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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의 일본해상법 교실(1)

기사승인 [554호] 2019.10.30  15: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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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화 일본 해상법 학계의 동향

   

김인현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선장

김인현 교수는 2004년과 2005년 미국 텍사스대학 유학시절에는 ‘미국해상법교실’을, 2013년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연구할 때에는 ‘싱가포르 해상법교실’을 열어 해양한국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번에도 안식학기를 맞아 일본 동경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객원연구원(visiting researcher)으로 있는 김 교수는 ‘일본 해상법교실’을 개설하여 6개월간 일본 해상법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기로 했다. 해양한국 독자제위를 대신해 김 교수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                                              -편집자 주-

 

 

 

일본에서 안식학기를 보내는 이유
우리나라와 일본이 경제적인 이유로 사이가 좋지 않은 현 시점에 굳이 일본에서 안식학기를 보내야 하는지 가족들도 반대했고, 주위에서 말리는 분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일본 동경대에서 연구 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였다.
나는 일본의 산코 기센에서 1982년부터 10년간 근무를 했다. 선박에는 본사에서 공급해주는 ‘용선계약의 실무적 해설’ 등 좋은 일본 책들이 많아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나는 20대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없는 지식을 일본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후 40세에 목포해양대 교수가 되어 해상교통법을 강의하면서 일본의 해상보안대학교의 마쯔모도(松本) 교수와 교류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 자료도 얻고 발표도 한 적이 있다. 또한 2000년부터 IMO와 IOPC 회의에 한국대표단의 자문으로 나갔다. 여기서 존경하는 일본 동경대학의 오짜아이(落合) 교수를 만났다. 학식이나 인품에서 훌륭한 분이었다. 나는 우리보다 앞선 해운선진국인 일본에서 해상법을 연구하면 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오찌아이 교수님께 부탁하여 일본 동경대학에서 6개월동안 연구하도록 준비가 되었었다.


텍사스대학에서 1년 공부를 마치고 2014년 8월에 귀국을 하면서 목포해양대학에 2학기에 휴직하기로 했다. 그런데 학부에서 선배들이 허락을 해주지 않아서, 동경대에서 공부할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 뒤의 교수 생활에서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통상 교수들이 논문을 작성할 때에는 이미 앞서간 선배들이 연구한 것을 참조하고 이를 표기하게 되어있다. 선배들은 영어는 기본이고 독일어와 불어 중에서 하나는 할 줄 알았어야 했다. 그래서 영어 서적은 물론 독일서적 혹은 불어서적을 반드시 참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후배세대들은 조금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의 비중이 떨어지면서 이것들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법학계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나의 경우 처음부터 독일어는 배운 적은 없지만 불어는 대학에서 배웠고 입시의 목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 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아 잊어버렸다.


다행히도 일본어는 어느 정도 해독이 가능하여 논문에 참고문헌을 넣을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일본어도 지속해서 하지 않으니, 읽다 보면 군데군데 막히는 것도 많다. 10년 동안 일본 회사에 근무하면서 일본어 공부를 꽤 많이 했었는데, 조금만 더하면 많이 나아질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번 기회에 일본어 회화는 물론이고 일본어로 된 전문서적도 더 잘 읽을 수 있는 단계로 끌어 올리도록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나 영국도 갈 생각을 했지만, 연구실 제자들의 박사학위논문 석사학위논문 지도의 문제, 각종 해상법 관련 행사에 내가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야 했다. 그렇다면 가까운 일본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사고, 2016년 한진해운파산사태를 지나면서 나는 알게 모르게 실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교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으로 있기 때문에 해운, 조선, 물류 그리고 수산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게 되었다. 일본의 해운과 조선은 아주 안정적이다. 그리고 물류라는 개념도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해양국가인 일본이 해양과 수산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있을 것이다. 일본 현장방문을 통하여 안정된 해운과 조선의 비결이 무언지 공부하고자 했다.  
그래서 오랜 지인인 동경대 법대의 후지다 교수에게 부탁했더니 고맙게도 9월부터 6개월간 객원 연구원으로 수속을 마쳐주었다. 숙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여 학교의 외국인 교수기숙사를 원한다고 했더니 동경대에서 운영하는 오이와께(追分) 국제기숙사를 잡아주었다.

