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해운 재건 성공 이뤄야”


한국해양진흥공사 창립 1주년 기념 특별좌담회가 7월 5일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에서 열렸다. 본지 편집국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기 때문에 이날 좌담회 내용을 전제한다. 현장의 분위기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서 패널들의 발언내용과 어투를 최대한 살렸다.

이날 좌담회는 지난 1년간의 공사 업무를 돌아보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성공적 달성을 위한 공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으며, 패널들은 ‘공사가 지난 1년간 해운재건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면서도 ‘앞으로 해운시황, 선박 등 해운정보서비스 강화, 국적선사의 자본비용 절감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인트라 아시아 시장의 경쟁 심화와 친환경 규제 강화에 대비한 중소선사 지원 확대 등을 주문했다. (편집자주)


△좌장 : 이인애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이사(해양한국 편집국장)

△패널 :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

           윤민현 前 중앙대 교수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 변호사

           우수한 중앙대 교수

           조규열 한국해양진흥공사 본부장

△일시·장소 : 2019년 7월 5일(금),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취재·정리 : 강미주 해양한국 기자


이인애 편집국장 :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좌담회 진행을 맡은 한국해사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해양한국’ 편집국장 이인애입니다. 먼저 해양진흥공사의 창립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이처럼 뜻깊은 자리에서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한 공사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좌담을 진행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좌담은 ‘공사에 바란다’는 주제 하에 지난 한해 공사의 추진사업과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문가 패널들로부터 제언을 듣는 자리로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토론에 참여할 5분의 패널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해양진흥공사의 지난 1년간 추진했던 사업에 대해 발표하시기 위해 조규열 정책지원본부장 나오셨습니다. 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 나오셨습니다. 김 부회장님은 선주협회에서 35년간 이상 근무하면서 우리 해운의 성장과 부침의 역사 속에서 3차례의 큰 시련기를 극복하는데 현장의 역할을 하셨으며, 한국해운의 재건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윤민현 중앙대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윤 교수님은 대한해운공사와 한진해운 등 원양컨테이너선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지금도 해운기업의 자문 및 고문역을 하시는 해운업계의 실무 전문가이자 대학 강단에서 후학양성에 기여하시는 학구적인 해운 전문가이십니다.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님 나오셨습니다. 정 변호사님은 지금은 해양진흥공사에 통합된 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의 선박금융전문기관 설립시 설립방안을 마련하셨구요. 지금의 해진공 설립에도 법안을 마련하신 해운기업의 재무 및 금융관련 법조계 전문가이십니다. 우수한 교수님이 나오셨습니다. 우수한 교수님은 과거에 해수부에서 공직생활을 했을 때 제가 뵈었었고 지금은 대학에서 후학양성과 연구에 매진하고 계시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해운연합의 변화방안과 경쟁력 방안의 연구를 하셨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좌담에 들어가겠습니다. 좌담은 먼저 조규열 본부장께서 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을 소개해주실 것이고 그 다음은 전문가 패널들의 토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좌담은 주어진 시간이 넉넉치가 않아서요. 40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패널 한 분당 7분 정도 시간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패널 분들은 시간준수에 엄수해 주시고요. 시간이 초과됐을 때는 제가 노란카드를 드릴 테니까 정리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먼저 조규열 본부장께서 공사의 사업성과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1년간 국적 원양선사 경영정상화 지원에 최선 다했다”

“해운종합정보센터 기능 확대, 위험관리시스템 마련할 것”

