 고시가 정한 항만시설사용료의 종류·요율 및 산정규정을 따라 피고가 정한 ‘인천항의 항만시설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2014. 1. 23. 인천항만공사 규정 제242호,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2014. 4. 16. 원고에게 인천항 요율을 적용한 항만시설사용료(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3. 사건의 경과
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5) 원고는 신뢰보호원칙위반, 재량권의 일탈·남용, 절차적 하자 등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다양한 주장들을 하였다.6) 그중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에 특유한 중요한 주장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① 국가의 소유가 아닌 이른바 비귀속 항만시설에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근거법령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 소유인 이 사건 항만시설 사용에 대한 사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
② 항만시설사용료의 일종인 ‘화물입출항료’는 그 문언대로 화물이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경우에 화주에게 부과되어야 하고, 그 징수대상시설도 화물 양·적하, 보관 등에 관련된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고시 또는 ‘항만공사가 징수하는 사용료 및 임대료의 세부 구분 등에 관한 규정’(2013. 5. 6. 해양수산부고시 제2013-28호, 이하 ‘이 사건 세부고시’라 한다),7) 그리고 이 사건 규정은 화물입출항료를 해당 항만의 항로 및 정박지와 같은 ‘수역시설’을 사용한 경우에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모법인 항만법·항만공사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였다. 따라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그 법령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


나. 제1심법원은 위 ① 주장에 대하여, “항만법은 사용료 징수를 함에 있어 항만시설이 국가에 귀속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규정하고 있고, 사용료의 일부 또는 전부가 면제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도 국가에 귀속되지 아니한 항만시설에 대하여 별도로 사용료 면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다만 비관리청이 설치한 항만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는 경우에 총사업비 범위 내에서 무상으로 항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항만시설 사용료의 징수 대상이 반드시 국가에 귀속된 항만시설이어야 한다고 보아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항만시설을 관할하는 피고가 이 사건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원고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제1심법원에서는 위 ②와 같인 구체화된 주장에는 이르지 못하고 “이 사건 항만시설은 항만법상 인천항의 수상구역(항계) 밖에 있고, 원고는 인천항의 항만시설 자체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인천항’ 요율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만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항만시설에 출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안서 인천항 입항항로, 정박지 등이 모두 ‘인천항의 항만시설’의 범위 내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고시 및 이 사건 규정의 내용에 따라 인천항의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원고에게 ‘인천항’ 요율을 적용한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제1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8)
 

다. 원고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원고는 항소심에서 위 ① 주장을 유지하였고, ‘항로’, ‘정박지’와 같은 수역시설만을 사용한 경우에도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는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는 취지의 ② 주장을 하였다. 이는 제1심법원의 판단을 반박하는 주장으로서,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을 양하 또는 적하하는 항만시설을 사용한 경우에 한하여 화주에게 부과되어야 하고, 단지 항로나 정박지와 같은 수역시설을 사용한 데 불과한 경우에는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항소심 법원은 우선 원고의 ① 주장에 대하여는, 이 사건 항만시설 중 계류시설(돌핀 부두, 석회석 부두, 물양장)은 원고에 의해 원고의 비용으로 설치되었지만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는 수면 그 자체를 말하므로 원고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주장의 전제사실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항소심 법원은 ② 주장에 대하여는 상세한 논증을 토대로 ‘항만시설의 사용료인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을 양·적하하는 항만시설을 사용한 경우에만 부과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규정의 요율 산정기준 중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부분은 관계 법령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한 뒤, 이를 전제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하였다.9) 상세한 논증은 아래 제5의 다.항에서 별도로 살펴본다.
 

라. 피고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규정의 요율 산정기준 중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부분’을 위법·무효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사건 규정의 근거규정으로서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이 사건 세부고시 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여 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세부고시 조항에 규정될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는 적어도 항로나 정박지 등과 같은 수역시설이 포함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세부고시 조항이 항만공사법령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를 일탈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규정의 요율 산정기준 중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부분’은 이 사건 세부고시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서 적법하고, 이 사건 규정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결국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에 환송하였다.

 

4. 대법원의 판시사항
대상판결은 항소심 판결의 논증 요지를 요약하고, 그에 반대되는 결론에 대한 상세한 논증을 하였다. 대법원이 이 사건 세부고시 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다고 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정리될 수 있다.


[판시사항]
가. 항만시설은 용도가 상이한 다수의 시설로 구분된다. 항만시설 중 어떤 종류의 항만시설을 사용료 징수대상시설로 정할 것인지, 그 사용료를 누가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 등은 전문적·기술적·세부적인 사항에 속하는 것으로서 경제여건이나 항만·해운 정책 등의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나아가 항만운영정책, 항만시설 설치에 투입된 비용, 취급화물이나 기항선박의 종류, 원가회수 측면과 공공적 측면, 국내항만의 대외 경쟁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정해지므로, 항만시설사용료의 종류별 징수대상시설을 법률에 자세히 정하기는 어렵다.


