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여객 승선률 77%→37% 급감, 화물은 오히려 10% 늘어

 
 

크루즈는 279항차 취소, 뾰족한 대책 없어 장기화 피해 우려

중국이 사드갈등으로 지난 3월 자국민의 한국관광 전면금지령을 내린지 한 달이 지났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가 한중 카페리 업계다. 한중 카페리 선사들은 중국인 단체예약이 대거 취소되고 승선률이 급감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국가적 외교·안보이슈이어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지난 3월 15일부터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금지한 ‘후폭풍’으로 한중 카페리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카페리의 주 여객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소무역상(보따리상)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4월 현재 한중 카페리 선사들은 예상치 못한 ‘사드 사태’로 정원에 훨씬 못미치는 여객을 태우고 컨테이너 화물 위주로 운항을 하며 위기를 견디고 있다. 일부 항로는 여객이 없이 화물만 싣고 운항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한중 카페리는 일반적으로 매출의 70% 가량을 컨테이너 운송으로 충당하지만 여객 급감 사태가 계속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인 807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올 3월 한달 간 전년동월 대비 39%가 줄었다. 중국의 한 온라인 여행사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1일)를 맞아 중국 관광객의 최다 방문국은 한국을 제외한 일본, 태국 등으로 조사됐다. 이에 올해 중국 카페리 관광객들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른바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지자체와 항만당국도 이로 인한 차질을 빚고 있다.

4월 한중 카페리 평균 승선률 77%→37%로 하락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4월 현재 한중 카페리의 평균 승선률은 37%로 전년동월 77%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방한금지령이 본격화된 3월 중순 이후에는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한중 카페리 10개 선사의 단체 관광객 7만 1,000명의 예약이 취소됐다. 향후 단체 관광객 이용이 중단이 계속될수록 여객 실적은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항로별로 다소 차이는 보이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중국인 여행객의 수요가 높은 인천지역 10개 항로이며, 중국인 소무역상 위주의 여객을 싣는 평택지역 4개 항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중국 석도를 연결하는 군산항로의 경우 3월말 예약취소가 이어졌으나, 아직까지 타 항로에 비해서는 높은 승선률을 보이며 큰 변동의 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5월부터 본격화하는 중국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유커 절벽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5월 취항예정이던 대산항-용안항 국제 카페리 취항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제24차 한·중 해운회담’에서 합의된 동 항로에는 여객 500-1,000명과 컨테이너 150teu를 수송할 수 있는 2만 5,000톤급 카페리호(한성훼리)가 취항해 주 3회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올해 한중 해운회담을 통해 논의될 예정인 군산과 중국 석도를 오가는 카페리호 증편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 큰 타격 없어, 평균 10% 증가

한중 카페리 여객 수는 급감한 반면 다행히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별 다른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4월 기준 한중 카페리의 화물은 항로별로 차이가 있으나 전년동월 대비 평균 10% 늘어난 것으로 공식집계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화물은 예년 수준과 비슷하고 큰 변동이 없다. 아무래도 중국 산둥반도 지역의 전자제품 부자재와 완성품 등의 물량이 오가다 보니 중국도 자국 산업에 타격을 주는 행위는 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항의 3월 카페리 컨테이너 물량은 14% 정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중카페리협회 관계자는 “아직 사드보복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당장 통계가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현재 여객은 많이 줄어 선사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고 화물은 항로별로 편차가 있으나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체관광객 중심 인천-천진항로 여객감소 폭 가장 커

한중 카페리항로는 총 16개이며 이중 가장 많은 10개 항로(영구, 진황도, 연태, 대련, 석도, 단동, 위해, 청도, 천진, 연운항)가 인천에 개설돼 있다. 인천과 중국을 연결하는 10척의 카페리는 한중 카페리 전체 여객의 60% 이상을 운송하고 있다.

IPA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중국 카페리를 이용한 여객수는 전년 보다 13.1% 늘어난 92만명이다. 전체의 85%가 중국인이 차지했으며 이중에서도 중국 순수 여행객의 비중은 88.2%였다. 그러나 올 3월 인천-중국 10개 항로의 여객 수는 총 5만 5,113명으로 전년동월 8만 69명보다 평균 3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항로별로는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이용객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인천-천진 항로의 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 항로의 3월 여객은 전년동월 대비 무려 82.7% 감소했다. 여객이 거의 없는 상태로 화물만 운송하는 사태가 이어질 경우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 항로는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농·공산품 거래 중심의 상인 이용객 보다는 단체관광객 중심의 수요가 높다 보니 이번 사태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IPA는 3월 인천항 한중 카페리 선사 영업 담당자 및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시, 인천관광공사 담당자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중국 정부 정책을 예의 주시하면서 여객터미널 이용객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 기관과 선사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위기를 타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중국 4개 항로는 보따리상 위주, 세관 통관 차질도

나머지 6개 한중 항로는 평택-중국 항로에 5개(영성, 일조, 연운항, 위해, 연태), 군산-중국 항로에 1개 노선이 개설돼 있다.

