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고등법원 2016. 11. 15. 선고 2015나2067442 판결

[판결요지]
[1] 해상운송에 관한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무는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등으로부터 1년 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도록 하고 이를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으나 단축할 수는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강행규정이므로, 위와 같이 제소기간을 9개월로 정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은 효력이 없다.

[2] 영국 해상보험법 제3조나 제1부칙 제7조에서 말하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며,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
 

[판결전문]
서울고등법원
제33민사부
판결
사건 2015나2067442  손해배상(기)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T (일본국 오사카시 거주)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1. S 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2. S해운 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3. D보험 주식회사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30. 선고 2015가합505200 판결
변론종결 2016. 9. 29.
판결선고 2016. 11. 15.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1, 2에 대하여 원고에게 공동하여 71,524,561원 및 이에 대한 피고 1은 2015. 2. 4.부터 2016. 11. 15.까지 연 6%, 피고 2는 2014. 2. 1.부터 2016. 11. 15.까지 연 5%,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위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피고 1, 2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이 법원에서 확장된 원고의 2, 3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원고와 피고 1, 2 사이의 소송총비용 중 55%는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3 사이의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피고 3은 원고에게 157,785,370원 및 그중 131,471,899원에 대하여는 2014. 2. 1.부터 2015. 2. 3.까지, 26,213,471원에 대하여는 2014. 2. 1.부터 이 사건 2016. 6. 1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이 법원에서 피고 3에 대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나. 피고 1, 2는 피고 3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 가항 기재 금원 중 135,764,509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2. 1.부터 2015. 2. 3.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이 법원에서 피고 1에 대한 청구취지를 감축하였고, 피고 2에 대한 지연손해금청구를 일부 변경하였다1)).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 1, 2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135,764,509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피고 1은 연 6%, 피고 2는 연 5%,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 3은 피고 1, 2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 금원 중 131,471,899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1: 제1심판결 중 피고 1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주위적으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예비적으로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다. 피고 2: 제1심판결 중 피고 2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일본인으로서 국내에서 일본으로 철강제품 수출업 등을 하는 H상사를 경영하는 ○○(이하 ‘H상사’라 한다)으로부터 철강제품을 수입하는 사람이고, 피고 1은 복합운송주선업 등을, 피고 2는 해상화물운송업 등을, 피고 3은 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의 화물 수입 및 신용장 개설
원고는 H상사로부터 유진철강산업 주식회사가 생산한 전기저항용접 강관(ERW2) steel pipe) 250꾸러미 324.225톤(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운임 및 보험료 포함 조건(CIF)으로 일화 29,816,520엔(이하 ‘일화’ 표시는 생략한다)에 수입하기로 하고, 2014. 1. 10. 대금 지급을 위하여 주식회사 신한은행 도쿄지점에 신용장(번호: M1001401AS00059, 이하 ‘이 사건 신용장’이라 한다)을 개설하였다.
 

다. 해상적하보험 가입
1) H상사는 2014. 1. 23.경 피고 3과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구간을 ‘창고에서 창고까지(Warehouse To Warehouse)’로 하고 협회적하약관(모든 위험)[Institute Cargo Clauses(All Risks)]을 적용하기로 하는 해상적하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 3은 H상사에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증권(증권번호 720140000983-000-00, 이하 ‘이 사건 보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하였다.

2) 이 사건 보험증권에는 ‘침몰, 좌초, 화재, 충돌 그리고/또는 황천(荒天)에 직접 기인하지 아니한 녹, 산화, 변색으로 인한 위험은 담보하지 아니한다(Excluding the Risks of Rust, Oxidation, and Discoloration unless directly caused by S. S. B. C.3) and/or Heavy Weather)’라고 기재되어 있다.

3)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적용하기로 한 협회적하약관에 따르면 이 사건 화물에 대해 해상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은 담보될 수 있다.
 

라. 선하증권 발행 및 해상운송
1) H상사는 피고 1에 이 사건 화물의 해상운송을 의뢰하였고, 위 피고는 2014. 1. 24. 부산항에서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하고 H상사에 이 사건 화물이 화체된 지시식(To Order) 무하자(Clean) 선하증권(증권번호: SRBK1403-01, 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한 다음, 이 사건 화물을 피고 2가 운항하는 선박에 적재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은 2014. 1. 26. 1:20 부산항에서 출항하여 일본 센보쿠항을 거쳐 2014. 1. 31. 일본 고쿠라항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이 사건 화물이 양하되었다.

