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제선의 존속보다 Scrap & Built 정책 필요하다”

윤민현 교수
윤민현 교수

“국영필수선대 도입과 탄력적 운영...과감한 정책 필요한 시기”

“한국해운 재건에 필요한 것 ‘경쟁력있는 선단’과 ‘신뢰 회복’”


한진해운이 결국 파산선고를 받고 2월중순경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이로인해 우리나라 정기선해운의 선복규모는 1년전에 비해 외형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한국해운 전반에 대한 대외신뢰도 하락으로 국적선사의 고충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와 해운업계는 올해부터 한국해운의 재건을 목표로 우리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말 발표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한진해운 사태이후 한국해운의 정책방향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정책방안과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크고작은 세미나와 강연 등을 통해 오랜기간 해운에 종사하며 연구해온 산업계 전문가와 연구 및 학계 전문가들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제언들을 내놓고 있다. 윤민현 교수도 그 전문가중 일인이다.

윤민현 교수는 1967년 한국해양대학 항해과를 졸업하고 한진해운에서 30여년을 근무한 경험(기획조정실 상무)을 기반으로 KP&I의 초대 CEO 전무로서 국내 P&I인프라의 창설과 성장에 기여한 장본인이다. 이후 그는 한국해양대학과 외국어대학, 중앙대학(겸임교수) 등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참여하는 한편 해운산업에 대한 현장경험에 기반한 연구내용으로 해운과 보험, 리스크 관련분야 저서집필, 칼럼리스트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진해운사태 이후에는 세미나와 강연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해운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외 선진 경영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정책방향에 대해서 제언하고 있다. 이러한 활약은 최근 한국해양대학교 총동창회가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해대인’으로 선정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윤민현 교수가 여러 석상에서 밝혔던 한국해운의 방향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2월 17일자로 한진해운 파산이 선고되었다. 한진해운의 임원을 역임했던 해운인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으로 여겨지는데...

“ 제가 1967년 대한해운공사(KSC)에 입사한 이래 30여년간을 몸담았던 회사가 이제 67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청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친정집이 몰락한 아낙의 마음, 실향민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작년 8월 31일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타났던 다양한 의견과 주장, 그리고 혼란과정을 볼 때 한진해운사태는 아쉬움과 함께 업계, 정부, 채권단, 학계와 연구기관에 나름대로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KSC는 항적이 지워지고 있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다른 선택은 없었는지 등 국가적 관점에서 손익계산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진해운사태가 한국해운사의 장래를 위해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얻는 것 보다 잃는 것만 있다면 이는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교수님은 글로벌 캐리어의 지배구조 연구를 통해 우리선사들의 지배구조 문제점에 대한 언급을 해오셨는데, 지배구조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지?

“글로벌 캐리어들의 지배구조는 크게 가족경영(Family control)체제, 전문경영인(Pro)체제, 그리고 이 양자를 조합한 혼합형의 세가지 유형이 있다. 제1의 해운강국 그리스, 유럽의 선두주자들, 그리고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는 해운기업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가족경영체제’라는 사실이다. 물론 일본과 같은 전통적인 ‘Pro경영체제’도 있지만 일본해운계가 현 시장에서 그렇게 선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일본 해운사들은 낙제는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등생이 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너와 Pro의 공동경영 체제는 오너의 사고방식과 리더십 여하에 따라 좌우된다고 본다.