조규열 본부장 : 먼저 오늘 저희 창립 1주년 기념행사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희가 첫 번째니까 본의 아니게 자랑 겸 저희가 한 일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1년 동안 저희는 공사 창립 이래 지원할 수 있는 업무기반 마련에 먼저 충실했고요. 신용평가모델, 자본확충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혁신본부가 중심이 되어서 업무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지원업무로는 먼저 국적 원양선사에 대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했습니다. 첫째로, 산업은행과 같이 자본확충을 통한 부족자금 지원을 해왔고 이 부분은 앞으로도 상당한 금액의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한 부족자금 지원이 예상됩니다. 그 다음에는 신임 CEO를 모셔 분위기를 쇄신했고, 영업총괄 부사장도 새로 모셔서 이번 얼라이언스 타결에 큰 공을 세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23K 12척 관련 금융주선인데 23K 12척은 총 2조원 가까이 되는 대규모 선박금융입니다. 사실은 보증기관이 선박금융을 주선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없었으나 공사에게 그 역할이 부여됐습니다. 2조원에 가까운 선박금융을 선순위 40%, 중순위는 산은과 수은에서 15%, 후순위는 저희 보증 35%로 해서 구성됐는데 선순위와 후순위에 금융조달만도 10억불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파이낸싱입니다. 저희가 외국금융기관들을 다 만나서 협의했으나 상당히 냉담했습니다. 결국 후순위 금융은 저희가 보증하기 때문에 참여하려는 기관이 상당히 있었고, 선순위와 후순위를 엮어서 일단 국내 대형증권사를 찾아가 설득했습니다. 다양한 로직이 있었지만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고, 결국 대형증권사 한 곳이 전 금액을 커미트하는 것을 얻었고 그 후 중간에 다른 대형증권사가 비딩에 참여하는 추가적인 금리감면도 있었습니다. 시중에 말이 많지만 사실 금리도 파이낸싱 규모와 현대상선 크레딧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 5% 초반대이기에 원화기준으로 상당히 낮은 금리로 조달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선박이 인도되면 컨테이너 박스가 필요합니다. 컨박스도 한 80만teu가 필요합니다. teu당 2천불하면 이것도 약 2조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규모의 박스기기금융입니다. 이 기기금융도 저희가 현대상선에 지원을 하지만, 직접적인 지원이 되면 익스포저 문제나 대손충당금 설정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지원을 하되 크레딧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로 디자인해서 저희가 리스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운영리스 방법으로 지원하게 됐고 외국금융기관을 통해 선순위 파이낸싱도 저렴하게 공사를 활용해 금융조달을 했습니다. 이 또한 시중에서 말이 많은데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운용리스는 공사가 직접 발주해서 그 박스를 선사에게 빌려주는 것입니다. 퍼디엠이라고 해서 ‘teu당 데일리 얼마’입니다. 저희가 조달한 것은 0.48의 역대 가장 낮은 요율로 리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친환경설비와 관련해서는 획기적인 특별보증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국내 선사는 아니지만, 신용도가 더블 마이너스 비 이상까지 크게 확대해서 친환경설비를 신용으로 6년에 걸쳐 지원했고 금리도 정부의 이차보전사업과 연계해서 정부에서 이자지원금액의 2%를 보존받음으로써 거의 1%대의 상당히 낮은 요율을 지원했습니다. 신용대출이면서도 1%대, 조금 높으면 2% 초반대의 금리로 저희가 지원했습니다. 국내 선사가 친환경설비를 세계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장착하게 됐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다음 터미널 부분입니다. HPN 터미널에 500억원을 투자해서 상당히 좋은 조건에 터미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는 싱가포르 PSA와 협의 중인데 싱가포르 항만에도 투자해서 좋은 조건으로 선석 확보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얼라이언스는 타결되어 기반이 마련됐고요. 이제 앞으로 현대상선이 강력한 혁신과 자구노력을 통해 비용절감을 실현해야 하고, 공사와 정부는 국산화물의 적취율을 높이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입니다.

중소중견 KSP 선사와 관련해서는 K2(장금+흥아) 통합을 이끌어냈고 4월 11일 K2 통합에 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통합은 굉장히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행착오와 난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일단 유동성 문제를 해소해야 하고 또 채권단 동의를 받아야 하고, 부족자금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여러 어려운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지금 흥아해운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중이고 연말까지는 통합법인이 설립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중소선사와 관련해서는 저희가 세일앤리스백이나 후순위보증을 통해 상시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투자보증본부에서는 중소선사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방안을 지금 강구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운종합정보센터의 기능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해운시황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객관적인 선박평가 서비스도 굉장히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진단과 산업진단 등 이런 기능을 강화해서 우리 해운업계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위험관리시스템도 마련해서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간략하게 말씀을 끝내겠습니다.

이인애 편집국장 : 공사가 1년 전에 출범했으나 사실 본격 가동한 것은 올해라고 알고 있는데요. 조규열 본부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적지 않은 사업을 하셨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전문가 패널분의 제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정우영 변호사님. 공사 설립 전 선박금융기관들과 해진공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많은 제언을 하셨었는데 지난 1년간 공사의 역할에 대해서 평가를 해주시고 앞으로 공사역할은 어떠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공사가 어디까지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해진공, 후순위 보증·토니지뱅크·데이터 분석기능 다 이루었다”

“시장 금리인하 요구, 상품별 다양한 약관 필요, 낮은 자세로 협력해야”