3) 이 사건 선박은 위와 같은 항해 도중 뷰포트 풍력계급 5~6등급에 해당하는 북서풍과 그로 인한 파도를 만났다.
 

마. 이 사건 화물의 손상
1) 위 양하 작업 도중 이 사건 화물의 일부가 젖어있음이 발견되었고, 피고 3이 지정한 감정인은 2014. 1. 31., 2014. 2. 26. 이 사건 화물의 손상 원인 등을 조사하였다.

2) 그 조사결과, 이 사건 화물 중 222.525톤에 해당하는 물품에서 물이 넘치거나 튄 흔적 또는 녹이 슬어 있는 부분이 발견되었고, 질산은 테스트(Silver Nitrate Test) 결과 선창에 괴어 있는 물은 바닷물로, 이 사건 화물 중 일부에 녹이 슬어 있는 부분은 바닷물로 인한 것임이 밝혀졌다.
 

바. 기상 상황
1) 이 사건 화물의 선적일인 2014. 1. 25. 부산항에는 15:00경 1.5mm 정도의 비가 내렸고, 2014. 1. 30.경 일본 고쿠라에는 10.922mm(= 0.43인치) 정도의 비가 내렸다.

2) 부산항과 인접한 거제도에서 관측한 2014. 1.부터 2014. 2.까지 평균 풍속 및 일평균 최대풍속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15, 을가1, 을나1~8, 을다1~3(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특별히 가지번호를 붙이지 않는 한 이와 같다)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준거법
이 사건은 일본인인 원고가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 1에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피고 2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피고 3에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서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한다.
 

가. 선하증권 소지인과 운송인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준거법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갑6, 19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이면약관 IV-4에는 ‘운송인에 대한 소송은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Actions against the Carrier …… shall be decided according to the law of the Republic of Korea)’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운송인인 피고 1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한 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라고 할 것이다.
 

나.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준거법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은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에 최초로 손상이 발생한 시점은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을 출발하여 대한민국 영해 또는 이와 인접한 공해상을 항해하던 중이었을 것으로 보이고, 설령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이 일본 영해를 항해하던 중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① 이 사건 선박은 대한민국 회사인 피고 2의 소유로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관리, 검사 등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진 점, ②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출항할 당시부터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의 원인이 된 불법행위지는 대한민국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다.
 

다. 보험금 청구에 관한 준거법
갑5-1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증권 약관에 ‘본 보험증권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영국의 법과 관습이 적용된다(All questions of liability arising under this policy are to be governed by the laws and customs of England)’는 내용의 영국법 준거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28779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 준거법 약관은 이 사건 보험계약 전부에 대한 준거법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자의 ‘책임’ 문제에 한정하여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기로 한 것이므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닌 사항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한민국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194 판결 참조). 따라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사항은 당사자가 정한 바에 따라 영국의 법률 즉, 1906년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이하 ‘영국 해상보험법’이라 한다)과 관습이 적용되고,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닌 사항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한민국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3. 피고 1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주장
피고 1은, 원고가 위 피고에게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가 약정 제소기간인 인도일로부터 9개월을 도과하여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관련 법리
1) 상법 제852조 제1항은 “운송인은 운송물을 수령한 후 송하인의 청구에 의하여 1통 또는 수통의 선하증권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853조 제1항은 “선하증권에는 법정사항을 기재하고 운송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상법 제116조 제2항은 “운송주선인이 위탁자의 청구에 의하여 화물상환증을 작성한 때에는 직접운송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해상운송주선인이 위탁자의 청구에 의하여 선하증권을 작성한 때에는 상법 제116조에서 정한 개입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5058 판결 등 참조).

