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인천항 VTS레이더 영상(2017년 4월 8일, 03시 40분 55초)
[사진1] 인천항 VTS레이더 영상(2017년 4월 8일, 03시 40분 55초)

금년 가을, 빠르면 9월경에 상업적으로 운항하는 최초의 수소추진선박이 등장할 예정이다. 미국의 Golden Gate Zero Emission Marine(GGZM)사는 2018년 11월 수소추진선박 Water-Go-Round(WGR)호의 용골을 장착하였다. 그리고 금년 9월 WGR호를 진수시킬 예정이다. 이로써 GGZM사는 수소추진선박을 운항하는 상업적 해운회사가 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소재한 조선소인 Bay Ship & Yacht Co사가 건조하고 있는 WGR호는 70피트(약 21미터)의 길이로 84명의 여객을 수송할 수 있는 카타마란 선박이다. 이 선박은 242킬로그램의 기화수소탱크를 장착하여 2일 동안 48시간 운항할 수 있으며, 최고 운항속력은 22노트 수준이다. 이 선박은 진수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서 3개월간 시험운항을 할 예정이며, 이 운항기간에 수소연료전지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Sandia National Laboratories의 연구원들이 운항성능을 테스트하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Sandia 연구소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원으로서 2014년부터 수소선박의 타당성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타당성 연구를 주도했던 Joseph Pratt박사가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설득하여 결국 주정부기금을 활용하는 GGZM사를 설립하였으며 CEO겸 CTO를 맡고 있다.


Pratt박사에 의하면 최근 국제 해운업계의 수소선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수소선박의 기술 측면이나 사업성 측면에 대한 구체적인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Pratt박사는 2025년경부터는 수소추진 화물선박의 신조선 발주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건조기간이 3-4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2030년부터는 국제화물운송시장에 수소선박시대가 본격 개장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외에도 수소추진선박 운항프로젝트는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EU차원에서는 프랑스와 노르웨이에서 수소선박 건조 및 운항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초 EU는 FLAGSHIPS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상업적으로 운항되는 2척의 수소연료전지 선박을 프랑스의 Lyon지역 내륙수로(Rhone강)와 노르웨이 Stavanger지역 연안에 투입하는 프로젝트이다. 100명의 여객 또는 이와 동등한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2척의 선박을 건조하여 운항하는 사업이다. 프랑스 내륙수로 운항선박은 기화수소선박이며 노르웨이 연안 운항선박은 액화수소선박이다. EU의 FLAGSHIPS 프로젝트에는 연료전지기술회사와 해운회사를 포함하는 10개의 다양한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2022년 말까지 가동되는 사업이다.


영국도 2021년부터 수소선박을 운항하려는 HYSEAS II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래스고우항에 소재한 Ferguson Marine사는 1,260만 유로를 투자하여 2018년 7월부터 수소연료를 사용하는 여객선을 건조하고 있으며, 2021년 완공되면 수소의 대량 생산기지인 오크니(Orkney)제도 인근 해역을 운항할 예정이다. 일본도 수소선박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수소관련 일본프로젝트 중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수소수송프로젝트이다. NYK선사, 미스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치요다 등 일본기업들은 2017년 ‘기술개발을 위한 첨단 수소에너지체인협회’를 설립하고 정부관련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글로벌 수소수송망 실증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브루나이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를 일본 가와사키로 수송하여 기화수소로 변환시키고, 이 기화수소를 일본 내의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실증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수소수송망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수소경제시대에는 세계 수소선박 건조시장과 수소 해상운송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수소에너지에 대해 역점을 두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대부분 수소자동차분야에 집중되었다. 수소추진선박 건조에 관한 세미나가 더러 개최되기도 하였으나 수소추진의 기술적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고작이었다. 더구나 수소의 국제해상운송시장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상업적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세계 1위 조선국을 유지하느냐 그리고 세계 5위 해운강국으로 발돋움하느냐는 수소에너지가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황산화물질 감축문제와 LNG추진선박 건조문제에만 급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전략적 포지션이 뚜렷하지 않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것은 미시적인 것 뿐이다. 그것도 담론수준의 포지션이다. 거시적 구체적 실행포지션으로는 분명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수소추진선박의 상업화는 페리선, 차도선 등 연안이나 내륙수로를 운항하는 소형선박으로 시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대형화물선분야의 수소추진선박 운항은 2030년경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늦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주어진 10년의 기회를 서둘러 활용해야 한다. 일반론적 담론이나 토론에 소비할 시간이 아니다. 연구, 시험, 검증, 상업적 타당성 검토 등 통상적 과정을 거치면 선발국의 뒷모습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상업적 프로젝트로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선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일반화물 수송용 수소추진선박과 수소 수송용 수소추진선박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수소 해상운송시장은 궁극적으로 원유, LNG의 수송시장을 대체해 갈 것이다. 결코 놓칠 수 없는 신성장시장인 것이다.
정부는 이 두 프로젝트를 상업적으로 담당할 수소해운공사를 설립해야 한다. 이 수소해운공사를 중심으로 조선소, 해운회사, 수소관련 기업들이 뭉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연구소가 고민할 실질적인 상업적 과제가 만들어질 수 있고, 또 정부가 추진해야 할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 총론적 담론은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다. 수소사회시대와 수소해운시대를 연결시키고 또 산업화시켜 가는 상업적 공기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수소해운공사를 설립하지 않으면 우왕좌왕으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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