나. 우리나라의 항만시설사용료는 각 원가회수 대상시설과 사용료 항목 간의 관계가 정확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요율 정책 아래 수역시설의 관리운영비 원가를 선주와 화주에게 각 분배하여 양자로부터 일부씩 회수하는 요금체계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주가 수역시설의 사용대가를 직접 부담하는 대신 해상운임 원가구성 중 수역시설의 사용대가를 운임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운임이 결정되어 왔다.
다. 항만의 주된 기능은 2가지로서, 선박이 항만 내에 안전히 입항하여 정박하고, 항만 내에서 화물을 양·적하하는데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선주에게 선박입출항료를 부담시키고, 후자의 경우에는 화주에게 화물입출항료를 부담시켜 항만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항만시설을 이용한데 대하여 사용료를 부담케 하자는 것이 항만법의 입법취지이다(대법원 1980. 8. 26. 선고 78누4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처럼 항만시설사용료 제도는 해당 항만시설의 사용으로 인해 특별한 이익을 얻는 자에게 사용료를 부담시키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항만시설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항만시설의 사용으로 인하여 특별한 이익을 누리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화물을 양·적하할 목적으로 항로 등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편익은 선주뿐만 아니라 화물의 처분권자인 화주도 함께 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항로 등 수역시설의 사용료를 선주뿐만 아니라 화물을 양·적하할 목적으로 항로 등을 사용한 화주에게도 일부씩 부담시키는 것이 항만법령이나 항만공사법령의 위임취지에 반한다거나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원고를 포함한 평균적인 화주라면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항로 등과 같은 수역시설이 포함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5. 검토
가. 기본 개념

대상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개념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1) 항만법과 항만공사법
항만법은 항만의 지정·개발·관리·사용 및 재개발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항만법 제1조). 항만공사법은 일정한 무역항에 항만공사를 설립하여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항만공사법 제1조). 항만법이 항만의 지정·개발·관리·사용에 관한 일반법이라면, 항만공사법은 일정한 무역항의 개발·관리·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항만공사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특별법이다.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은 각각 항만시설 사용료의 부과 및 징수에 관하여 규율한다(항만법 제30조, 항만공사법 제30조). 인천항, 부산항, 울산항 등 항만공사가 설립된 항만의 경우 그 사용료의 부과와 징수는 기본적으로 특별법인 항만공사법에 의하되, 다만 항만공사법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은 항만법에 따를 것이다.10)

 

2) 항만시설의 구성
항만시설은 항만구역 안의 시설과 항만구역 밖의 시설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고시한 것을 말한다(항만법 제2조 제5호). 항만시설은 기본시설, 기능시설11), 지원시설12) 항만친수시설(港灣親水施設)13), 항만배후단지14)로 구성된다. 그중 항만의 기본시설은 ① 항로·정박지·선유장(船留場)·선회장(旋回場) 등 ‘수역시설(水域施設)’, ② 방파제·방사제(防砂堤)·파제제(波除堤)·방조제·도류제(導流堤)·갑문·호안 등 ‘외곽시설’, ③ 도로·교량·철도·궤도·운하 등 ‘임항교통시설(臨港交通施設)’, ④ 안벽(岸壁)·물양장(物揚場)·잔교(棧橋)·부잔교(浮棧橋)·돌핀·선착장·램프(ramp) 등 ‘계류시설(繫留施設)’로 구분된다. 이 사건 항만시설은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 ‘계류시설’인 돌핀 부두, 석회석 부두, 물양장으로 구성되는데, 인천항만구역 밖에 위치해 있지만 해양수산부장관이 2011. 8. 16. 피고의 관할대상 항만시설로 지정·고시하였으므로 위 항만법 규정에 따라 ‘인천항 항만시설’에 포함된다.

 

3) 항만시설사용료
항만공사법은 항만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의 종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0조 제1항). 이에 따라 항만공사법 시행령은 사용료의 종류를 선박료, 화물료, 여객터미널 이용료, 전용 사용료로 정하고(제13조 제1항 제1호), 항만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의 세부 구분 및 내용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2항). 그 위임에 따라 마련된 이 사건 세부고시는 ‘선박료’는 선박입출항료, 접안료, 정박료 및 계선료로, ‘화물료’는 화물입출항료와 화물체화료로 각 세분하는데(이 사건 세부고시 제3조 제1호), 여기서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는 수역시설이 포함되어 있다(이 사건 세부고시 제3조 제2항 별표1 1. 나. (1), 이하 ‘이 사건 세부고시 조항’이라 한다). 원고가 위 ② 주장에서 이 사건 처분의 위법사유로 지적한 부분은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항로나 정박지 등과 같은 ‘수역시설’을 포함시킨 점이다.