2)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갑2-1, 6, 19, 을가1, 을나8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선하증권(갑6,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인은 피고 1인 사실,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이면약관 IV-2에는 ‘운송인은 물품 인도 후 또는 물품이 인도될 날이나 II-3, 5)에 의해 물품이 인도되지 않아 수하인이 그 물품이 멸실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거나 기타 청구의 원인이 되는 사건의 발생 중 최초로 도래하는 날로부터 9개월 이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이 약관에 의한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The Carrier shall be discharged of all liability whatsoever in respect of all claims howsoever caused unless suit is brought within nine months after the delivery of the Goods, or the date when the Goods should have been delivered, or the date when in accordance with the 쪮Ⅱ-3, 5) failure to deliver the Goods would give the consignee the right to treat the Goods as lost or the date of the event giving rise to the claim, whichever is occurs first)’라고 규정된 사실, 마스터 선하증권(을나8)은 피고 2가 발행한 사실, 피고 1은 복합운송 주선업 및 해상화물운송 주선업 외에도 수송업 및 하역업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실, 피고 1이 이 사건 화물의 제조자인 유진철강산업에 발행한 영세율 전자 세금계산서(을가2-1)에는 품목이 해상 운임(Ocean freight)으로 기재된 사실이 인정된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1이 자기 명의로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한 점, 위 피고는 유진철강산업에서 수수료가 아닌 운임의 형태로 보수를 지급받은 점에 더하여, H상사가 피고 1 명의로 발행된 선하증권을 교부받고도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의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1은 이 사건 운송계약의 운송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해상운송에 관한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무는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등으로부터 1년 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도록 하고 이를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으나 단축할 수는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강행규정이므로(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5897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제소기간을 9개월로 정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은 효력이 없다.

3)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화물의 인도일인 2014. 1. 31.부터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정한 제소기간 1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5. 1. 21.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 1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피고 1, 2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은 이 사건 선박에 적재된 후 해상운송과정에서 뷰포트 풍력계급 5~6등급의 다소 강한 바람에 의한 파도로 선창에 바닷물이 흘러 들어와 녹이 슬어 손상되었고, 이는 이 사건 선박의 해치커버(Hatch Cover)를 비롯한 선체의 결함으로 인하여 바닷물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1은 이 사건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 피고 2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손상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2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1) 주장
① 위 피고들은, 이 사건 선박의 감항능력에 문제가 없어 바닷물이 새어 들어왔을 리가 없으므로 이 사건 화물에 녹이 슨 원인은 부산항으로의 육상운송 과정에서 또는 선적 전 부산항에서 비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② 피고 2는, 설령 녹이 슨 원인이 바닷물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뷰포트 풍력계급 6등급의 강풍으로 인한 것으로서 불가항력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③ 위 피고들은, 이 사건 화물에는 물품고유의 하자가 있거나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포장의 불충분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이하 ‘제3주장’이라 한다).

(2) 판단
(가) 제1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화물이 적재된 선창 바닥과 이 사건 화물의 녹슨 표면에서 바닷물 성분이 검출된 것은 이 사건 화물의 양하 직후 피고 3이 선임한 일본 감정인의 조사 결과에 의한 것으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고, 이처럼 이 사건 선박의 선창 바닥과 이 사건 화물 표면에 바닷물 성분이 검출되었다면 이는 이 사건 선박의 해치커버 등 선체의 하자로 인하여 바닷물이 항해 중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이 바닷물의 유입으로 녹이 발생한 사실이 밝혀진 이상, 설령 피고 1, 2의 주장대로 선적 전 비를 맞아 이 사건 화물에 어느 정도의 녹이 이미 발생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1, 2가 바닷물의 유입으로 이 사건 화물이 손상된 점에 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제2주장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운송인이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이유로 그 불법행위 책임을 면하려면 그 풍랑이 선적 당시 예견 불가능한 정도의 천재지변에 속하고 사전에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다카15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해상운송 당시의 뷰포트 풍력계급 5~6등급의 바람은 2014. 1.부터 2014. 2.까지 사이의 부산 앞바다 평균 풍속과 비슷하거나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겨울철에 위 수역을 항해할 경우 통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어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세기의 바람이므로, 이를 두고 불가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제3주장에 대하여
갑6-2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선하증권의 이면약관 II-3 6) ⓒ, ⓓ는 ‘운송인은 멸실, 훼손 또는 인도 지연이 물건고유의 하자 또는 성질, 포장의 불충분에 의해서 발생한 것일 때에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다(The Carrier shall be relieved of liability for any loss or damage, if such loss, damage or delay in delivery was caused by ⓒ inherent vice or nature of the Goods, ⓓ insufficiency of packing)'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우선 이 사건 화물에 관해 물건고유의 하자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위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갑13, 을나6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선박에 적재된 열연 강판(Hot Rolled Steel Plate)과 이 사건 화물은 모두 나포장(in bare condition) 상태였고, 이 사건 화물은 철제밴드에 의하여 꾸러미로 묶인 상태였던 점, ② 피고 1의 의뢰로 작성된 월드와이드검정공사의 검정보고서에 이 사건 화물의 선적 당시 그 포장이 불량하였다는 내용은 없는 점, ③ 피고 2의 책임보험사인 한국해운조합의 의뢰로 작성된 M해상손해사정 주식회사의 검정보고서에도 포장 불량을 이 사건 화물 손상의 원인으로 적시하지 않은 점, ④ 철제 화물의 경우, 화물에 비닐 피막을 입히거나 꾸러미 전체를 비닐로 감싼 경우 수하인이 이를 빨리 개봉하지 않으면 통풍불량으로 결로 현상 등이 발생하여 화물의 품질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 및 위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화물의 포장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피고 1, 2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의 범위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3 측 감정인이 계산한 감가율 62.73% 내지 64.55%를 적용하여 계산한 손해액인 12,952,157엔(엔 미만 버림)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액이라고 주장한다.
 

