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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5주년 특집기획/선원정책의 주요현안 점검 ⑤ 승선근무예비역제도

기사승인 [541호] 2018.10.02  16: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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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에 오른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냐, 폐지냐’

   
 

“해운업 발전과 국가안보에 필수적” VS “인구감소에 따른 단계적 축소 불가피”

선내 사망사고 등 부정적 여론…선내 조직문화 개선, 노사정 선원고충신고센터 운영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유지냐 폐지냐를 두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국방부는 인구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확보차원에서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비롯한 대체복무의 폐지 및 단계적 축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현역 복무 개념인 승선근무예비역도 대폭 축소할 방침으로 알려져 해운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운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2007년 병역법 개정 당시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국가필수제도로서 특혜가 아니라 유사시 국가필수 상선운영을 위한 해기인력이다. 즉 승선근무예비역은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으로서 유사시 군수물자수송 등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병역자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까지 선박 안전운항 및 운송화물 관리를 담당한 우수한 해기인력은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국방부가 모든 대체 복무 폐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수상자들의 병역면제와 실습생 및 승선근무예비역의 잇따른 선내 사망사고 등 승선근무예비역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이에 병무청은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규제 강화에 나섰으며, 업계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유지, 확대를 위한 대국민 홍보강화와 더불어 초급해기사 인권개선 및 선내 조직문화 개선 노력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 또는 확대해야”

승선근무예비역제도 폐지 및 단계적 축소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8월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전환, 대체복무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국방부는 예술·체육 분야 병역 특례를 포함한 모든 대체복무제를 2022년까지 4년 내에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복무제(의무경찰, 해양의무경찰, 의무소방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제를 최소한으로 유지 감축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3년간 승선근무를 해야만 하는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도 포함된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각 부처와 관련 업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2023년부터 인구절벽이 예상되며 군복무 인원유지를 위한 대체복무 인원 축소방안이 고려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은 국방부와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의하고 산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계는 승선근무예비역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전시물자 및 병력 수송지원 불가로 전시 병참기능이 크게 약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해양대 및 목포해양대 해사대학 정원의 증가로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동 제도 축소 시 해운산업 기반 와해 및 양 해사대학 존립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한 해사대학 관계자는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폐지 여론으로 재학생이 동요하고 있으며 동 제도 폐지 시 졸업생 취업문제 등 대학 운영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사고등학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해사고 관계자는 “해사고 대부분 학생들의 입학동기가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통한 승선이다. 해양대학교 졸업생 증가로 해사고 졸업생들의 취업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승선근무예비역 축소 및 폐지는 해사고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9월 4일 성명서를 통해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국가경제·안보와 직결되므로 폐지대상에서 즉각 제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선원노조는 “총 3년간 승선근무해야 하는 선박은 널리 알려진 대로 군대보다 더한 고립무원의 바다 위 폐쇄적인 공간이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7-8개월 동안 가족·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채 지내야 한다. 이들을 다른 병역특례제도와 동일하게 ‘특혜자’로 구분 짓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선주협회를 주축으로 한 해운업계는 승선근무예비역 축소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업계, 단체, 학교 등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9월에 열린 TF 회의에는 한국해양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부산해사고, 인천해사고, 한국선박관리협회, 한국해기사협회, 한국해운조합, 선원노련, 선주협회 등에서 참석해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관련 동향과 유지를 위한 활동방안 등을 논의했다. TF는 앞으로 국방부와 해수부 간 업무협의를 전후로 국방부를 방문하고 국회에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의 당위성을 적극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해운산업 발전 및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요소로 현행 배정인원 1,000명을 유지하거나 1,300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해양대학교 승선학과 전원의 N-ROTC(해군부사관 후보생)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졸업 후 즉시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사관을 공급하여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실질적 제4군의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승선근무예비역 국적 해기사 인력 15.4% 차지

우리나라 해기인력 관련 병역제도는 1958년 해군예비원제도에서 해군예비역장교 제도, 특례보충역, 산업기능요원제도를 거쳐 2007년에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변화됐다. 승선근무예비역은 항해사나 기관사로 3년간 선박회사에 근무하면 현역복무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승선근무예비역 인력은 매년 1,000명이 배정되고 있으며 의무승선기간 3년에 따라 해양수산분야에 승선하는 연인원은 최소 3,000여명이다.

