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추진선’ 논의 탄력…해운·조선·에너지업계 사업화 ‘시동’

 
 

일본 ATMOS LPG추진 가스선 개발, 현대중 LPG엔진사업 진출

국내 첫 LPG페리선 내년 등장, 안전성 확보 및 관련법률 마련해야

 

LPG(액화석유가스)가 차세대 친환경 선박연료로 부각되고 있다. LPG는 기존 선박유 대비 각종 유해물질을 대폭 줄일 뿐 아니라 연료의 이동과 공급이 용이하여 최근 해운조선 및 에너지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안전성 확보 및 관련법률 마련을 위한 논의도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일본을 필두로 LPG 연료선 개발 및 벙커링 사업이 본격화될 조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내년에 LPG를 연료로 하는 첫 페리선이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문>

 

차세대 친환경 선박연료로 LNG(액화천연가스)에 이어 LPG(액화석유가스)가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20년 시행될 예정인 IMO의 선박 황산화물 규제(황함유량 3.5%→0.5%)에 따라 해운업계는 기존 HFO(벙커C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연료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주 및 선사들의 선박 환경규제 대응방안으로는 그간 스크러버 장착, 저유황유 사용, LNG 연료추진선 등이 주로 검토돼 왔으나 최근 LPG 연료가 새롭게 떠오르면서 해운업계의 대체연료에 대한 선택지는 더 넓어지게 됐다.

지난해부터 해운·조선 및 에너지업계에서 LPG의 선박연료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LPG업계의 선박연료 시장 진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LPG업계는 최근 비용하락과 수요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성장동력 발굴 및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LPG 선박연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2016년 기준 전 세계 LPG 생산은 약 3억 600만톤이며, 미국이 세일가스 영향으로 세계 1위의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전 세계 LPG 소비는 약 2억 9,800만톤으로 이중 중국이 4,762만톤으로 16%를 차지하고 있다.

LPG 오염물질 배출 감소, LNG 대비 벙커링 용이

LPG는 환경적 측면에서 기존의 연료보다 대기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고 액화 온도가 낮아 저장 및 취급이 LNG에 비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PG 연료는 기존 벙커C유를 사용할 때보다 황산화물(SOx)은 90-95%, 질소산화물(NOx)는 15-20%, 이산화탄소(CO2)는 20-30% 가량 적게 배출할 수 있다.

LPG는 터빈엔진의 무게와 크기가 기존 디젤엔진보다 크게 줄어 선박 설계 시 공간 활용도가 높으며, 에너지 효율성이 한층 강화돼 운항비도 절감할 수 있다. 선박 건조비용 등 경제적 측면에서는 LPG 추진선이 LNG 추진선의 3분의 2 수준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LPG는 LNG 보다 연료공급시스템이 비교적 단순하여 벙커링 인프라 설치가 용이한 편이다. LNG의 경우 연료운송을 위해 영하 162℃의 환경에서 액화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선 고압·냉각탱크 등이 필요해 선박 건조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LPG를 구성하는 프로판과 부탄은 영하 55℃ 이하에서 액화가 가능하여 LNG 추진선에 비해 처리하기 용이하며 저장탱크 제조 및 유지 보수비용이 적다는 설명이다. 또 LPG는 LNG 보다 글로벌 트레이딩 시장이 기 발달해 세계 각지에 공급 포인트를 두므로 연료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 LPG 벙커링 관련 거점 1000여개

전 세계 LNG 벙커링을 위한 거점은 300여곳인 반면 LPG 벙커링을 위한 거점은 1,000여곳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LPG 추진선은 항해 중 언제든지 세계 주요 항만에 정박하고 신속한 연료 주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LPG 벙커링의 구축비용도 LNG 벙커링의 3분의 1 수준이어 앞으로 설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셰일가스 개발 및 증산으로 LPG 가격은 풍부한 공급에 따른 안정화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투자비용이 점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체 선박연료로서 LPG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뿐 아니라 신조선에 가장 적합한 연료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세계 첫 LPG 연료추진선으로는 Isabella Kosan사가 2007년 건조한 LPG 운반선 ‘Ocean Prism’(8,000㎥)호로 LPG와 HPO 이중엔진타입이 장착돼 있다.

LPG엔진 시장도입 및 안전성·법안 확보 선결돼야

세계LPG협회(World LPG Association, WLPGA)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연료로서 LPG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LPG협회는 125개국의 250개 회원사를 두고 있으며, 최근 대체 선박연료로서 LPG의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LPG for Marine Engines–The Marine Alternative Fuel)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동 보고서는 선박연료로서 LPG의 기술적 가능성과 시장잠재력, 생산 및 활용, 엔진기술, 안전 및 환경문제, 투자비용, 개발단계 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LPG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며 ‘LNG 만큼 매력적인 선박연료’로서, 대형선박에서부터 소형보트까지 다양한 크기의 선박에서 이용가능하고, 낮은 투자비용과 짧은 페이백 기간을 제공하면서 연료 시나리오에 덜 민감하다고 평가돼 있다. 현재 LPG 연료를 동력으로 하는 대형가스선 건조와 벙커링 개발사업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LPG가 선박연료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LPG 엔진의 시장도입이 초기상태이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안전성 확보와 법률 및 규정 마련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아직까지 LPG 추진선박에 대한 제도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투자비용 및 벙커링 인프라, 이용가능성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확실한 대체 연료 솔루션이 되기까지는 아직 이르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日 아스토모스社, 2020년 세계 첫 LPG 추진 가스선 도입

