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원 설치지역 3파전 양상, 국익차원 검토 필요
서울, 부산, 인천 3개지역 본원 설치안 이견 첨예, 의원입법 등 추진

국내 전문해사법원의 설립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제도 도입시 해사법원의 설치 지역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서울과 부산, 인천 3개 지역에 본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법원조직법과 관련법률의 개정안이 의원입법을 통해 발의됐거나 발의준비 중이어서 예상치 않은 관련법원 본원유치 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해사법원의 설치문제는 해운업계와 법조계,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해묵은 숙원사업이다. 2015년부터는 한국해법학회와 선주협회, 고려대해상법연구센터가 주축을 이룬 ‘해사법정*중재활성화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관련 국제세미나를 여는 등 적극적인 추진활동을 벌여온 사안이며, 2015년말에는 국회 공청회까지 개최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법원 행정처에서 “사건이 적어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과 함께 이듬해(2016년) 2월 서울과 부산에 각각 해사사건에 대한 전담부로 ‘해사전담재판부’ 설치를 조치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고, 전문해사법원의 설치는 때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본지에서도 당시 ‘해사법정 활성화 논의에 부쳐’ ‘해사전담재판부 설치를 환영하며’라는 글을 통해 국내 독립된 해사법원의 설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추진경과를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

이 사안의 추진은 올초 부산지역에서 재점화됐다. 해사전문법원을 부산에 유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2월말 국회에서 발의된 것이다. 김영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해사법원의 설립근거를 담은 ‘법원조직법’과 해사법원의 관할 소재지를 정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안 등 3개법안을 2월말 발의하고 이를 공표했다.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안에는 법원조직내 ‘해사법원’을 신설하고 해사법원의 업무규정과 심판권의 대상 등을 담았으며,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해사법원의 설치지역을 부산으로 하고 관할지역을 전국으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 정치계에서 해사법원 설립과 유치에 적극 나서자 수도권에서도 정유섭의원이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관련 입법발의 계획을 밝혔다. 인천에 해사법원 본원을 두고 전국을 관할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국내 해사법원의 설립을 위해 실무적으로 이의 추진에 앞장서온 ‘해사법정중재활성화 추진위원회’는 해사법원의 본원을 서울에 두고 부산과 광주에 지원을 두는 공식법안을 3월 17일 채택, 공표했다. 동 위원회는 일명 ‘한국해법학회안’으로 불리는 이 입법안을 3월 10일 안상수의원실에 제출해놓은 상태로 이 법안의 추진은 아직 불확실 상태이다.

한국해법학회는 관련 공식입법안을 채택한 뒤 “국내 해운·조선·물류산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해사분쟁 해결은 여전히 영국 등 외국에서 처리되면서 국부유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해사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해사법원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진하려는 관련입법안에 대해 밝혔다. 동 학회는 “대부분의 해상사건이 제기되는 경인지역인 서울에 해사법원 본원(1심, 2심 담당)을 두고 부산과 광주에 지원을 두는 법안을 학회의 공식법안으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에는 부산지원은 부산시와 영남지역을, 광주지원은 제주도와 호남지역을 관할하고 해사법원(서울 본원)은 전국을 관할하되 원고가 희망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서울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선택적 중복관할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해법학회 측은 “이 법률안이 국내 해사법원으로 하여금 국제경쟁력을 갖추어 중국 등과 겨룰 수 있도록 할뿐만 아니라, 부산과 인천 지역사회의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해상사건의 수요자와 해상 변호사의 지역적인 분포도를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해상사건이 경인지역의 법원에 소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피고의 주소지에서 소송이 제기되는 것이 원칙이고, 해운및 물류회사 등의 본사가 대부분 경인지역에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입교역이 많고 관련 해운 및 물류산업도 상당히 발달해있다. 이로써 해사관련소송도 빈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처리되는 해사사건은 중국과 홍콩, 싱가폴, 일본 등에 비해서는 많지 않고 관련 물적, 인적 인프라도 미흡한 상황이다.

2015년 9월 세미나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원에서 해상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는 27명, 해상변호사는 70여명 정도가 되며 1심법원에서 처리되는 해상사건은 연간 200여건이고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서 연간 20여건의 해사중재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교역 규모와 해운물류업계의 국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해상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해사법원의 설립은 필요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 처리 해상사건이 더욱 증가하고 전문인력과 해상법 수요여건 향상 등 한국의 해사법정이 활성화될 분위기가 마련됐는지, 시의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립적인 해사법원을 설치할 정도로 관련분위기가 숙성했다는 판단이라면 설치지역과 운영방안 등 구체적인 방안은 지역사회와 정치적인 계산이 아닌 국가차원에서의 합리적인 방안 도출이 필요하다.

국내 전문 해사법원이 설립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해운인의 한결같은 숙원일 것이다. 그러나 해사법원의 설립을 둘러싼 설치지역 경쟁양상은 조기대선을 앞두고 속출하는 ‘달콤한’ 입법안의 일환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들게 한다. 특정지역의 이해를 넘어서 국익 차원에서 그 타당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설립취지를 살리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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