정우영 변호사 : 선박금융시장 속의 KOBC(해진공)의 위치가 어디 있는가? 또 무엇을 기대하고 만들었는가? 그걸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90년대 우리 금융을 보면 은행이 선박금융을 100% 다 했습니다. 그러다 IMF가 오니 은행들이 ‘아 선박이 100% 담보력이 보장되지 않는구나’ 알면서 IMF 이후에는 70% 이상 금융을 잘 안해줍니다. 그러다 보니 30%는 선사가 해야 하는데 선사가 IMF 때 자산을 다 팔아서 돈이 없었지요. 그래서 정부에서 내놓은 것이 선박투자회사법입니다. ‘모자란 30%는 자본시장에서 조달을 해라. 은행은 룰상 못한다’ 그래서 자본시장에서 주식이나 사채를 통해 조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잘될 줄 알았으나 2008년 리먼사태가 오니까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후순위도 조달이 안됩니다. 이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 정책금융기관이 나서 후순위보증을 해줘야겠다. 시장에서 투자자, 시장으로부터 후순위가 조달되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줘야겠다 한 것입니다. 그래서 선박금융시장을 보면 은행이 주도하는 시대, 은행과 자본시장이 함께 선박금융을 하는 시대, 2008년 넘어오면 정책금융이 선박금융을 주도하는 시대로 넘어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KOBC가 해양보증보험, 선박해양주식회사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들어졌습니다. 만일 KOBC가 이 시장을 못 살리고 또 우리 해운사가 시장을 못 살리면, 그 다음에는 대한해운공사처럼 다시 모든 해운기업을 국가가 운영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다시 자본시장, 금융시장으로 돌아가서 자본시장원리대로 금융이 돌아갈 겁니다.

그럼 그 과정에서 KOBC가 무엇을 하면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금융의 궤도로 돌아갈까? 해운업이 잘 살까? 그 모든 기대를 우리는 KOBC에 다 떠맡기고 있습니다. 근데 사실 설립을 보면 해진공이 마치 정책금융기관처럼 또는 해수부처럼 모든 걸 다해줄 수 있는 기관은 아닙니다. 초기 이 논의가 나왔을 때 기대했던 것은 후순위 보증이었습니다. 그리고 후순위 보증은 금융이 잘 만들어집니다. 금융이 만들어져서 배가 들어오면 해진공에서 떠안아서 잠시 운영을 하다 해운시황이 좋아지면 팔아서 이득을 얻자는 보조적 기능이 소위 말하는 ‘토니지뱅크’입니다. 보증을 한다는 것은 위험을 인수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 같은 위험을 인수하는 보증을 하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클락슨과 같은 데이터 관리, 분석기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다음은 추심의 기능으로 선박관리하는 토니지뱅크 기능이 초기의 모습이었던 걸로 기대합니다. 지금 공사에서 발표해 주신 걸 보면 사실 그 모든 걸 다 한꺼번에 이루신 것 같아요. 사실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할 정도로 다 이루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말이 많습니다. 정책금융기관으로 만들었는데 금리를 좀 싸게 하라는 이야기, 싸게 하셨다고 하는데 아직도 싸게 하라는 시장의 요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본시장 구조상 어쩔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안되는 선사도 해달라는 겁니다. 초기 해진공을 만들었을 때 지원가능한 기구가 20개 밖에 안되었는데 여러 가지 새로운 툴을 마련해 60개로 확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확대하라는 것이 시장의 요구사항입니다. 또 다른 시장의 요구사항으로는, 해진공이 혼자 하지 말고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는 선박투자회사와 컨박스 오퍼레이터 등 국내 기구들과 같이 하자는 시장의 요구가 매우 많습니다. 저는 그 어느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1년이 지났습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모양이 만들어졌겠지요.

제가 꼭 제언을 한다면, 시장의 요구 가운데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 해진공의 약관이 좀 단순화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K-sure는 약관이 상품종류별로 한 20개 정도 됩니다. 상품별로 다양한 약관이 만들어져서 시장에 우리의 모습이 원래 이렇다는 걸 미리 알려주는 기능을 하고 이게 잘 알려지면 불평이 좀 덜해지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장이 어렵다 보니 해진공이 안되면 어떤 금융도 안 들어 온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해진공이 갑이 되어버렸다. 갑이 되다 보니 조금 발만 움직여도 발길질한다’는 평이 나옵니다. 좀 더 의도적으로라도 을의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설명을 많이 해줘서 오해가 없게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내가 가는 길이 맞아. 나를 따라‘라는 식보다는 다른 기구와 협조하는 모습이 좀 더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내가 주도’가 아니라 ‘네가 하는 걸 도와주겠다’는 모습으로 운영했으면 합니다. 일은 잘하는데 시장의 불평을 잘 들어보면 그게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저의 그냥 꿈입니다. 우리나라에 클락슨 보다 훨씬 더 큰 데이터 관리 및 분석, 해운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센터가 KOBC 안에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게 저의 소망이자 KOBC에 바라는 기능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인애 편집국장 : 공사가 참 많은 일을 했는데 어쨌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시는 것 같구요. 공사에서는 그렇게 못 느껴도 업계에서 느끼는 갑을관계에 대한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음은 아무래도 해진공 출범에 핵심적인 사명은 국적원양 컨테이너 선사의 재건과 경쟁력 강화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윤민현 교수님께서 공사 설립 전과 후에 우리 원양정기 컨선사의 현실이 좀 달라졌는지 그걸 좀 여쭤보고 싶구요. 현대상선의 큰 숙제인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는데 그 이후에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분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해진공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한국해운의 재건’”

