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항선 15%만 장착…고가 설치비로 선사 부담 늘듯

 
 

IMO 2017년 9월 발효,국제항해선박 5만척 2022년까지 설치 의무
“한중·한일항로 면제, 설치비 지원,IOPP 검사 분리시행” 등 필요


올해 9월 IMO의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발효를 앞두고 해운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동 협약이 발효되면 앞으로 국제항해선박 5만척은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외항선 1,166척 가운데 현재 처리설비를 장착한 선박은 15% 수준으로 향후 해운업계는 고가의 처리설비에 대한 비용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은 선박평형수의 주입과 배출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IMO(국제해사기구)가 선박의 처리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지난 2004년 2월 채택한 협약이다. 협약 발효시기가 몇 차례 연기되다가 지난해(2016년) 9월 8일 핀란드가 52번째로 협약 비준서를 IMO에 기탁하면서 발효요건(선복량 35.14%)이 충족돼 2017년 9월 8일 발효가 확정됐다. 인도, 라이베리아 등 일부 회원국들은 처리설비의 설치 연기를 계속 주장하고 있으나 이후 파나마가 2016년 10월 19일 가입하면서 현재 협약 비준국은 총 53개국으로 53.2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9월 8일부터 국제항해선박 5만척은 국제오염방지설비 정기검사(IOPP)가 도래하는 2022년 9월까지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선박평형수 처리설비(BWMS, Ballast Water Management System)는 선박평형수에 포함되어 있는 수중생물 제거 장치로서 협약 발효일 이후 건조되는 신조선은 즉각적인 설비의 설치가 의무화된다.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로 처리되지 않은 선박은 평형수 배출이 금지된다.

미국의 경우 자국의 해양환경보호를 위해 IMO 협약과 관계없이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을 운항하는 국제항해선박은 미국 해안경비대(USCG)로부터 형식승인을 획득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를 선박에 장착해야만 미국 영해에서 평형수를 배출할 수 있다.

국내 외항선 1,166척 중 美 운항 중심 174척 장착
한국선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총 1,166척(국적선 588척, BBCHP 578척)의 외항선 가운데 선박평형수 처리설비(BWMS)가 구축된 선박은 국적선 24척, BBCHP 150척 등 총 174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1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미국에 취항하는 선사들을 중심으로 선박에 평형수 처리설비를 구축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IMO 규제보다 앞선 2012년부터 선박평형수 규제를 시행 중이며 USCG를 통해 IMO 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의 설비 적용을 선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선사들은 USCG의 기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처리설비 제조업계 또한 USCG 기준에 맞춰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7월 1일 이후 신조 도입선박에는 대부분 처리설비가 설치됐으나 2011년 7월 1일 이전 도입선박은 설치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정부 승인 제품이 없는 것도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설치를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는 올해 9월 협약발효와 미국정부 승인 제품이 출시가 예상되는 하반기부터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설치에 대한 병목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직까지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기구축 선박에 대한 혜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992척 1조 1,396억원 비용부담 예상
무엇보다 관련설비의 제품비용 및 설치비용이 평균 100만달러 내외에 달하는 고가이다 보니 향후 선사들의 비용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반’은 제품비용을 척당 약 60만달러(약 7억원), 설치비용은 척당 약 20만달러(약 2억원)로 예측했으며, 국내 선박평형수협회는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척당 평균 비용을 5억원, 설치 개조비는 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척당 평균 100만달러의 설치비용을 기준으로 할 때 2017년 9월 이후 5년간 국내 외항선 992척에는 약 1조 1,396억원의 설치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예상비용은 2,279억원으로, 구체적으로는 2018년 205척(2,355억원), 2019년 186척(2,147억원), 2020년 206척(2,366억원), 2021년 195척(2,240억원), 2022년 200척(2,298억원)의 설치비용이 추산된다.

이에 따라 장기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는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설치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주협회는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국내 산업 활성화와 더불어 국내 선사와 조선소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금융을 지원해야 하고, 국책은행 등의 저금리 여신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타입별 운전한계 고려한 대체방안 수립
해운업계는 이와 함께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타입별 운전한계를 고려한 대체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전기분해 방식은 담수지역에서 정상작동이 불가하고, UV방식은 고탁도 지역에서 정상작동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수염도, 탁도, 기상상태 등에 따른 설비 작동이 불가할 경우 평형수 교환을 조건으로 지연 없이 선박운항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IMO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설비 작동 불가시 대체방안에 대한 공식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는 IOPP 증거 갱신시기의 조정에 대한 편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선박평형수 협약 발효 이후 첫 번째 IOPP 정기검사까지 처리설비를 탑재해야 하지만, 협약시행 직전에 선사들이 설비 설치시기 연장을 위해 조기 IOPP 검사요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적선의 IOPP 검사를 선박정기검사와 분리시행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파나마, 마샬아일랜드 등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한중항로 평형수 교환수역 지정 및 면제
한일 및 한중항로 등 단일항로 운항 선박에 대한 평형수 협약 면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근해선사가 운항하는 한일·한중간 선박 대부분은 소형선으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탑재 공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국내 수리조선소의 부족으로 중국 조선소 도크에 들어가 장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올해 선박평형수 협약이 발효되기 전 일본, 중국과 적절한 교환수역의 지정이 요구되고 있다. 발효일 이후 정기검사까지 최대 5년의 기간 동안 공해상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해야 하며, 교환요건은 육지로부터 최소 50해리, 수심 200미터 이상 수역이다. 정기검사 이후에는 설비를 통한 처리 후 선박평형수를 배출해야(D-2) 한다.

