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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체험기

기사승인 [555호] 2019.12.02  14: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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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770km 거리의 초광역 트랙킹 루트인 ‘해파랑길’을 찾는 트랙킹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2010년 지정한 ‘해파랑길’은 10개 구간에 50개 여행지를 거치는 루트로 총 코스는 50개이다. 올해초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한 필자가 트렉킹을 하며 동행자에게 툭툭 건네거나 혼잣말하듯 기록한 日誌식의 체험기를 투고해왔다. 이번 6월호부터 구간별 체험기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편집자 주>

 

23코스 고래불해변 - 후포항 11.9km / 2시간 35분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흐림

다시 길을 떠난다. 지난 7월 22코스를 걸으며 뜨거운 태양과 한여름의 열기로 엄청 고생한 탓에 8월에는 휴가기간이고 해서 교통편이랑 숙소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아 건너뛰기로 했는데, 9월에 와서도 추석 연휴와 여러 사정으로 일정 짜기를 미루다보니 어느새 9월말이 다가온다. 10월로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중압감에 9월 28일 당일에 2코스만 완주하러 전날 막차를 타고 떠나기로 하였다.
15시 45분 회사 일을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아마도 오랜 기다림의 끝이라서 일까...잿빛 도시의 하늘도 우울함보다는 태양의 열기를 재워 주는 듯 하다. 내가 마주할 그 바다에서 휘트먼의 ‘풀잎’에서처럼 바닷바람이 동에서 그리고 서에서 불어오면 좋으련만...


지하철에 앉아 상념에 잠긴다. 작금의 체감경기는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연일 힘든 세상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사는 게 정말 사는 게 아닌 무너지는 공포심에 숱한 밤을 잠 못이루고 지났다. 제발 이번 해파랑길에서는 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지혜와 희망을 얻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16시 40분 동서울 터미널...숱한 인파들 사이로 저만치 해두 후배가 보인다. 반가움에 손 흔들며 만나 빨간 사과 1개로 허기를 달래고 영해행 버스에 탑승한다.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가 광주원주고속도로의 잘 뚫린 도로를 달리니 어둠이 내린 창밖으로 가을이 깊어가고 있고, 이 어둠의 끝에 편안한 잠자리를 바라며 줄곧 생각에 잠겨 해결 방안을 찾는다.
21시 40분 안동, 영덕 경유지를 거쳐 영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고래불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저번 해파랑가게는 시즌이 끝나서인지 이미 문 닫쳤고, 옆집 바다횟집에서 늦은 식사에 소주 한잔하며 Up된 기분에 파도소리 들으니 순수해 지는 것 같았다. 여우를 길들이는 어린왕자처럼 우리도 긴 여행으로 새로운 Relation을 만들어 가며 산호장에서 피곤한 몸을 누이며 잠을 청하다.

 

   
 

 

-2019년 9월 28일 토요일 조금 흐림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도 일찍 깼다. 새벽 4시 40분 간단히 요기하고 길에 나서니 사위는 어둠 속에서 침잠해 있고 바닷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직진하며 해파랑 표식을 찾는데 보이지 않네...지도를 보니 용머리 공원을 끼고 샛길로 가야하네...또 직진...아니네 우측길...또 직진...아니네 우측길...진격의 해두 땜에 좀 많이 도네.
어둠 때문인가 싶어 헤드 랜튼을 끼고 길을 찾으며 7번 국도와 나란히 가는 백석해변 뒤 아스팔트길로 걷다...이어지는 데크길...데크길...데크길 편하긴 한데 흙길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드는 건 나름대로의 친환경 생각인지??