 

나. ‘비귀속 항만시설’에 대한 사용료 부과 가부(可否)
먼저 ① 주장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본다. 비관리청인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항만시설에 대하여 사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위 ① 주장은 제1심법원과 항소심 법원에서 모두 배척되었다. 항소심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화물입출항료’는 이 사건 항만시설의 수역시설에 대하여 부과된 것이고, 수역시설인 항로 및 정박지는 수면 자체를 말하므로 원고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주장의 전제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타당한 분석으로 보인다. 만약 이 사건과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원고 소유인 항만시설에 대하여도 피고가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지를 본다면 어떠한가.15) 제1심법원이 판단한 바와 같이 항만시설 사용료의 징수 대상이 반드시 국가에 귀속된 항만시설이어야 한다고 볼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원고 소유인 항만시설이 사용료의 징수대상시설에 해당한다면 이에 대하여 사용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항만공사법 제30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제9호는 ‘공사가 항만의 개발·관리·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사용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비관리청이 항만시설의 소유자인 경우 사용료가 일부 감면될 여지는 있을 것이다.16)

 

다. 수역시설에 대한 화물입출항료 부과 가부
1)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의 법적 체계

대법원 1980. 8. 26. 선고 78누407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의 사안과 쟁점은 이 사건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였다. 위 사건의 원고는 화물 중 원유를 양하하는 과정에서나 석유제품을 선박에 적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공유수면 점용료를 납부하면서 설치 및 사용하는 계선부표, 잔고, 송유관 및 부두시설만을 사용하였을 뿐이고 국유 항만시설(울산항 항만시설)을 이용한 바가 없었다. 위 사건의 피고는 원고에게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으로부터 양하 또는 적하되는 화물에 대하여 화물입항료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화물입항료 부과대상이 되는 수역시설 중 항로의 뜻은 ‘화물을 양하하거나 화물을 적하하는 과정에서 직접 수역시설인 항로를 이용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이해하여야 한다고 다투었다. 이러한 주장은 실질적으로 대상판결에서 심판된 ②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대하여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항만의 주된 기능은 본질적으로 2대별하면, 하나는 선박이 항만내에 안전히 입항하여 정박하고, 둘째로 항만내에서 화물을 적·양하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전자의 경우에 그 선주에게 선박입항료를 부담시키고, 후자의 경우 그 화주에게 화물입항료를 부담시켜서 항만시설설치 비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의 원칙하에서 항만시설을 이용한데 대하여 선박입항료를 가하고, 현실로 적·양하한 선주에게만 화물입항료를 부담케 하자는 것이 항만법의 입법취지임을 위에서 보았다.
 