“금융비 절감으로 내셔널캐리어 경쟁력 회복해야”

윤민현 교수 : 우선 각자 시각이 다르겠으나 해진공의 설립배경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2016년은 한국해운의 큰 참사가 생겼던 해입니다. 실제 한진해운 사태가 생기고 한진해운은 문자 그대로 상사적인 논리, 시장논리에 의해 청산이 됐습니다. 서울 염창동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청산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한진사태 4개월 이후 범정부 부처의 합의 하에 해운재건계획이 추진되었습니다. 그 동기는 한진해운 사태를 통해 얻은 뼈아픈 교훈을 토대로, 바꿔 얘기하면 국적 내셔널 캐리어의 존재가치를 상사적인 측면, 시장논리 측면이 아니라 전략적·경제적·안보적 측면에서 국적 대표선사를 육성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한진사태가 왜 생겼느냐 살펴보면 금융정책과 해운정책간 조정이 제대로 안되어서 생겼다고 봅니다.

해운재건계획을 구체화 시킨 게 작년 4월입니다. 재건계획의 실현을 위한 창구로 설립된 게 해진공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 해진공이 사실상 금융기능과 해운정책 기능 두가지를 다 겸비하고 양 날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해진공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금융기능은 하나의 수단이고 원래 주 기능은 한국해운의 재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여기서 한국해운의 위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해운의 위기가 자금이 없어서 그랬는가? 정책지원이 부족해서 그랬는가? 또는 선박이 없어서 그랬는가?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력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진사태 1년 전 2015년 기준 국적 양대선사는 4대 얼라이언스에 각각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었습니다. 당시 양 선사가 지배하던 선박이 약 153척입니다. 선박도 충분했고, 얼라이언스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럼 왜 양대선사가 어려웠느냐 말씀했듯이 경쟁력 때문입니다.

현재 내셔널 캐리어의 후보 선사의 상황을 보면, 굳이 실명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정부와 산은, 해진공의 지원으로 20척의 대형컨선을 발주했고 또 최근 얼라이언스에 가입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쾌거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해당 선사는 사실상 경쟁대열의 기틀을 세웠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해운시장의 물동량 증가율이 평균 3%입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정상적인 수급관계를 유지하려면 화물량이 3% 늘면 선박도 3% 늘어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만일 어느 특정 선사의 선복량이 시장 성장률을 훨씬 초과하는 쪽으로, 예를 들어 시장의 성장률이 3%인데, 10-20% 이상으로 선대가 성장하여 시장 성장률을 초과하면, 남의 것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남의 것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화주가 그냥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경쟁력입니다. 경쟁력의 원천은 사실상 원가입니다. 해운선사 원가구조를 보면. 크게 나누어 선가와 금융비를 포함한 자본비, 선원비·보험료·수리비 등인데 소위 고정비 성격은 선박의 안전, 인명의 안전에 직결된 부분이고 이미 깎을 만큼 깎아져 더 이상 깎을 여유가 없습니다. 연료비·항비·화물비는 선사의 통제영역 밖입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자본비 하나에서 사실상 경쟁력의 우열이 좌우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 내셔널 캐리어 후보선사의 20척의 자본비가 비싸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으나 절대 싸다고도 생각 않습니다. 현재 엄청난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으나, 문자 그대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짜고 있지만 그래도 더 해야 합니다.