KMI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말까지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복무를 만료한 인원은 총 3,027명이며 2015년말까지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복무중인 총 인원은 3,132명이다. 3년 근무자만 계산할 경우, 승선근무예비역 인력은 우리나라 전체 국적 해기사 인력의 15.4%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6-2017년은 편입인원 TO가 1,000명으로 배정되어 해기인력으로서 활용 가능한 인력은 충분하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인재들의 해양대학교 입학 및 졸업을 통해 우수한 해기사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유사시 병참기능 지원을 통해 국방 및 안보에 기여하고, 전쟁 발발시 즉시 함정 등에 투입함으로써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흔히 해운업계는 “승선근무는 곧 병영생활과 같다”고 말한다. 6-8개월 선상생활은 장거리 항해로 위험이 노출되어 있는데다 엄격한 상하관계와 사회격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승선근무예비역은 예비사관생도의 개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관학교는 국군장교를, 해양대학교는 상선 사관인 해기사 양성을 위한 특수대학으로서 양 대학 모두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 관련 관리규제 강화

최근 초급 해기사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이후 선내 조직문화 및 인권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동시에 승선근무예비역제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 실습생이 중동지역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폭염 속에 화물선 탱크 청소를 하다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올 3월에는 승선근무예비역으로 화학물질운반선에 탔다가 사우디아라비아 해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고도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인권과 근로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손보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간 승선예비역은 병무청에서 관리하나 오랜 기간 해외에 체류하고 있어 관리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실습 과정에서 선장 등의 인권침해나 갑질의혹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병무청은 승선근무예비역이 근로자로서 정당한 대우와 선상 등 폐쇄된 공간에서도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승선근무예비역 관련 선내 폭행, 폭언, 갑질 등 인권침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며, 승선근무예비역 복무선박에 대한 선령제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승선근무예비역 전원에 대하여 승선 중 연 2회 이상 모바일을 이용하여 권익침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모바일 조사 결과 위법·부당한 권익침해 사항은 해양항만관청, 선원근로감독관 등에게 조사의뢰하고, 선상 긴급구제가 필요한 사항은 해양수산부, 해운업체 등 유관기관과 공조하여 신속히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부당 노동행위 등 신고 접수 시 ‘권익보호 상담관’이 끝까지 추적, 관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승선근무예비역이 승선 중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신고 방법 등을 잘 알지 못하여 권익을 침해받은 경우에도 마땅히 신고할 곳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는 승선 전에 실시되는 교육이나 연 2회 하는 모바일 실태조사 시 복무위반행위 신고사이트와 국방헬프콜(☏1303) 및 ‘권익보호 상담관’ 전화번호를 안내하여 언제라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승선 전 약정 근로조건 이행서약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지금까지는 승선 전에 주로 복무규정과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병무청과 해운업체가 권익침해 시 피해구제 신고요령과 인권 및 근로권익 보호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승선근무예비역 편입 시 성실복무·약정근로조건 이행서약서 제출을 의무화 하는 등 권익보호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병무청은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운업계와 단체, 학교 측에서 선원들의 인권개선차원에서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선내 조직문화 개선, 선원 인권침해 예방

업계에서도 승선근무예비역이 선상에서 부당한 대우나 인권을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선내 조직문화 개선과 선원 인권침해 예방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17일에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병무청장과 해운업계 CEO 간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향후 대책으로 △노사정 참여 선원고충신고센터 설치 및 운영 추진 △선원 인권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선내교육 강화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강화 등이 논의됐다.

지난 7월 4일에는 한국선주협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한국해기사협회가 부산에서 ‘선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선박 내 인권침해 근절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선내 조직문화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 선원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선사에 직접적인 피해가 갈 뿐 아니라 한국 해운산업 이미지 실추 및 선원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선원인력 공급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선원들의 인권침해 사례 근절을 위해서는 해사노동협약의 준수와 함께 선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선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와 세대 간의 갈등 해소, 회사의 적절한 개입, 끊임없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선내 갈등의 주원인으로 세대차이, 외국선원 혼승, 업무량 증가 등 선박 승무원의 근무환경 변화가 꼽힌다. 개인과 조직적인 피해는 결국 해상안전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갈등해소를 위한 전문교육 강화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선주협회는 선원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노사정이 참여하는 선원애로사항 신고센터를 공동 운영하는 한편, 하반기에 선박을 직접 방선하여 선원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점검하기로 했다.

강미주 newtj83@naver.com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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