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 날은 단순한 새해 첫날이 아니다.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황함유량 한도가 3.5%에서 0.5%이하로 축소되는 IMO 규정이 발효되는 날이다.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을 85% 이상 축소시키는 새로운 환경기준이 적용되는 새로운 출발선인 것이다. 너무 많이 회자되어 이제는 의사소통의 편의상 ‘IMO 2020’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이제 해운회사들은 2개월 후부터 IMO 2020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국내외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해운회사들의 대응방법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재 운영중인 선박과 관련해서는 IMO기준을 충족하는 저유황유를 사용하겠다는 연료대체방법을 추구하는가 하면,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 스크러버를 설치하겠다는 보수투자를 추구하기도 한다. 또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는 경우엔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을 발주하는가 하면, 연료를 LNG로 바꾸는 LNG추진 선박을 발주하기도 한다. 혹은 스크러버를 설치하되 상황에 따라선 LNG추진 엔진을 설치할 수 있는 설계옵션을 채택하기도 한다.


이처럼 IMO 2020 대응행동이 복잡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해운시황에 미치는 영향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하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해운회사들의 원가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저유황유는 기존에 사용중인 고유황유보다 비싸다. 스크러버 설치에도 꽤 많은 자본투자가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스크러버 설치는 공사기간만큼의 운항일수 손실도 감수해야 하며 선박의 적재공간 손실도 피할 수 없다. 비용상승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선박엔진을 LNG추진엔진으로 대체하는 신조선은 비용상승이 더욱 크게 된다.
이처럼 비용상승을 유발하는 IMO 패러다임 전환기의 해운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많은 선박들이 선택하고 있는 저유황유시장의 수요공급 상황이 큰 혼란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 전체적인 저유황유 수급도 문제지만 급유가능 항만의 수와 위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크러버를 설치해주는 수리조선소의 적체 여부도 혼란요인이다. 적체가 심해지면 대기하는 기간에 저유황유 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유가가 폭등하는 경우에는 선박계선이 필요해지고, 여기에 운임마저 하락하면 선박해체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시장변동 상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 해운회사들의 전술적 선택오류가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비용상승이 시작되면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전환기인 2020년은 해운회사들에게 전술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우선 비용상승문제를 전술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내외 보도내용에 나타나는 해운회사들의 공통적인 대응은 운임을 인상하는 것이다. 협회를 통한 단체행동을 추구하기도 하고 선사 개별적으로 화주에게 비용상승 요인을 설명하면서 운임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즉 해운기업의 상승비용을 화주에게 분담시키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통할 수만 있다면 해운기업의 비용 고민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운시장의 수급상황과 화주들의 형편은 해운기업의 운임인상이 수용되기 어려워 보인다. 해운시장의 수요분야인 세계무역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침체되어 있으며 향후 여건도 비우호적이다. 그리고 화주들의 형편상 해운기업의 비용상승을 분담해주기 어려운 처지이다. 그동안 해운시장의 물동량을 주도하던 미국, 유럽, 중국의 경제가 침체되고 있으며 통상갈등마저 겪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갈등, EU에서는 영국의 탈퇴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고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추락하고 있어 중국위기마저 거론되고 있다. 포스트차이나로 기대되는 인도경제마저 주춤하고 있다.


이처럼 운임인상이 실현되기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에 해운회사들은 환경비용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분야 비용절감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구조조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비용절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망사업이 처분되었으며 관련 인력도 해고되었다. 불요불급 자산은 모두 매각했다.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전술적 대응은 기본적으로 더욱 어려운 과제이다. 경쟁자들과 관련 거래선들 모두가 불확실성 속에 처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취한 선택도 언제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IMO 2020은 해운회사들의 전술적 막다른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그래서 IMO 2020은 세계 해운업계의 생존게임을 만드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 전술적 고민을 풀어가지 못하는 회사에게는 생존이 어려워지는 위험의 해이고, 전술적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회사에게는 생존을 넘어 부흥의 길로 갈 수 있는 기회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IMO 2020이 전술적으로 위기를 의미하는 반면에 전략적으로는 새로운 돌파구를 시사할 수도 있다.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의 전략보다는 새로운 전략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동원 가능한 수단으로 비용절감이 어렵다면 새로운 수단으로 비용절감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타리 밖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만TEU급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 신조전략으로 해운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던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결국 성공하기 어려움을 자각하고 패러다임 전환에 부응하는 새로운 수단을 채택했다. 선박크기를 키우는 기존의 방법으로 여의치 않음을 느끼고 IBM이라는 이업종 기업과 트레이드렌즈라는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상운송과 관련된 모든 과정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새로운 서비스수단을 확보해가는 것이다. 전술적 난관을 전략적으로 풀어가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해운회사들도 IMO 2020의 전술적 의미와 전략적 의미를 자기만으로 것으로 만들어야 생존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