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뛰쳐나온 해양대 학생들 “승선근무예비역 유지하라”

 
 

선협·선원노련 등 단체 11곳·해양계 재학생 2천명, 국방부 앞 피켓 시위 구호 외쳐

“승선근무예비역을 유지하라!” 쾌청한 하늘 아래 힘찬 구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꽃샘추위로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던 3월 22일 오후 1시, 용산 국방부 앞 전쟁기념관 정문에서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위한 결의대회가 한창이었다.

검은색 제복을 입은 해양계 대학생들과 빨간 띠를 두른 선원노조, 해양산업 종사자들이 색색의 깃발과 피켓을 높이 쳐들고 승선근무예비역 유지를 위한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길가에는 새벽부터 부산과 목포, 여수, 인천 등 전국각지에서 참가자들을 실어나른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경찰병력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날 결의대회는 한국선주협회를 비롯해 한국해양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인천해사고등학교, 부산해사고등학교,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한국해기사협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한국해운조합, 한국원양산업협회, 수협중앙회 등 해양계 교육기관과 해양수산단체 11곳이 공동주관한 것으로, 지난 2월 세종시 해양수산부 앞에서 집회를 가진 이후 두 번째로 열렸다. 주최측은 이날 참석인원을 2,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전국에서 올라온 해양계 학생들과 학부모들, 해양산업 종사자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며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높이 쳐든 피켓에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 해운산업 재건’,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답이다, 해양강국 가는 길’, ‘승선근무예비역 유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 등이 써있었다.

 

 
 

국방부 향해 승선근무예비역 개악저지 함성

이날 결의대회는 대오정리와 구호연습, 난타공연 등 식전행사에 이어 1시 30분부터 개회 선언, 경과보고, 구호 및 노동가 제창, 문화공연, 대회사, 격려사, 연대사, 호소문 및 결의문 낭독 등의 순으로 본격 진행됐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정태길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저임금의 외국인 선원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한국인 선원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해왔으며, 우수한 해기사를 양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하며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국가 안보차원에서도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 노동가수 지민주씨가 <아침이슬>과 <엎어버려>, <파도 앞에서>를 참가자들과 함께 부르며 결의대회의 열기가 한층 고조됐다. 한 차례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국방부를 향해 승선근무예비역제도 개악을 저지를 위한 뜨거운 함성을 터뜨렸다.

이어 목포해양대 박성현 총장,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강수일 회장, 한국해양대학교 송재욱 해사대학장 순으로 연대사를 잇달아 낭독하며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가 축소 폐지된다면 해운산업에 미치는 파급여파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며 전시 물자수송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는 등 국방력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

“승선근무예비역이 우리나라의 안보와 산업 측면에서 필수적이며 현역 군복무자와 비교하였을 때 어떠한 특혜로도 볼 수 없어 형평성에도 부합된다. 승선근무예비역 제도의 폐지 논의는 안보적, 산업적 차원으로 재고되어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잘 훈련된 우수한 상선사관을 육성하여 전쟁 등 유사시에는 병참업무를 수행하는 상선대 제4군화 정책을 채택하도록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다.”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강수일 회장)

“승선근무예비역은 어느 군대로도 대체할 수 없는 국가필수요원이며, 국가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선 병참선의 보급로 역할을 하는 외항상선이 필수적이다. 승선근무예비역을 폐지 또는 감축하려고 한다면 해양수산업의 몰락을 막기 위한 일념으로 합심하여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한국해양대학교 송재욱 해사대학장)

 

 
 

해양대생, 호소문 낭독 및 결의문 전달

이어 해양대생들의 진심을 담은 호소문 낭독이 진행됐다. 먼저 한국해양대 해사대학 김정식 사관장은 호소문에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우리의 바다를 지켜준다. 국가와 해운 인재들의 미래를 위해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목포해양대학교 해사대학 홍승효 학생회장은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축소 및 폐지는 우수한 해기사들의 인적 기반 자원을 해친다는 문제를 넘어 해기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인 해양대학교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해양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국가필수 해운요원으로서 그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3시경,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낭독했으며, 선원노련 정태길 위원장과 학생대표들이 국방부로 결의문을 전달하며 집회가 마무리됐다.

최근 국방부는 병역자원 고갈을 이유로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포함한 전환복무 폐지 및 대체복무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발에 나선 해양산업계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서명운동 및 집회, 국회토론회 등을 잇달아 열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양산업계에 따르면,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우리나라 해양산업을 지탱해온 제도로서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 상위권의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해왔다. 해양산업계는 “동 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해기전승의 단절은 물론이고 우리 해양산업 기반이 크게 와해 될 것”이라며 우려하며 “국가안보와 해운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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