평택은 현재 4개 노선이 운항되고 있으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보다는 보따리상 위주의 여객 수요가 높은 편이다. 2016년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이용객 추이를 보면 총 43만명 가운데 중국인 이용객은 32만 5,000명이다. 국제여객 수송실적은 2016년 43만 5,104명으로 전년대비 12.1% 하락했으나 중국인은 32만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카페리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체 평택항 처리물량 60만teu 중 21만teu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의 방한 증가에 따라 관광컨텐츠, 여객유치 인센티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던 평택항의 앞으로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중국 소상공인 여행객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농·공산품 반입·출 제한 정책에 따라 최근 줄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3일에는 중국세관이 입항하는 한중 카페리 선박의 보따리상 물품을 통관시켜 주지 않겠다고 통보해 옴에 따라 평택항을 이용하는 소무역상 승선객이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다.

군산-석도 항로는 1개 선사가 운항 중이다. 타 항로에 비해서는 여객 및 화물의 수송량은 큰 변동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3월말에 중국인 단체와 개인의 예약 취소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식품류 화물의 통관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객 성수기인 4-5월 이후부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발 크루즈선 한국 기항 없던 일로, 279항차 취소

한국에 기항하기로 예정돼 있던 중국발 크루즈선도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3월말 기준 크루즈의 취소항차는 총 279항차로 집계됐다. 중국 내 크루즈 선사들은 지난 3월 15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한국 경유편을 운영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크루즈선사인 로열 캐비리언과 프린세스 크루즈, 코스타 등도 한국행 경유를 중단했고 예약 취소자에게 환불 조치를 해왔다. 기존 부산 또는 제주를 거쳐 일본으로 향하던 크루즈 선들은 일본의 후쿠시마나 가고시마로 대체된다. 크루즈 선사들의 이번 조치로 연말까지 중국을 출항해 한국을 경유하는 크루즈 일정 중 3월 현재까지 279항차가 취소된 상태이다.

BPA에 따르면, 4월초 기준 부산 기항을 취소한 중국발 크루즈선은 약 100척에 달한다. 기항을 취소한 크루즈선을 타고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 중국인 관광객은 모두 3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부산항에 입항한 크루즈선은 총 210항차, 관광객은 57만 3,000명이었다.

중국발 크루즈선의 인천 기항도 이미 올해 말까지 예정된 총 23항차에서 20항차(87%)나 취소됐다. IPA는 현재 남아 있는 중국발 크루즈 기항 3회도 조만간 취소 통보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항에 들어온 크루즈는 62항차, 관광객은 16만 5,000명이었다.

뾰족한 대책 없어 ‘발동동’, 시장다변화 추진

이처럼 중국의 사드보복과 여객 감소로 비상이 걸린 카페리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각 항만공사, 선사, 지자체 등은 비상대책가동반을 구성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정치·외교적 상황으로 발생한 일이라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중국 내 반한 감정 때문에 한국인 승객을 유치하거나 모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관광 의존도를 줄이는 ‘시장 다변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신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당장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카페리 선사 및 항만 관계자들은 그간 중국 단체 관광객에 편중되어 있던 관광구조를 개별 자유관광 모객 유치로 전환하는 등 관광 상품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번 사태가 업계 및 관련지역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카페리 단체 관광객 예약 취소와 중국 크루즈 입항 취소 등과 관련해 외국선사, 여행사 등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시장 다변화를 위해 3월부터 관련부처 및 기관과 합동으로 미국 마이애미, 일본 동경 등 해외 주요국 크루즈 선사 및 여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국내 입항을 유치하기 위한 ‘포트세일즈(Port Sales)’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 업체에 대해서는 타 부처와 함께 긴급경영안정자금(중기청), 관광기금(문체부)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드갈등 방한금지령 언제까지?

사드갈등에 따른 중국의 한국여행금지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예측은 어렵다.

일각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중간 외교적 절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관광객 감소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2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분쟁 사례에서 보듯 중국의 전방위 보복이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한 중국관광객 감소세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금 당장 카페리 선사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본격 여행철인 5월 이후부터는 영업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5월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6월 이후에는 상황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 섞인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조치는 외교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로 민간 차원의 대응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답이 없고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6월 이후에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변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중국 정부 페이스에 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의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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