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에 특화된, 실무 연관 강의를 접하고 연수생들 간의 네트워킹 기회가 좋았다”

3박 4일의 중국 선박금융 세미나를 끝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여에 걸친 해운금융교육 일정이 모두 끝났다. 길다면 긴 기간이었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벌써 끝인가 싶고, 다른 연수생들도 비슷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연수기간이 즐겁고 유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해 3~4월에 해사문제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해운물류교육을 수강했고, 해운업의 전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번 해운금융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하지만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입사원으로서, 이번 해운금융교육에 참여하기에 너무 이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이미 계획해놓은 늦은 여름휴가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수업을 결석해야 해서 교육 수강을 망설였었다. 해사문제연구소 담당자에게 사정을 알리고 상담하니 올해 수강을 권유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올해 수강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수업 내용은 ‘선박금융개관’과 ‘세계경제 동향’, ‘해운/조선산업 이해’ 등과 같이 해운산업과 금융/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개괄하는 과목으로 시작해서 ‘해운 금융 및 여신 개론’, ‘프로젝트 파이낸스’, ‘구조화 금융’과 같은 선박금융 실무에 대한 과목으로 이어졌다. 또 ‘환위험관리’, ‘파생상품 이해’와 같은 과목을 통해서는 외환거래를 하는 해운기업의 특성상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위험의 개념과 이를 관리하는 방법론을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파생상품 종류와 특징에 대해 이해하고, 최근에는 거래량이 줄었으나 운임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해상운임선물거래(FFA)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보험, 회계, 법률 관련 전문가 분들이 진행하는 강의로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번 강의 커리큘럼에 대한 개인적인 총평을 하자면, 이전에 들었던 해운물류교육에서는 평균적으로 사원, 대리급 수강생이 많았으며 해운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면, 이번 교육에는 대부분 여자 분들이 과장급, 남자 분들은 차장, 부장급이셨던 만큼 좀 더 선박금융에 특화된, 실무와 연관된 강의를 접할 수 있었다. 연수생 대부분이 실무 경험이 꽤 있기 때문에 원론적인 강의 보다는 실무를 오래 하신 분들의 현장감 있는 강의에 더 호감을 나타냈던 것 같다. 아직 실무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론적인 강의도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을 정리하거나, 모르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고 실무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경험담도 흥미로웠으며 간혹 이해가 미진한 부분은 더 공부해야겠다는 맘을 먹게 한 계기가 되었다. 다만 내가 이론적으로 이해한 것들을 실무 경험이 풍부한 다른 연수생 분들은 좀 더 와 닿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내용도 좋았지만, 이 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연수생들 간의 네트워킹일 것이다. 특히 이 교육 과정의 목적이 해운업계 종사자와 금융계 종사자 서로 간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있기 때문에, 연수생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식사 자리도 마련되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런저런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사실 해운업이 상당히 특수한 분야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쪽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해나 공감을 얻기가 다른 산업에 비해서 더 어려운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친구에게 ‘운항을 해봤다’는 얘기를 했더니 ‘정말 배를 직접 운항해보았느냐’고 되묻는 통에 웃기도 했다. 해운업에 웬만큼 관심과 배경지식이 있지 않으면 보통은 육상업무의 필요성을 잘 모르고, 해운회사라면 으레 항구 쪽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무실이 왜 서울에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또한 해양대학교를 나오신 분들은 업계에서 일하는 선후배들이 많겠지만 일반대 출신인 나는 그렇지 않다보니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만남의 기회가 더 반갑다. 다만 연수 초기부터 친목 도모를 위한 식사자리나 술자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가졌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연수 후반부에 국내 조선소 견학과 중국 선박금융 세미나 일정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수생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국내 조선소 견학 일정으로는 거제도에 위치한 대우조선소를 방문했다. 서울에서 왕복으로 10시간 이상 걸리는 여정이었지만, 국내 빅 3 조선소 중 하나라고 하는 대우조선소 내부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연수생들 모두 들뜬 마음으로 참여하였다. 조선소 내부를 견학할 때에는 조선소 직원 분이 나와서 대우조선소 측에서 제공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조선소 내부를 돌며 시설이나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조선소 곳곳에는 작업 중인 거대한 블록들이 보였고 블록들이 다 완성되면 도크에서 블록을 연결해서 하나의 선박으로 완성된다. 물론, 그런 과정은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하게 큰 블록을 레고 조립하듯(?) 연결한다고 생각하니 그 기술이 새삼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한 도크에서 건조 중인 머스크사의 1만 8,000TEU급 컨테이너선도 특유의 파란색 선체와 거대한 규모가 단연 시선을 끌었는데, 이렇게 수주한 선박은 건조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데다 그 금액이 크다보니 건조과정을 감독하기 위해 본사에서 직원을 조선소로 파견한다고 했다. 그런 직원들을 위한 시설이나 같이 오는 자녀들을 위한 국제학교도 있다고 하니 조선소 자체가 마치 하나의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연수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중국으로 가는 3박 4일의 해외 세미나 일정이었다. 인천에서 위동페리를 이용해 청도로 갔다가 상해로 넘어가는 여정이었는데, 부산 해양대학교 출신으로 기관장으로 승선하셨던 사장님께 일정표를 보여드리니 ‘뭣허러 배를 타구 가, 비행기 타구 가지’ 하시기에 웃었다. 사실 요즘 시대에 ‘뭣허러’ 배를 타고 해외에 나가겠는가. 다만 승선 경험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일생에 한 번 뿐인 경험이 될 것이다. 저녁쯤에 출항해서 이제 막 노을이 지고 어둑해지는 갑판에서 함께 사진도 찍고, 선교에 올라가서 배가 갑문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배 안에서 식사도 하고, 저녁에는 술도 한 잔 마시며 그동안의 회포를 푸는 시간도 가졌다. 선실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니 아침에 청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항만시설을 간단히 둘러보고 칭다오 맥주박물관도 구경하고 나니 어느새 상해로 넘어가는 비행기 시각이 가까웠다.

상해로 이동해서는 상해국제금융항운연구센터에 가서 중국선박금융의 현안과 전망에 대한 좡링 박사의 강의를 들었으며, 상해항운교역소(SSE)를 둘러보고 세미나실로 이동해 해상운임지수를 발표하고 해운거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거래소의 기능과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한 세계 최대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는 상해 양산항을 방문해 전망대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있는 컨테이너들과 대형 크레인들을 보며 그 거대한 규모에 놀랐는데, 처리능력을 늘리기 위해 계속해서 추가 건설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데 있어 이미 고도의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어 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 더욱 놀라웠다. 이렇게 발전한 상해의 모습을 보며 해운, 물류, 금융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고, 우리나라도 해운강국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금융 지원과, 항만 인프라 구축과 해운 거래소 설립 등 해운 정보 시스템 확충에도 정책적인 지원이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또, 연수 일정을 마무리하며 회사로 돌아가서도 더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주신 여러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해양대학교 이기환 교수님을 비롯해 좋은 강의를 해주신 강사진 분들, 그리고 연수 프로그램 진행에 도움을 주신 한국해사문제연구소와 금융연수원 담당자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이 교육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되어 해운업계와 금융계 종사자들에게 좋은 교육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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