가장 성공적인 ‘가족경영’과 ‘Pro 협업체제’의 대표적인 예로 세계 제1의 해운사이자 물류수송그룹인 머스크 그룹을 들 수 있다. 대주주인 Maersk Mc-Kinney Moller 가문 사람들은 지주회사인 AP Moller Holding에만 참여할 뿐 그룹의 비즈니스는 전문경영인 출신의 회장(현재 Soren Skou, 머스크라인의 CEO겸직)의 총괄하에 각사의 임원진들은 오너와 특수관계가 없는 전문경영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사 CEO를 제외한 임원들의 채용이나 인사에 가문이 간섭하지 않는다. 가문에서는 그룹의 전체 사업계획, 장기투자 전략과 그룹의 경영실적을 모니터링하지만 개별회사의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진들이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며 전문경영진도 가문과 벽을 두려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에는 자발적으로 보고, 협의하고 있다. 이는 가문과 전문경영진 간의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 해운산업에 어떤 형태의 지배구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해운의 특성상 선박은 건조하면 적어도 20년 이상 사용해야 하며 용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운산업의 특성상 의사결정과 선택은 타이밍이 중요하며 순간의 선택과 결정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 해운을 ‘Risky한 비즈니스’라고 한다. 그러나 선택이 항상 바른 것일 수는 없다. 상황인식에 따라 실수도 있을 수 있지만 그때마다 문책을 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잘되면 내 덕이고 못되면 조상탓’이라고 흔히 말하듯이, 실적의 적자와 흑자 여부에 따라 전문경영인을 평가하거나 양자간의 신뢰가 결여된 협업체제는 오히려 순수 전문경영인 체제보다도 더 못하다. 우리는 신뢰를 중요시해서인지 지나치게 내사람, 순혈주의를 강조한다. 잘하는 사람보다는 내 사람을, 실적보다는 충성도를, 외부인보다는 가족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있다. 기다려주지 못하는 오너, 전문경영인을 감시하려는 오너, 자신이 직접 경영을 주도하지 않으면서 원격 조정하는 이른바 ‘Back-seat driver’형은 지배구도중 가장 비효율적인 체제라고 본다. 한때 NOL의 CEO였던 Flemming Jacobs, 현 독일의 주력해운사 Hapag Lloyds CEO인 Rolf Habben Jansen, 노르웨이 최대선사 Fredriksen의 CEO 등은 내국인이 아니라 전직 머스크라인 출신의 전문경영인들이었으며 중동의 다국적기업 UASC 임원진 역시 대부분 머스크라인 출신들로, 좋은 의미에서 이들을 머스크 마피아라고도 부른다.

형제 간에도 동업이 어렵다고 하는 풍토 하에서 전문경영체제가 우리에게는 맞지 않고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 해운시장에서 보듯이 60여년간의 풍상을 겪어오면서 강력한 가족경영체제의 해운기업은 장수하는데 비해 그룹사 소속의 대형선사들은 문패가 자주 바뀌고 있다. 위험이 크고 냉혹한 글로벌 경쟁시장 하에서 해운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배후에서 회초리를 들고 있는 리더보다는 나를 따르라 하며 선두에서 지휘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리더십이다.”

-이제까지 우리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은 금융권의 채권회수나 생명연장 수준에 불과했다는 평가의 소리가 높다. 향후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한 견해는?

“ 재정난에 처한 기업을 도산시키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재활이며 2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즉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기 위한 ‘창조적 파괴’여야 한다. 구조조정의 목적이 채권회수, 채무 연장이나 일시 유동성 공급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특히 시황에 민감한 해운기업의 경우 호황기에 대비해 ‘Pain Now, Gain later’ 형이어야 한다. 사업확장은 접어두거나 Scale down할 수 있으며 불가피할 경우 최소범위에서 인력조정 등을 감수하더라도 일시 유동성 공급을 위한 명분 구축차원에서 해운업의 핵심 자산이라할 수 있는 우량선박, 터미널, 장비 등을 처분토록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조치다. ‘자금을 지원할 테니 성의를 표시해라’ 라는 식의 무책임한 요구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해당기업의 기초체력을 훼손하는 패착중의 패착이라 아니할 수 없다.

1+1=2 라는 등식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대로 둘 경우 ‘0’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1+1=1.5 혹은 그 이하가 되더라도 장기적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행하여야 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해운에서 가장 대표적인 구조조정은 일본을 포함한 타 해운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쟁력 강화나 생존을 위해 행하여지는 선사의 M&A 혹은 통합이다.”

-정부가 지난해말 내놓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 관련, 정책의 범위와 그 실현 가능성 및 방법 등에 대하여 언급하신 바 있다. 특히 현 정책은 정책영역과 민간영역이 혼재돼있다고 지적하셨는데, 정부차원의 정책비전에 대한 견해는?