“재건 가이드라인 분명해야,

향후 1-2년 원양 및 KSP선사에 중요한 시기”

결국 금융비 밖에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자나 보증료나 수수료 이런 부분은 정상금융 차원에서, 금융논리에서 보면 아주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해진공의 핵심기능이 한국해운의 재건에 있는 만큼 적어도 정상기능을 조금은 접어서라도 원가경쟁력을 회복하는 쪽으로 뭔가는 노력을 하고 뭔가는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 재건의 가이드라인입니다. 해진공에 부여된 재건의 기능이 한국의 모든 해운을 다 재건하라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소위 제한되어 있는 재원을 갖고 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동의를 안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어도 당연히 1순위는 내셔널 캐리어의 재건이고 두번째 문제가 인트라아시아 선사의 경우, 재편대열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인트라아시아 시장에는 약 25개 선사들이 활동 중인데 한국선사는 제 8위의 K사 하나 뿐입니다. 나머지는 마켓쉐어 1-2% 수준에 미달하는 선사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흐름은 인트라 25개 선사가 머지않아 5-6개 선사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이 선사들은 3대 얼라이언스 각각 하나씩 제외하면 나머지는 TO가 3개 밖에 없습니다. 한국선사가 1곳이나 2곳만 끼어도 선방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시장의 통폐합의 흐름을 절대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면에서 해진공에서도 지원재건 계획의 가이드라인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가 비현실적인 기대감 속에서 경우에 따라서 재편의 결심을 더디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지금 한국해운은 지금 내셔널 캐리어나 KSP선사나 향후 1-2년이 굉장히 크리티컬한 시기라고 봅니다. 그래서 해진공에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1-2년만이라도 뭔가는 해운선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차원에서 깊은 고민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인애 편집국장 : 윤 교수님께서 실무 전문가 다운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공사가 출범하게 된 근본적 목적에 대해서 한국해운 재건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다시 한번 강조해주신 것 같구요. 다음으로는 우수한 교수님. 공사의 사업 가운데는 국적선사의 경쟁력 강화와 경영안정 지원도 중요한 한 축인데요. 특히 정기선에서 인트라아시아 환경을 둘러싼 경쟁환경이 엄혹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국적선사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데 지금 공사가 하고 있는 관련사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사업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KSP 선사들 서비스 차별화, 20년간 순익율 3.5-4%대 유지”

“해진공, 중소선사 시장변화 공동대응 및 컨설팅 동반자 역할”

우수한 교수 : 윤민현 교수님께서 마지막에 인트라아시아 얘기를 하셔서 제가 인트라아시아 선사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KSP(한국해운연합)에 대한 연구를 했었고 그게 지난달에 끝났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 이와 관련 정부나 해진공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저는 윤 교수님 말씀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글로벌 캐리어에 대한 비판도 쉽게 하지만, 인트라아시아 선사를 비판할 때도 쉽게 합니다. 그 몇 가지 포인트는, 방금 말씀하셨듯이 ‘선사 수가 너무 많아 문제’가 첫 번째입니다. 알파라이너에서 인트라아시아 시장에서 뛰는 선사 수를 다 카운팅해봤는데 한 120개 됩니다. 그중 원양선사가 메인으로 뛰는 곳이 10개 되고, 원양선사 자회사가 한 6개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지역의 연근해 선사들은 중복이 있지만 한 80개에서 100개사입니다. KSP 선사들의 중점시장이 한중과 한일, 한동남아 시장입니다. 거기에 플레이어는 카운팅 하기 나름인데 13-15개를 왔다갔다 합니다. 그럼 70-80개 또는 100개에서 14개가 많은 건지 이 부분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13-15개사가 매출과 이익, 순익이 양호하고 마켓 포지셔닝을 잘 구축해 살아가고 있다면 많은 것이 뭐가 문제인지 첫번째 제가 말씀드리는 겁니다. 두 번째로 이어지는 비판은 ‘선사가 너무 영세하다’는 것입니다. 조그만 선사들은 큰 선사와 부딪혀서 무조건 진다. 그것의 기본적 전제는 규모를 키웠을 때 경제성이 있다. 즉 규모의 경제성의 전제 하에서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어떤 시장에 보면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더 늘렸을 때 규모의 비효율성이 생기는 곳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KSP 선사들이 다 최적화되고 있느냐 그 부분은 확신할 수 없지만 영세하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에서 조그마한 선사들이 서비스를 더 잘해 차별화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왜 무조건 커져야 합니까.