나) 판단
갑7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3 측 감정인은 이 사건 화물의 정상 시장 가격을 1톤당 110,000엔으로 보아 감가율 62.73% 내지 64.55%를 제안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선박의 도착일인 2014. 1. 31. 당시 고쿠라 지역의 이 사건 화물 시세가 1톤당 110,000엔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갑3-1, 7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 중 위와 같이 녹이 슬어 손상된 부분의 가액을 상업송장(갑3-1)의 ‘가격(UNIT PRICE)’을 기준으로 위와 같은 감가율을 적용하여 계산할 경우 아래 표 기재 11,471,535엔이 되는바, 피고 1, 2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가치감소분 상당액인 11,471,535엔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책임의 제한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물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항해 과정에서 선창에 들어온 바닷물로 녹이 슬었다고 할 것이나, 한편 선적 전에 비에 맞아 이미 어느 정도 녹이 슬어 있었거나 양하 후에 손해가 확대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점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피고 1, 2의 책임을 6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① 이 사건 화물이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된 2014. 1. 25. 출항지인 부산항에 15:00경 1.5mm 정도의 비가 내렸고, 이 사건 선박의 도착지인 일본 고쿠라항에 도착하기 전날인 2014. 1. 30.경 고쿠라에 10.922mm(= 0.43인치) 정도의 비가 내렸다.

② 피고 1의 의뢰를 받은 W검정공사는 이 사건 화물의 선적이 2014. 1. 25. 11:30경 완료되었다고 하나, 이 사건 선박의 항해일지에 의하면 그 선적이 2014. 1. 25. 22:00경 완료되었다.

③ 한국해운조합의 의뢰를 받은 M해상손해사정 주식회사는 이 사건 화물이 선적 전에 비에 젖었다고 하였다.

④ 피고 2가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은 직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본선수취증(을나4)과 2014. 1. 26. 이 사건 화물에 대하여 발행된 마스터 선하증권(을나8)에 모두 ‘주의: 250꾸러미가 부분적으로 녹이 슬었고, 긁혔으며, 비에 젖었음(REMARKS: 250 B/DS PARTLY RUSTED & SCRATCHED & WET BY RAIN)'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⑤ 검정보고서(갑7)의 기재에 의하면 조사 장소는 일본 후쿠오카, 기타큐슈시 소재 창고, 조사일은 2014. 1. 31. 및 2014. 2. 26.이라고 되어 있고, 고쿠라항에서 화물 하역 중 사고 원인에 관한 조사가 일부 진행되었으나, 항구에서 손해액에 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는 내용은 없다. 그렇다면 2014. 2. 26. 진행된 기타큐슈시 소재 창고에서의 조사는 손해액에 관한 조사로 보이는바, 위 손해액에 관한 조사는 이 사건 선박의 도착일인 2014. 1. 31.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후에 이루어졌으므로, 그 손해액에는 화물이 하역된 이후 위 기간 동안 계속 진행, 확산되었던 손해까지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는 위 항해일지, 본선수취증, 마스터 선하증권의 기재가 위조되었거나 이 사건 소송을 위해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4) 피고 2의 손익상계 주장에 대하여
피고 2는, 원고가 이 사건 화물을 처분하여 얻은 이익은 이 사건 손해액에서 손익상계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위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의 교환가치감소에 따른 손해를 입게 된 것이므로, 그 교환가치가 감소된 상태에서 이 사건 화물을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으로 인한 이익이 위 불법행위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2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소결
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방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63조, 제394조 소정의 ‘금전’이라 함은 우리나라의 통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채권은 당사자가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외화채권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61120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6455 판결 등 참조).