“ 먼저 개별 민간기업에서 마련한 장기사업 혹은 투자계획이 아닌 한 정부 주도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라면 한국해운 전체 혹은 취약한 특정 사업부문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 기준은 공평해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한 원인진단과 그에 필요한 처방과 함께 실행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제 5위 해운강국, 1억톤 선대 확보 등을 정책으로 제시하려면 한국이 왜 해운강국이 되어야 하며 한국에 적합한 최적선단의 규모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이 ‘1억톤 선단, 제 5위 해운선사’로 육성하겠다고 한다면 실현 가능성보다는 구호에 그친 ‘수사적 선언’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정책부서의 2017년도 계획을 보면 ‘6.5조원의 금융지원, 선사의 화물수요 창출, 환적물동량 유치 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화물수요 창출과 경쟁력 확보와 관련해 선·하주, 해운·조선 상생 이외에는 시선을 끌만한 항목이 없다. 재정을 투입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한국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한 로드-맵, 즉 재정 투입을 요하는 밑그림이 선행되어야 한다.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방안이라면 당연히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제시돼야 된다. 정부가 신규시장이나 틈새시장 개척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최근 자주 거론되고 있는 상생이 무엇인가. 국내 선하주 단체간 경쟁력강화협의체를 구성하고 상생협약을 맺으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상생이 공존을 위한 호혜를 의미한다면 서로가 Give & Take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기선 해운에서 Give & Take란 선사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하주의 신뢰를 얻는 것이며, 이는 경영의 핵심사항이다.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상생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엄청난 재정을 요하는 정책지원이 특정기업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초래해서도 안된다. 국영선사를 글로벌 제 5위의 선사로 육성하는 것이라면 그 사업성 여부를 떠나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 대상이 일반 민간기업이면 더욱 설득력 있는 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을 보면 장기침체 시장하에서도 선방하는 선사들이 있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선사들도 있다. 한국해운 특히 컨테이너선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강국이지만 최근 수년간의 실적에서 나타났듯이 최약체 해운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해운산업의 발전사에서 보듯이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해운산업을 지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약체로 평가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체력전이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원가경쟁력 △효율 위주의 최적 네트워크 △고객과 시장의 신뢰도 △스마트한 경영 △강력한 리더십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요건이다. 과연 이 가운데 한국해운이 내세울만한 강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한국해운이 원가경쟁력과 시장의 신뢰도 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열거한 6개 항목 중 정책으로 추진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생각해보자. 경쟁력 향상, 운임정책, 대하주 신뢰도, 서비스의 질 개선 문제 등은 전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에 속하는 분야이며 정부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적자생존의 냉혹한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정부가 자국의 해운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액션플랜과 실천방안을 기준으로 정부와 민간영역의 한계를 이해하고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좋더라도 실현을 위한 액션플랜이 자신의 몫이 아니라면 선을 그어야 한다. 승자와 패자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지 특정국가의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는 아니다.

선진 해운국이나 이웃 일본은 정부가 자국선사가 국제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최대한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개별 기업단위로 할 수 없는 R&D와 사물인터넷(IoT)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한 정책지원 등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해운산업의 경영활동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현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며 정부가 해운산업을 품안의 자식처럼 언제까지 껴안고 갈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내용중 한국선박해양의 기능에 대해 비경제선의 ‘세일앤 리스백(S&LB)’ 방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신 바도 있다. 어떤 문제가 있고 개선 방안은 없는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에 걸쳐 캠코펀드, KDB펀드 등이 해운기업의 유동성 확충이란 이름하에 거액을 들여 재무 건전성, 산업정책적 측면, 선박의 경제성을 평가기준으로 하여 50여척의 선박을 S&LB형태로 지원한 사례가 있었다. 그로인해 일시 급한 불은 껐는지 모르나 한국해운의 체질개선에 어떤 기여를 했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한국해운 재건의 필수요건은 뭐니 뭐니 해도 경쟁력과 시장의 신뢰회복이다. 당장 위기에 처한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단기적 미봉책일 뿐 근본대책은 아니다. 더구나 현재 한국선박이 취항할 수 있는 항로는 작년대비 크게 축소되었을 뿐 아니라 외항 정기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선박의 상당부분이 비경제선 내지는 항로 부적격선들이다. 이들은 교체대상이지 유지할 가치가 있는 선박이 아니다. 재정투입의 최우선은 경쟁력있는 항로 적격선의 확보이며 유동성을 이유로 S&LB을 통해 비경제선을 존속시키기 보다는 Scrap & Built와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한국해운 재건을 위해 만용에 가까운 과감한 개혁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셨다. 지금 한국해운에 어떤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다 생각하는지?

“국영필수선단의 도입과 필수선단의 신축적인 운영, 그리고 소유의 개방 등 세가지 정책 제언을 하고 싶다다. 국영필수선단의 도입과 관련, 최우선사항은 선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체와 개편이지만 현재 한국해운계는 정책지원이 없이 자력으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책측면에서 해외의 따가운 시선과 부담이 따르더라도 현 상황하에서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서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정책지원이 필수적이다. 정책은 투명해야 되고 정책지원 역시 공평해야 한다. 국민세금으로 재정이 투입되려면 객관성과 공정성이 필수다. 국영기업이 아닌 한 담보없는 대출(정책금융 포함)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 이런 논리나 제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대안은 국가안보와 전략적 측면이다. 제한된 시간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필요선대를 구축하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안보와 전략적 목적 하에 국가필수선단(National Minimum-NM)을 구축하고 그 다음에 시간을 두고 시장에 부합하는 Commercial fleet를 보강하는 것이다.