일본 최대 LPG 공급업체인 아스토모스 에너지(Astomos Energy)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최초로 LPG 연료추진선을 건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자사의 대형 LPG 가스선 건조를 목표로 LPG 선박엔진을 개발 중이며 이를 위해 일본 내 조선소, 해운선사, 선용품 메이커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선의 엔진으로는 선박용 엔진 메이저 제조업체인 유럽의 ‘만디젤 터보(MAN Diesel&Turbo)’가 개발 중인 저속 디젤엔진 ‘ME-LGI’를 탑재할 예정이다. ME-LGI는 LPG와 중유 모두 주입할 수 있는 이중엔진으로, 내년부터 동 엔진이 탑재되는 LPG 연료추진선박의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스토모스사는 향후 LPG 추진 컨테이너선, 크루즈선, 벌크선 등 다양한 LPG선박을 건조하여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LPG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며, IMO 규제에 대비한 LPG 추진선박 판매 및 연료 공급사업도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LPG 벙커링 구축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스토모스는 지난해 6월 노르웨이 Statoil사와 MOU를 체결하고 2020년까지 유럽 내 LPG 벙커링 도입을 위한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또한 일본 수출입업체와 협력하여 LPG 벙커링 사업기회를 검토하기로 했으며 일본LPG협회 및 LPG가스센터와 공동으로 LPG 벙커링 수요파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중, 만디젤과 LPG 차세대 이중연료엔진 사업 진출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이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세대 이중연료엔진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은 2월 울산 본사에서 만디젤 터보사와 ‘선박 추진용 이중연료엔진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LPG와 디젤 두 가지 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6,000마력급 이상 대형선박 추진용 ‘LPG 이중연료엔진’(ME-LGIP)을 개발하는데 협력하고, 상용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만사가 보유한 LPG추진 기술을 기반으로 이중연료엔진의 상세 설계와 안전성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기술 완성 수준을 끌어올리고, 주요 선주사를 대상으로 신제품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엔진을 탑재한 선박은 전 세계에 구축된 LPG벙커링 시설로부터 LPG연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 1월 25일 부산선원센터에서 열린 'LPG 벙커링 인프라 구축 협약식'
올 1월 25일 부산선원센터에서 열린 'LPG 벙커링 인프라 구축 협약식'

세계 첫 LPG페리선 내년 국내 인천-제주 운항

특히 내년에 세계 최초 LPG 페리선이 국내 인천-제주 간 운항을 예고하고 있어 관련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벙커C유 대신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LPG 추진선박이다.

국내 LPG업계는 GE 등과 손잡고 지난 2016년부터 친환경 LPG 연료 페리선 개발을 추진해 왔다. 그간 선박 설계 및 안전성 검토를 완료했으며, 2019년 중순 선박을 인도 받아 본격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동 선박은 GE의 ‘COGES 시스템(Combined Gas turbine Electric & Steam,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조합한 복합발전 전기추진 방식)’이 장착된다. 선박 설계는 극동선박설계가 담당하고, 가스연료공급시스템 설계 및 제조는 크리오스가 참여하고 있다. GE에 따르면, COGES 시스템은 4행정 디젤 엔진보다 가볍고 크기가 작아 더 많은 승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선주, 운항사, 설계 및 조선사들의 수명주기 비용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동 LPG 추진 페리선은 국내 연안 노선 뿐 아니라 한중·한일 국제항로 등을 운항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연내 인천-제주 연안 여객항로 투입을 확정하고 국내 조선소와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며, 선박 발주는 부산 지역 해운사인 영성글로벌이 맡을 예정이다.

LPG 벙커링 허브 및 인프라 구축 협약

동 LPG 페리선은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로 IMO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동시에 운영비는 약 35% 절감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홍준석 대한LPG협회장은 “GE와 여러 LPG 관련 기술 기업들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는 LPG 추진선이 앞으로 한국의 LPG 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조선사 및 해운업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동시에 LPG 벙커링 허브 및 인프라 구축작업도 추진된다. 대한LPG협회와 동 사업단은 지난 1월 25일 부산 한국선원센터에서 ‘LPG 선박 벙커링 허브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하고 선박연료로 LPG를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 조성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향후 ‘Ship-to-Ship’ LPG 벙커링 시스템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식 참여사들은 동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LPG 벙커링 허브를 구축하게 되고, 친환경 LPG 선박연료 공급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밟을 것으로 기대했다.

LPG 추진선박 연구 본격화, 한국선급 연구용역 진행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LPG 추진선박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선급을 통해 LPG 추진선박 도입 타당성 및 안전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오는 4월경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LPG 선박의 경제성 및 안전 요건을 조사하여 국내법령인 가스연료 추진선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LPG 추진선박의 개발타당성 및 경제성 연구 △LPG 추진선박 구조 및 설비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 △LPG 추진선박 관련 국내법령 개정초안 검증 등을 다루게 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IMO의 IGF 코드와 국내 법령인 가스연료 추진선박기준(고시)은 LNG에 대한 세부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IMO에서는 연료전지(수소), 메틸·에틸알코올에 대한 상세요건의 개발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반면 LPG에 대한 요건 개발은 아직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LPG는 LNG와 다른 특성을 지니므로, LPG를 선박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LPG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해수부는 LPG를 선박의 연료로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타당성 및 경제성을 조사하고 선박의 구조 및 설비에서 요구되는 안전요건을 개발해 정부의 가스연료 추진선박 기준의 개정초안에 대한 수정의견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