나) 따라서 ① 피고 1은 원고에게 71,524,561원[= 6,882,921엔(= 위 4. 가. 2) 나)항 기재 11,471,535엔 ×책임비율 0.6)을 이 사건 책임발생일, 즉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이 밝혀진 날인 2014. 1. 31.에 가장 가까운 2014. 1. 29. 17:54:20 기준 환율인 100엔당 1,039.16원으로 환산한 금액임(= 6,882,921엔×1,039.16원/100엔,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그 이행청구를 한 다음 날(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5. 2. 4.부터[원고는 2014. 2.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채무는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 날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하는바(대법원 1979. 6. 26. 선고 76다1205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위 피고에게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이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 1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11. 15.까지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법정이율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② 피고 2는 피고 1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 71,524,561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4. 2. 1.부터 피고 2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11. 15.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원고는 위 기간 동안 상법이 정한 연 6%를 적용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상법 제54조의 상사법정이율은 상행위로 인한 채무나 이와 동일성을 가진 채무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상행위가 아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위 기간 동안 연 5%를 초과하여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주장 부분은 이유 없다],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법정이율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3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이 그 화물에 내재되어 있는 고유한 결함이 발현된 것이 아니라 해상의 고유의 위험인 황천(荒天, Heavy Weather)으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 3은 H상사로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금청구권을 양수한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 손상으로 인한 손해액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관련 법리
영국 해상보험법 제3조나 제1부칙 제7조에서 말하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며,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96다27773 판결,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다52149 판결 등 참조).
 

3) 판단
앞서 든 증거, 갑7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박이 이 사건 화물을 싣고 항해할 당시 만났던 바람이나 파도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침몰, 좌초 등과 같이 해상고유의 위험으로서의 황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이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에서 일본 센보쿠항으로 항해할 당시 부산 앞바다의 풍속이 뷰포트 풍력계급 5~6등급이었고, 이는 그 무렵 부산 앞바다 및 인근 수역의 평균 풍속과 비슷하거나 다소 웃도는 수준이었다.

② 뷰포트 풍력계급표에 의하면, 5등급의 바람은 흔들바람(fresh breeze)으로 ‘파도가 중간정도의 것이 한층 뚜렷하고 파장이 길어지며 백파가 많아지고 약간의 물보라가 생길 수 있는 수준’이고, 6등급의 바람은 된바람(strong breeze)으로 ‘큰 파도가 생기기 시작하고 물거품이 있는 파봉이 광범위해지며 약간의 물보라가 생길 수 있는 수준’이며, 5~6등급의 바람이 불 경우 파고가 2~4m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③ 감정인은 이 사건 선박의 상갑판에 있는 구조물이 날씨로 인하여 손상되었음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④ 해손정산인인 S손해사정 주식회사는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풍랑은 뷰포트 풍력계급 5~6등급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황천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4) 소결
따라서 H상사가 피고 3에 대해 보험금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1, 2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위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3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피고 1, 2에 대하여 위 인정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위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이 법원에서 확장된 원고의 피고 2, 3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피고 1, 2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경춘(재판장), 황의동, 신용호(주심)
 