필수선단의 신축적 운영과 관련, NM은 정책과 금융의 공조하에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그 소유는 국가이며 투명성과 책임관리를 위해 일응 실체가 확실한 국영선사형태가 돼야 한다. NM은 정부가 해운업의 국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한 것인 바 국영선사의 역할은 안보와 전략목적으로 제한하고 평시에는 비용기반 하에 상선대(Commercial fleet)로 제공한다. 다만 안보 전략적 측면으로 NM의 역할을 제한할 경우 한국해운계가 필요로 하는 한국선대(Korean fleet)의 최소규모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NM의 규모를 안보와 전략적 측면 + 알파의 개념으로 하고 알파의 크기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박의 최소규모와 투입 가능한 재정의 규모에 따라 항로별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신축적으로 운영한다.

소유의 개방과 관련, 한국 컨테이너선단은 사선보다 용선선박의 비중이 더 높고(평균 45 : 55%) 용선선박의 상당부분은 해외선주가 한국 조선소에서 정책금융의 R/G로 건조한 후 이를 다시 한국선사에 용선해준 선박들이다. NM만으로 한국해운이 필요로 하는 선단을 충족할 수 없을 경우 한국선단의 조기구축과 선박수요의 자급자족 차원에서 NM과 마찬가지로 사업의 영역을 제한하여 조선사들도 선박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선업계의 해운참여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소유만으로 제한되는 한 정부부처간 관할문제 등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정책지원이 조선과 해운을 함께 아우르고 있고 용선선박을 우회 확보하는 것보다 한국조선과 해운의 직거래(용선)가 더 경제적이며 상선대 조기구축은 물론 조선과 해운의 상생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해운업계는 올해를 한국해운 재건의 해로 삼아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장기전으로 재건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하고 정부와 업계는 조속하게 여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바람직한 방안은?

“업계에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이 유동성인 것은 사실이나 유동성 지원문제는 별개로 처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과거 S&LB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정책지원은 임시방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경쟁력 있는 선단’과 ‘신뢰 회복’이며,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몇 년전 보다 더 심각하며 1~2년내 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며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전통 해운인들도 한국해운의 기반구축이 단 기간내에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광범위한 ‘해사가이드 라인’을 제정하거나 ‘외항해운 재건위원회’를 구성,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신 바 있다. 어떤 내용인지?

“대체로 앞서 언급한 내용들이지만 다시 정리하자면, 정책과 민간영역,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 National Minimum과 Commercial fleet 분리, State owned Enterprise의 설립 타당성 검토, 제 3자에 대한 선박소유의 개방 검토, Scrap & Built 제도 도입 세부검토, 조선과 해운 연계한 한국해운의 선박수요 자급자족방안 수립, 한국해운의 경쟁력 제고 및 신뢰회복 위한 장기전략 등을 포함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정부와 실무업계가 직접 참여한 가칭 ‘Maritime Guideline’을 제정하자는 내용이다.”

-한국해운의 현 상황에는 해운업계가 반성할 점도 있다고 본다. 재건을 꿈꾸는 한국해운업계가 반성하고 지향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동안 한국해운은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정책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물론 최근의 한진해운 사태가 말해주듯 국민의 공감이 없는 정책지원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3면이 바다, 제 4군, 무역의 역군, 외화획득 등 정책지원을 겨냥한 60~70년대의 아카데믹한 논리는 구태의연하고 비현실적이다. 내부 지향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이고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설득력이 더 중요하다.

해운계가 호황 때는 사(私)기업이고 불황 때는 공(公)기업임을 강조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정책부서도 일부 이런 시각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익은 사유화(私有化)하고 손해는 사회화하려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한국해운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정책 의존도가 도를 지나칠 경우 해운계 스스로가 자신들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한다.

기우일지 모르나, 한진사태를 빌미로 한국해운이 오도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한국해운의 지배구도 최상위에 국책은행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해운산업이 정책금융에 의해 자주성을 상실하고 그에 종속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시중은행이든 정책금융이든 금융의 역할은 배후지원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해운산업이 금융에 의해 지배되는 것은 업계는 물론 정책부서에서도 경계하여야 한다. 해운경영에 무주공산형은 부적합하다. 강력한 가족경영 체제의 해운기업이 장수하는 이유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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