세 번째로 ‘같은 시장, 같은 항로에 국적선사가 다같이 들어간 게 문제다. 과당경쟁을 하고 결국 외부의 충격이 오면 망할 것이다’는 게 쉽게 비판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우리 인트라 선사들의 현재 처리물량은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의 수출입 로컬 화물입니다. 이것이 주된 임무입니다. 할 수 있다면 우리 선사들이 하는 게 맞지요. 그 물량을 굳이 외국적선사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 선사가 하면 되지요. 물론 거기서 발생하는 과당경쟁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을 협의체 내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은 변화도 없고 고리타분하고 성장도 없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러나 한중, 한일, 한동남아 물량이 전 세계 어느 연근해 물량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량이 많은 시장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한 동남아시장이 계속 늘고 있고요. 저희가 14개 또는 15개 선사들의 재무구조를 20년 가량 분석했습니다. 총합해보면 자산과 매출이 2000년 대비 4.5배. 2010년 대비 2.5배 늘었습니다. 물론 부채도 늘었습니다. 2000년 대비 2.5배 수준이구요.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은 보통 한 3.5에서 4.5를 왔다갔다 합니다. 물론 선사들 중에는 굉장히 높은 8-9% 순익율을 거두는 선사도 있고 마이너스 2-3%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3-4.5%를 20년간 계속 유지하고 있기에 그런 측면은 봐주셔야 합니다.

전통적인 오너경영체제에 있기 때문에 협력도 잘 못하고 변화하려 하지 않고 통합도 굉장히 무서워하고 불편해한다는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특히 요 몇 년간 그런 비판이 많았지요. 제가 보기에는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중은 정부가 같이 관리하고 한일은 선사들이 열심히 해서 점유율이 90%가 넘는 등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공동운항이나 선복구매 협력은 선사들의 서비스 수만 봤을 때. 협력 퍼센트가 70%를 넘습니다. 단지 물리적 통합을 불편해 하는 것이지 협력은 분명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럼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 그럼 왜 중소선사를 도와달라 하냐는 질문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한일·한중항로 잘 관리된 시장, 그러나 시장구조 변화

변화관리 대응역량 부족, KOBC가 도와야”

지금 한중, 한일시장은 매우 잘 관리된 시장이고 그 시장으로 인해 저희 선사들이 성장한 게 사실입니다. 근데 이 시장구조가 변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핵심입니다. 잘 관리되는 시장이 변화하는데 그 시장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중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고, 경쟁이 심해질 것은 확실하다는 거죠. 제가 생각했을 때, 이 변화관리를 하는 기능이 중소선사들, 인트라 선사들에게 있느냐. 변화를 학습하고 내재하고 전략을 세우고 평가하고 다시 변화하는 자체적인 능력이 있냐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동안은 시장이 잘 관리되어 그 시장 안에서 괜찮은 화주를 그잡고 선박을 집어넣어 슬롯관리만 잘 하면되었는데 이제는 그 시장이 깨진다는 거죠. 근데 여기에 대응을 못하면 그게 진짜 문제입니다. 상황을 인식하고 학습하고 전략을 세우고 변화하는 여건이 되어있지 못하다. 이런 능력이 있느냐. 이게 더 큰 문제입니다. 이 선사들은 조그만 선사여서 학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기획하고 예측하고 플래닝할 역량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부나 KOBC의 역할이 생깁니다. 공동대응할 때 그 때 같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공동대응 과제 리스트를 갖고 와서 KOBC에 제출드리면 그 때 검토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는 게이트 키퍼 역할입니다. 전통적인 금융의 역할이고, 플러스로 뭘해야 하나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컨설팅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냐는 부분입니다. 아까 조규열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정리하면 건조, 경영지원. 환경지원입니다. 거기서 우리가 좀 의미있게 봐야할 것은 공사가 K2 통합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기능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터미널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등 굉장히 업무 범위가 다양해졌습니다. 이게 1년 동안 빠른 속도로 패키지가 만들어졌는데 그 다음은 이를 세부화, 정착화하거나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훨씬 더 많은 친환경 핸들링규제가 앞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고 미래대응과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도 있고 온라인플랫폼 영업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메가 캐리어들은 할 수 있어도 중소선사는 못합니다. 그런 부분들을 같이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인애 편집국장 : 우수한 교수님은 최근 연구하신 내용을 토대로 인트라아시아 시장을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인트라아시아의 현실과 위기 그리고 한계를 잘 말씀해주셨고, 그에 대한 정책당국의 시선과 공사의 앞으로의 지원방향도 얘기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영무 부회장님. 해운업계는 공사에게 품었던 기대가 굉장히 컸을 텐데요. 어떻습니까? 공사의 사업을 평가하시고 해운업계에 바라는 점을 전반적으로 말씀해주세요.