2. 서울고등법원 2016. 10. 28. 선고 2016나2018041 판결

[판결요지]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며, 선박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결전문]
서울고등법 원
제19민사부
판결
사건 2016나2018041  계약금반환
원고, 항소인 A
피고, 피항소인 B
제1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6. 2. 3. 선고 2015가단228262 판결
변론종결 2016. 9. 28.
판결선고 2016. 10. 28.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2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청구취지와 같은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붙은 서증은 가지번호 포함)와 당심 증인 김○○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원고는 인천에서 ‘W개발’이라는 상호로 수상화물운수업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피고는 울산에서 ‘S물류’라는 상호로 선박대여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피고는 2012. 12. 28. 주식회사 한진으로부터 ‘압항부선 H호’(선적항 울산광역시, 총톤수 4,603톤, 이하 ‘이 사건 부선’이라 한다)와 ‘기선 K호’(선적항 울산광역시, 총톤수 271톤, 이하 ‘이 사건 기선’이라 하고, 위 두 선박을 합쳐 ‘이 사건 각 선박’이라 한다)’를 매수하여 2013. 1. 15.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기선은 2012. 5. 21. 정기검사를 마친 선박이었고, 그 당시 엔진을 포함하여 모든 사항이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2]
○원고는 2014. 7. 3. 울산에 내려가 이 사건 각 선박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위 정기검사 관련 선급검사보고서를 제시받은 후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 선박을 15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위 계약금으로 1억 2,500만 원(이하 ‘이 사건 계약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3]
○원고는 2014. 7. 8. 피고에게 중도금 지급기일을 2014. 7. 30.로 연기하고, 중도금을 지급할 때 이 사건 기선의 시운전을 해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는 위 요청을 받아들였다.
○원고와 신○○, 김○○는 2014. 7. 30. 피고를 방문하였으나 쌍방은 서로 상대방의 중도금 지급의무와 시운전 의무가 먼저 이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사건 기선이 발전기와 엔진을 수리 중인 상태이어서 시운전을 하지 못하였다. 그 후 피고는 2014. 8. 2.까지 수리를 마치고 시운전 준비를 한 후 같은 해 8. 2. 원고측에 연락을 하였으나, 원고측은 인천으로 되돌아 간 후였고, 신○○은 2014. 8. 5. 다시 시운전을 위해 피고를 방문하겠다고 답변한 후 2014. 8. 5.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제1조 위 선박의 매매에 있어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아래와 같이 지급한다.
매매대금 : 15억 원(부가가치세 별도)
계약금 : 1억 2,500만 원은 2014. 7. 3. 지급
중도금 : 3억 원은 2014. 7. 23. 지급
잔금 : 10억 7,500만 원은 2014. 8. 18.에 지급(단 부가가치세는 잔급지급시 별도로 지급한다)
제2조 위 선박의 명도는 2014. 8. 18.로 한다.
제4조 매도인은 잔금 수령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매수인에게 교부함과 동시에 위 등기절차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다.
제6조 본 계약을 매도인이 위약시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변상하고, 매수인이 위약시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반환청구하지 않기로 한다.
<단서조항>
1. 매도인은 매수인이 잔급지급시 책임지고 배가 목적지까지 항해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시운전을 하여 준다.
2. 인도장소 : 울산항 장생포 호안
4. 선박은 현재 상태의 조건으로 인수도 한다.