칠보산을 끼고 금곡리와 금음리 해안길을 걸으며 바다내음에 파도소리 그리고 어느 집에선가 밥 짓는 구수한 밥내음에 배고프다는 원초적 욕망이 꿈틀댄다. 해안길은 여태껏 지나온 길과 같이 밋밋하기만 하고 편하면서도 뭔가 뇌리에 꽂히는 한방 같은 임팩트가 부족한 듯 하여 좀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짧은 거리인지라 금음해변의 갈매기떼 군집을 보다 어느 듯 백년손님 남서방의 입간판을 보며 후포리로 들어선다. 의사 사위 하나 잘 둔덕에 온 동네가 방송을 타며 여기 저기 식당마다 남서방 다녀갔다고 광고 중이네. 그 때문인지 모르지만 마리나항만 공사가 한창이고 아파트 공사도 여러 군데에서 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어촌이 몇 년 뒤엔 상전벽해로 바뀌어 있진 아닐는지...그저 원모습을 간직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을 텐데. 
7시 25분 후포항에 도착하여 인증 도장과 인증 샷을 찍고 인근 횟집에서 곰치국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속이 시원한 그 맛에 국물 남김없이 다 먹었다.


    
24코스 후포항 - 기성버스터미널 18.1km / 4시간 35분

8시 30분 24코스 길을 나선다. 해안길로 가도 되는데 굳이 등기산 공원으로 올라가란다.
1997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그대그리고나”에서 최불암선생께서 살았던 조그만 집과 그쪽에서 바라본 후포항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신석기 유적지도 있고 출렁다리를 건너 스카이워크 보러 갔는데 아직 관람시간이 아니라 출입문이 잠겨 있네. 안보면 말지 머...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후포 앞바다는 해무리에 잠긴 하늘과 남색 바다 그리고 파도소리...참으로 보기 좋았다. 해두 왈 “햇볕도 없고 바람마저 살살 불어오니 그 걷기 딱 좋은 날이구먼요”
거일항 끝 무렵에 커다란 집게발 든 울진대게와 나란히 선 대나무 사이 어부 동상이 있는 울진대게 유래비에서 사진 한 컷 폼 나게 찍고 다시 걷는 해안길에 파도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철지난 바닷가엔 인적이 드물고 낚시꾼만 한가로이 시간을 죽이고 있네. 저네들도 우리처럼 뭔가에 필이 꽂혀 아침부터 저러고 있나보다. 장비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두다리만 있으면 되는 우리가 가성비는 훨씬 낫지 머.


월송정교 밑으로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인적 없는 다리 위를 좌우로 걷는 두사람...우리 인생길도 이처럼 평행선을 이루며 끝없이 가는 걸까...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더워진다. 한겹 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우측 해송 솔밭길로 들어선다. 잘 정돈된 모습에 푹신한 길을 걸으며 솔향기까지 좋아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월송해변 뒤 평해사구섭지를 구경하며 지나다 보니 바닷바람이 높다란 모래산을 쌓아놓았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랄까 모래를 밟고 들어서며 월송정에 오른다. 조선조 성종께서 제일 아름다운 정자라 했다는데 과연 명불허전...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너무 잔잔하여 나를 힐링 해 준다. 바닷바람도 살살 불어오고 한숨 자면서 신선놀음이나 해볼까나.

   
 

월송 해송 솔밭길도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에 바람이 불어와 더위에 지친 몸을 식혀주네...구산해변가 카페 구산블루스에 들러 아이스 바닐라라떼 한잔에 바다를 바라보며 달달함에 피로를 풀어본다. 마지막 피치를 위한 준비를 한게지...구산항을 지나 해안길 아스팔트길을 걷다 울진공항을 좌측에 두고 오르막길을 헥헥대며 걷는다. 숨이 찰만하니 고개 만디...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끝이 다와 감을 일러 준다.
바쁜 걸음을 재촉해서인지 13시 5분 일찍 기성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일단 인증도장과 인증샷을 찍고 오니 표파는 아지매가 삶은 토종밤도 주고 다음버스가 시내버스라고 해서 1000원 주고 표를 샀는데 웬걸 부산에서 오는 직행버스...3300원 현금으로 주고 손님은 우리 둘뿐이라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 보니 울진시외버스터미널 도착...14시 50분발 서울강남터미널행 무정차 버스 티켓팅하고 근처 아우라지 식당으로 가서 웃옷만 갈아입고 추어탕에 소주 한잔으로 피날레...(2019. 9. 29)   

김동관 komares@chol.com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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