 

 
 

“해진공 가장 잘한 일, 현대상선 20척 컨선 발주지원”

“친절하고 열린 마음으로 선사 어려움 이해해야 한다”

김영무 부회장 : 아까 좌장께서 제가 오래 해운업계에 있었다고 하니까 공사 설립 과정을 한번 돌아보고, 공사에 대해서 평가 보다는 바라는 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해운산업은 80년대가 위기였고 그 다음 90년대 초 IMF 때, 그다음 2008년 리먼브라더스 때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3번의 위기는 잘 넘겼는데 2008년 리먼브라더스 이후로는 아직 10년간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해진공이 탄생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탄생배경도 짧지만은 않습니다.

2008년도 리먼사태가 터지고, 정권이 바뀌고 불행하게도 해수부가 퇴출됐습니다. 그 때 어느 부처에서도 해운산업 위기에 대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때 저희 협회가 부산시와 공동으로 선박금융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했습니다. 1년에 걸쳐서 대외경제연구원이 연구하고 그 연구용역 결과를 갖고 청와대와 국토부에 건의했으나 관심을 못 끌었습니다. 그 다음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을때 당시 박근혜 후보가 부산에 내려왔어요. 당시 부산에서 간담회를 하면서 해운업계는 연구용역한 선박금융 설립을 위한 건의를 했고, 그 결과로 나타난 게 해양보증보험입니다. 그 해양보증보험은 해수부 설립 후 광장의 정우영 변호사께서 연구한 결과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해양보증보험이 설립이 좀 늦었습니다. 정권 초기가 아니라 2-3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운업의 여러 위기를 대처하는데 시기를 놓쳤고 보증보험으로서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불행스럽게도 한진해운이 퇴출됐습니다. 저희가 겪어보니 해양보증보험을 갖고도 한진해운이 퇴출된 마당에서 해운업 재건이 쉽지 않겠다 싶어서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때 선주협회가 업계의 의견을 모아서 해진공의 설립계획을 포함한 해운산업재건 계획을 민주당캠프에 전달했습니다. 그 내용이 거의 다 해수부 정책과제로 수립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해진공이 설립되고 당시 대부분의 내용을 해진공이 수행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잘한 것은 갖은 국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에 20척의 컨선박을 발주지원한 것입니다. 발주 전에는 국내외 학자 뿐 아니라 유럽정부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국내 학자들은 현재도 선복과잉인데 현대상선이 20척을 발주해서 선복과잉이 심화될 뿐 아니라 과연 현대상선이 운영능력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 유럽의회나 세계선주협회(ICS)도 현대상선의 20척 발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했고, 일본도 조선산업 지원이라며 반대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한-덴마크 해수부 장관회의에서도 덴마크 장관이 당시 김영춘 해수부 장관에게 그거 문제 있는 것이 아니냐고 얘기했습니다. 덴마크 해사청장도 우리 쪽에 2번 방문해서 한국정부의 20척 발주가 문제 있다고 했고 하다못해 머스크 싱가포르 법인장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우리 협회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 때 저희가 한 말은 ‘선복과잉은 한국선사가 한 게 아니고 유럽선사가 한 것이다. 한국선사는 100척의 운항선박을 시장에서 뺐다. 한진해운 퇴출이죠. 100척 빠진 상황에서 이제 20척 하는데 그걸로 너희들이 불만제기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현대상선의 능력과 공급과잉 지적에는 ‘해운시장은 항상 공급과잉이 있어왔다. 공급과잉에서 추가발주하면 새로운 선박이 나와서 경쟁력이 없는 선박을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좋은 선박을 만들어 현대상선이 운영하게 되면 그런 기우는 없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에 가서도 얘기했어요. 그러한 어려운 반대를 무릅쓰고 해진공이 20척의 컨선 발주를 위한 선박금융을 지원, 성사한 것은 가장 큰,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공사 설립 이후 부작용을 말씀드리면, 이건 공사 잘못이 아니라 공사가 설립되고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기존의 금융기관들, 예를 들어 산은이나 수은이 모든 것을 공사에서 맡긴다는 것입니다. ‘해운은 공사에서 알아서 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 국적선사가 좋은 CVC 계약을 갖고 와도 옛날 같으면 그냥 금융을 했을 텐데 공사가 있으니 공사에 가서 보증을 받아오라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계약을 갖고 와도 우리 선사는 보증료가 추가 부담됩니다. 기존 수은에서 좋은 계약에 대해서는 공사의 보증을 요구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여건 계약은 수은 등 공사 보증 요구하면 안돼,

LTV문제 공사 보증 필요, 해운조선 상생 앞장서주길”