[4]
○한편 원고는 2014. 8. 4. 피고에게 엔진에 대한 완전한 수리가 이루어지면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피고는 2014. 8. 6. 중개인으로부터 원고가 자금문제로 같은 달 9. 중도금을 지급하고 시운전을 했으면 한다는 통지를 전달받았다.
○피고는 그 다음날 중개인으로부터 원고의 공동투자자가 이 사건 각 선박의 매입을 포기하여 원고가 2014. 8. 9. 피고를 방문하지는 못하나 그 다음 주 내에 중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는 통지를 전달받았다.
○피고는 2014. 8. 13.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잔금지급 시에 시운전을 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운전을 빌미로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계약 위반행위임을 지적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피고는 2014. 8. 13. 중개인으로부터 원고가 중도금을 8억 원으로 증액하되 잔금 지급기일까지 지급하고, 이 사건 부선을 먼저 인도받으며, 잔금은 지급기일을 1, 2개월 연기해주면 그 때 잔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기선을 인수해가겠다고 제안하였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원고는 잔금 지급기일인 2014. 8. 18.까지 피고에게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는 2014. 8. 20.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선박이 완전하다는 믿음이 확실해지면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고 이러한 사항의 개선이 없다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통지하였다.
○피고는 2014. 8. 28. 원고에게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해제되고 계약금은 피고에게 귀속되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으며, 위 우편은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5]
○피고는 2015. 5. 4. 주식회사 J항공해운에게 이 사건 각 선박을 매매대금 13억 3,300만 원에 매도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해제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기선이 감항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가 중도금 지급 전에 원고에게 이 사건 기선의 시운전을 해주고, 엔진 수리 및 점검에 관한 서류를 제공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원고에게만 중도금 지급을 강요하다가 이 사건 각 선박을 J항공해운에 매도하고 소유권을 이전해줌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이 피고의 귀책사유로 이행불능상태가 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장 송달로 위 이행불능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그 원상회복으로 원고가 지급한 계약금의 반환을 구한다.
(2) 쌍무계약인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선이행의무인 분양잔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기가 도과한 경우, 분양잔대금 지급채무를 여전히 선이행하기로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과 매수인 쌍방의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놓이게 되므로(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1다27784 판결 참조), 잔금 지급기일 전 원고의 중도금 지급의무 또는 피고의 시운전 의무 중 어떤 것이 선이행의무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원고와 피고가 잔금 지급기일까지 각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의무와 피고의 시운전 및 소유권이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이 사건 각 선박의 소유권이 J해운항공에 이전되었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불능상태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나 위에서 본 다음과 같은 제반 사정들, 즉,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원고는 이 사건 각 선박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이 사건 기선의 선급검사보고서를 검토한 후 이 사건 각 선박의 상태 그대로 매수하기로 하였고, 중도금 지급 전에 피고가 원고에게 엔진 수리 및 점검 관련 서류를 제공하여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정한 바가 없으며, 시운전은 잔금 지급기일에 하기로 정하였던 점, △피고가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4. 8. 2. 원고에게 당초 계약에 따르면 잔금 지급기일에나 할 예정이었던 시운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았던 점, △원고는 그 이후 잔금 지급기일까지 중개인을 통해 피고에게 수차례 중도금을 지급할테니 시운전을 해보자고 제안하였으나, 매번 원고의 사정으로 그 제안을 번복하고,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한 채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던 점, △그에 반해 피고는 2014. 8. 2. 이 사건 기선의 수리를 마치고 원고가 방문하면 시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2014. 8. 4. 및 2014. 8. 20. 각 내용증명을 통해서는 이 사건 기선이 감항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을 거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공동투자자의 투자 결렬로 매매대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수차례 중개인을 통해 피고에게 중도금 또는 잔금 지급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해왔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 중도금 및 잔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에게 현 상태대로의 매수 및 잔금시 시운전이라는 이 사건 매매계약 조건에 반하는, 계약상 의무 없는 사유를 내세워 매매대금 지급을 거절해오다가 2014. 8. 20.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선박이 완전하다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주관적 사유를 이유로 대금지급을 거절하는 내용증명을 보냄으로써 자신의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2014. 8. 28.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고가 이 사건 각 선박을 J해운항공에 매도하기 전에 이미 원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해제되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계약금은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 따라 위약금으로서 피고에게 귀속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시적 이행불능 주장
(1) 원고는, 수상화물운송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선박을 매수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기선이 감항능력을 갖추었다고 믿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사실 이 사건 기선은 감항능력이 없어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시적 이행불능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 민법 제535조 제1항에 따라 신뢰이익의 배상으로서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2) 살피건대, 갑 제1, 2, 4, 6, 7, 8, 10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의 J항공해운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당심 증인 김○○의 증언만으로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기선이 감항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동기의 착오 주장
(1) 원고는, 수상화물운송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기선이 감항능력이 있다고 믿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사실은 이 사건 기선이 감항능력을 상태를 갖추지 못하였고, 원고의 위와 같은 매수 동기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은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금의 반환을 구한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기선이 감항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위약벌 약정 무효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는 위약벌 약정에 해당하는데, 위 위약벌 약정은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워 그 전부 또는 일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금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며,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참조).
살피건대, 매도인이 위약시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변상하고, 매수인이 위약시에는 계약금을 포기하기로 한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는 위약금 조항으로서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 위 조항을 위약금 조항이 아닌 위약벌 조항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앞서 본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의 관행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과다하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고의영(재판장), 양환승, 최영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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