그러므로 본건의 경우에 항만내에서 양·적하한 자체가 즉, 항만시설 중의 항만시설 즉, 그 요부인 항만내(의 항로)를 이용하여 적하하였음은 뚜렷한 사실이므로 이에 대하여 화물입항료를 징수함은 본건의 경우에서도 당연하다할 것이고 돌핀에 정박 후에 적·양하함에 대하여는 사유물만 이용했다하여 화물입항료를 받는 것은 항로 사용에 대한 선박입항료와 화물입항료의 이중 징수라는 논은 반드시 성립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다짐하여 둔다.
이것은 입법정책상의 문제이고, 그간에 논리적 일관성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입법정책상의 논리에 따라서 입법하면 그만이다.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두 가지 원리를 분명히 선언하였다. 첫째, 항만시설사용료로서 ‘선박입항료’와 ‘화물입항료’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전자는 선주에게, 후자는 화주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둘째,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의 법적 체계를 구성하는 것은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이에 따르면 화물입항료는 현실로 항만 안에서 양·적하하는 모든 화물에 모두 그 톤수 내지 용적에 의하여 부과·징수되고, 화물을 실은 선박이 일단 어느 항만의 항로(수역시설)를 사용하였다면, 화물을 양·적하함에 있어서 사설시설만을 사용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화물입항료를 징수하게 된다(이러한 경우에 화물입항료 부과를 감면할 수 있는 규정을 둘 것인지도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2) 항만시설사용료 부과 체계에 대한 이론(異論)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40년이 지났다. 위 판결에서 선언한 법리는 여전히 타당한가?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와 같은 판시에 앞서서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에 관한 법규의 제정연혁과 입법목적을 분석하였는데, 당시 항만시설사용료의 부과체계는 1973년 항만개발사업을 위한 IBRD차관협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었다. IBRD 차관협정에서는 항만청이 충분한 수입(연 6% 이상의 투자보수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체계를 정비하도록 정하고 있었으므로, 그 이행을 위해 선박입항료(당시의 ‘돈세’) 외에 화물입항료를 신설한 것이었다. 이러한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에 관한 법규의 제정연혁과 입법목적은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그런데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법적·경제적 환경이 변화하였으므로 현재는 이와 달리 해석할 여지는 없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대두되었다.
항소심 법원은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수역시설을 포함한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고, 항만시설의 사용료인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을 양·적하하는 항만시설을 사용한 경우에만 부과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항로나 정박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선박 그 자체의 출입 통로로 이용하거나 선박 그 자체의 정박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항로나 정박지 사용의 궁극적인 목적이 화물의 양·적하에 있다고 해도 이를 두고 선박이 아니라 화물이 항로나 정박지를 사용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쪾항만시설 사용료 중 화물입출항료는 화물의 입·출항에 사용된 항만시설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사용료이다. 그런데 항만법 및 항만공사법은 수역시설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화주에게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원칙으로 돌아가 항로나 정박지 등과 같은 수역시설의 사용료는 항만의 수역시설 기능을 사용한 선주에게만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옳다.
-화물은 부두 등에서 양·적하되는 과정을 통해 항만시설을 비로소 사용하게 되므로 양·적하에 관련된 항만시설의 사용 여부가 화물에 대한 비용부담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화물이 양·적하 관련 항만시설을 사용하였는지와 무관하게 선박에 실린 채 항로나 정박지 등을 이용하였는지에 따라 화물입출항료를 부과하는 것은 수익과 비용부담 사이에 요구되는 견련관계를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수역시설 중 항로 및 선회장은 선박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로 규정되어 있고 정박지 및 선류장은 정박료의 징수대상시설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각 수역시설에 대하여 또다시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로 정하는 것은 ‘수역시설’에 대한 사용료를 중복하여 부과하는 것이다.
쪾화물이 간접적으로나마 항로나 정박지를 이용한다고 보더라도 이미 선박입출항료에서 화물적재장소의 공간을 포함하여 선박의 톤수를 계상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가정적이고 간접적인 항로나 정박지 사용의 대가는 이미 징수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러한 해석은 ‘화물입출항료’라는 명칭에 들어맞는 해석으로서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도 이러한 해석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선언한 법리를 유지하였다. 이로써 40년이 지난 지금도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확인한 항만시설사용료 부과 체계가 타당하다는 법적 확인이 이루어진 것이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우선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체계를 설계하는 것은 입법정책의 문제임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항만시설사용료가 저요율 정책 아래 수역시설의 관리운영비 원가를 선주와 화주에게 각 분배하여 양자로부터 일부씩 회수하는 요금체계에 기초해 있고, 그러한 요금체계에 기초하여 화주가 수역시설의 사용대가를 부담하는 대신 이를 운임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운임이 결정되어 왔으며, 원고를 포함한 평균적인 화주라면 화물입출항료의 징수대상시설에 항로 등과 같은 수역시설이 포함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현재의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와 운임 결정 체계를 설시하였다. 이는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의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체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언한 법적 체계에 기초하여 요금체계와 운임 결정에 관한 거래 관행이 확립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항만시설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항만시설의 사용으로 인하여 특별한 이익을 누리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화물을 양·적하할 목적으로 항로 등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편익은 선주뿐만 아니라 화물의 처분권자인 화주도 함께 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항로 등 수역시설의 사용료를 선주뿐만 아니라 화물을 양·적하할 목적으로 항로 등을 사용한 화주에게도 일부씩 부담시키는 것이 항만법령이나 항만공사법령의 위임취지에 반한다거나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논리적으로 1980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채택한 법리를 계승한 것인데, 그 사이 확립된 항만시설사용료 요금체계와 운임 결정에 관한 거래 관행을 존중하여 법적안정성을 실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그간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맡겨져 있는 항만시설사용료 부과 체계에 근본적인 변동이 없었던 만큼, 대상판결에서 ‘입법영역’을 존중하려는 고려 또한 엿볼 수 있다.

 

6. 결론
대상판결은 항만시설사용료, 그중에서도 화물입출항료의 부과와 관련한 법적 체계에 관한 상세한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특히 항소심 판결은 1980년 대법원 판결의 소수의견을 지지하면서 기존의 해석론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주었으므로, 대상판결과 항소심 판결이 전제한 입장 차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화물입출항료의 부과 체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다만 기존에 이 주제를 연구한 자료가 전무하다시피 하였고, 필자 역시 연구가 부족한 터라 보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는 독자들에게 항만시설사용료와 관련한 법률문제에 관한 문제의식을 전달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기로 하고, 추후 기회가 되는대로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글을 마친다.

이필복 komare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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