 

동경대학에서의 연구 생활의 시작
연구테마는 올해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일본 개정 해상법’으로 정했다. 이렇게 하여 출국준비를 하여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이 내가 6개월간 없는 동안 학생들의 강의와 연구, 각종 해상법 세미나 등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미 이번 학기 학부에서의 보험 해상법은 아예 개설되지 못하였다. 로스쿨에서도 해상보험법을 개설해야 했지만, 내가 없으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연구교수로 이현균 박사가 지정되어 해상법연구센터에 근무하게 되어 나의 부재를 많이 메꾸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후쿠시마에서 나는 생선들은 먹지 마세요’ 등등 집사람과 딸아이들의 걱정어린 말들을 뒤로하고 동경에 도착 기숙사에 들어왔다. 월 110만원 정도이지만, 깨끗하고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만족스럽다.


다음날 지도교수가 된 후지다 선생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로부터 일본의 해상법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주에는 오랜 교류 관계가 있는 와세다 대학의 하코이 교수를 만났다. 그리고 와세다대의 나까이데 및 쯔바끼 교수와도 만났다. 그리고 일본 해법학회 69차 총회 및 발표회에 참석했다. 그 결과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지난 5년간 일본의 해상법학계의 분위기가 상당한 정도로 올라온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인적인 구성에서의 변화이다. 오찌아이 교수 등 원로들은 정년퇴직했지만, 50대 교수와 변호사들 약 10명이 주축이 되고, 30대와 40대 10명 이렇게 20명 정도가 핵심멤버가 되어 일본의 해상법을 이끌고 가고 있다. 학계에서는 하코이 교수(와세다), 후지다 교수(동경대), 사사오까 교수(요코하마), 미나미 교수(일본대학)가 돋보인다. 변호사로서는 야마구찌(오가베 & 야마구찌), 다나까 변호사, 아메미야 변호사가 두각을 나타낸다. 특히 해상법 개정작업을 하면서 해상법이 정비되고 인적구성도 탄탄해지고 신규유입도 많아졌다. 선배 교수들이 정년퇴직하면서 후배들이 들어오지 못해서 해상법 교수가 3-4명에 지나지 않는 우리 상황과 크게 비교되어 나로서는 큰 걱정이 앞섰다. 내년 5월에 일본 동경에서 세계해법회(CMI)총회 겸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이것도 큰 행사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분위기가 고조되어있을 것으로 본다.


둘째, 일본에서도 정기용선의 법적 성질과 효과가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된 것 같다. 가시마 항구에서 Ocean Victory라는 선박이 풍랑을 만나서 방파제에 좌초하게 되었다. 선박은 나용선(선체용선)이 되었는데 선박은 다시 정기용선이 되었다. 태풍이 내습하기 전에 더 빨리 항구에서 출항할 지시를 주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하여 선박소유자는 나용선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나용선자는 선박이 정기용선 중이었기 때문에 용선계약에 사용약관이 있어서 정기용선자가 선장에 대한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정기용선자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였다. 일본의 하급심과 항소심은 피항을 위한 항해에 대한 지시는 항해사항으로서 이는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본 사건은 나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 해당하는 자로서 선박의 사용자이므로 직접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다. 안전항인지 여부는 영국 귀족원에서 다루어진 것으로 이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개정 해상법에서는 일본 상법이 처음으로 정기용선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었다. 정기용선된 선박에 대하여도 선박우선특권이 행사될 수 있는 별도의 입법을 하게 되었다.


셋째, 일본의 유류오염손해배상법은 유류오염손해는 물론 난파물 제거에 대한 규율도 같이 하고 있는 점이 우리 법과 다르다. 그런데 최근 난파물 제거 사건에서 국가나 기업 등 난파물을 제거한 자들이 선주에게 비용을 받지 못하여, 유배법에 따라 보험자에게 직접청구를 하려고 해도 항변 등으로 쉽게 인정이 되는 일들이 발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유배법에 난파물 제거자들이 비용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가지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우리 상법은 상법 제724조에 잘 규정되다. 이 점은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가는 점이다.   

김인현 captainihkim@korea.ac.kr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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