다음은 공사에 바라는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장관님께서도 아까 공사에 해운업의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업무의 방향성과 마음자세를 강조하셨습니다. 저도 유사하게 말씀드리면, 일단 초심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해진공을 만들 때 감독기관이 금융기관이 아니라 굳이 해수부로 갖고 온 것은 뜻이 있습니다. 그 전에 해운산업을 지원했을 때 금융논리로 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금융논리로 하다보니 결국 한진사태 같은 불행한 사태가 온 것입니다. 해진공의 감독기관을 해수부로 바꾼 이유는 산업의 논리로 봐달라는 겁니다. 산업의 논리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선사가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선가하락시 LTV 문제입니다. 선가하락시 기존 금융기관에서 LTV를 못 맞추면 LTV 떨어진 만큼 추가담보를 요구하거나 그걸 못하면 선박을 팔라고 강요합니다. 해진공 생기기 전에는 LTV에 못 견뎌서 시장에 퇴출된 선사가 많습니다. LTV 문제만큼은 선가는 진흥공사에서 담보해주면 좋겠습니다. 못 믿겠다면 LTV 보증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LTV로 인한 선사퇴출은 향후에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가지는 해진공이 해운·조선·금융상생을 위한 협력방안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해운업계는 조선업계와 상생하고 싶으나 조선업계는 상당히 소극적입니다. 한국선사의 국내 발주율이 80-90%입니다. 한국은 가능하면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소에 국내 해운선사의 내수비중은 10%가 안됩니다. 이렇기에 한국 조선업계는 한국 해운업계를 경시합니다. 향후에는 해진공이 해운조선 상생을 위해서 앞장서야 합니다. 금융과 해운, 조선이 상생해서 한국 선사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해서 국내에서 건조하는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아까 정우영 변호사와 장관님도 말씀하셨는데, 진흥공사가 좀 더 친절하고 열린 마음으로 선사의 어려움을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하다못해 해진공에 찾아오는 선사들은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고, 어떻게 보면. 시중은행에서 환영 못 받고. 어떻게 보면 공사에서 지원하는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열린 마음으로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공사가 열심히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닫히면 괜히 밖에서 갑질한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공사가 열심히 하는 만큼 열린 마음으로 대해 주시면 그런 얘기가 안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인애 편집국장 : 김영무 부회장께서 신랄한 평가를 하실 것으로 예상했는데, 공사에 바라는 점을 주로 말씀해주셨습니다. 짧은 시간에 공사가 추진한 사업이 워낙 많아 살살하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규열 본부장이 패널들이 하신 발언 중에서 혹시 답변할 게 있으면 해주세요.


“갑을관계 명심, 낮아져 타기관과 협조할 것”

“금융비용 절감, 가능하면 인하 노력할 것”

조규열 본부장 :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정 변호사님께서 말씀해주신 여러가지 내용처럼 약관개정작업을 진행 중이구요. 갑을관계는 명심하겠습니다. 을의 자세에서 열심히 하고 타기관과 협조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클락슨과 같은 데이터 관리부분은 아까 말씀했듯 저희가 해운시황, 선대, 금융 이런 모든 데이터를 취합해서 이를 바탕으로 향후 산업진단, 기업진단 컨설팅까지 추진하려는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님 말씀하신 국적선사 중점지원 부분은 저희 포션을 보시면 지나칠 정도로 하고 있고, 금융비용 절감은 저희 생존 차원에서 꼭 받을 비용을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인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다음 우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인트라아시아와 관련해서 K2 통합이 종결되면 국적선사와 피더망 구축이라든지 공동운항, 선복공유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영무 부회장님이 여러가지 따뜻한 지적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다른 걸 떠나서 저희가 낮은 자세로 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겠습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해운재건 사업의 성공에 공사가 디딤돌 역할 해야”

“해운계의 동반자적 해양금융전담 정책기관으로 성장, 지속돼야“

이인애 편집국장 : 오늘 다섯 분 패널들의 토론을 들으면서 한국해운 재건과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사업을 비판하고 또 더 나은 발전방안 모색을 요구하는 이 자리는 해진공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해운업계에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평가는 기대가 큰 만큼 서로 입장에 따라서 많이 평가가 다를텐데요 그럼에도 해진공이 한진사태 이후 위축된 한국해운 재건을 위한 고임돌을 놓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공사가 흔들리지 않는 재건사업과 경쟁력 강화사업의 성공을 통해서 한국해운의 과거 위상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우리 해운이 미래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하고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사가 이 같은 중차대한 역할을 해나가는 데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구요. 또한 해운업계의 지지와 애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해운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영속하기 위해서는 어렵게 출범한 해진공이 해운업계의 동반자적인 해양금융전담정책기관으로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고 특히 영속성을 갖고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토론내용이 모쪼록 우리 해운발전과 해진공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 되길 바라며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