그러나 한일·한중항로는 평형수 교환규칙을 충족할 수 있는 수역이 없어 협약 발효와 동시에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최소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경우 ‘선박평형수 교환을 위한 지역 지정에 관한지침(G14)’을 적용하여 인접국간 적절히 협의 후 교환수역의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는 한중과 한일 등 인접국 간 선박평형수 교환수역의 지정과 면제를 위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중간 국제여객선은 중국 측의 정보제공 부족 등으로 ‘고위해도’로 평가되어 협약 면제가 불가한 실정이다. 해수부는 향후 추가정보 제공 논의를 통해 재검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일간의 경우 국제여객선 2척(성희호, 하마유호)은 협약의 적용에서 제외되나, 2척(뉴카멜리아호, 팬스타드림호)은 고위해도로 평가되어 협약면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2017년 해운사-개발사간 ‘민간상생협의체’ 신설
최근 해양수산부는 선박평형수 협약 발효와 관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이중 해운선사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2017년 하반기 중에 해운사와 개발사간 협정 등을 체결해 고가의 BWMS 설비에 대한 공동구매 등 논의를 위한 ‘선박민간상생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동 협의체는 선주협회, 해운사, 한국선박평형수협회, 개발사, 시험기관, 선박검사기관으로 구성된다. 전 세계 항만국통제점검 등에 신속히 대응하고 아국 선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글로벌 사후 관리망(가칭 After Service Network)’도 2018년 상반기 중 구축할 예정이다.

1조원 규모의 에코십 펀드, 선박펀드 등을 활용해 고가의 BWMS 설치에 대한 금융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다. 2018년 상반기에는 ‘선박평형수관리법’에 따라 선원교육기관 지정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시행한다. 평형수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숙지 부족 등은 항만국통제점검시 출항정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7년 하반기에는 우리나라 BWMS의 신속한 미국 형식승인 획득을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미국 ‘USCG IL’ 추가지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2018년 상반기에는 이동형 및 육상형 선박평형수 수거·처리설비도 구축된다. 이는 선박에 설치된 평형수 처리장치의 고장으로 평형수 배출이 불가능한 경우 등 비상시에 대비해 평형수를 손쉽게 수거할 수 있는 장치다.

선박평형수 배출량 가장 높은 ‘울산항·中 출항선박’
해수부는 화물 물동량이 많은 광양항, 울산항, 부산항, 인천항 등에서 처리하지 않는 평형수를 합법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이동형 및 육상형 처리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동형 설비의 구축비용은 척당 65억 1,800만원이고 연간 유지비는 25억 6,300만원, 처리단가는 톤당 4,880원이다. 육상형설비 장치의 경우 구축비용은 설비당 총 62억 8,600만원이며 연간 유지비는 26억 9,200만원, 처리단가는 톤당 5,126원이다.

해수부가 전국 10개 무역항의 선박평형수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선박평형수 배출량이 가장 높은 항만은 울산, 여천, 대산, 광양, 부산, 동해 순으로 나타났으며 외항선 중에서는 중국 출항 선박 배출량이 가장 높고, 일본, 대만, 홍콩,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선박평형수관리법’ 개정을 통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 여기에는 미국 형식승인 인정 및 정부형식승인을 위한 지침(G8) 개정사항 등이 반영된다. 올 하반기에는 협약 및 국내법에서 요구하는 선박평형수관리계획서, 관리기록부를 개발, 배포할 예정이며 협약의 지침(G4)을 고려해 선박평형수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외국항만에서 선박평형수를 주입한 후 아국항만에 입항하는 선박의 입항보고 시스템을 2017년 상반기 중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기 운영 중인 ‘포트미스(Port-MIS)’와 관련 부처 시스템 연계기능을 확대하여 콜레라 등 오염국가에서 입항하는 선박의 경우 국립검역소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IMO 승인 41종 중 국내 제품 16개 39% 차지
선박평형수 장치 의무화로 앞으로 품질, 가격, 신뢰도, 유지 보수 우수설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미 세계시장의 50%를 선점하고 있는 국내 조선기자재업체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선박평형수 협약 발효 이후 5년간 현존선은 약 40조원, 이후 매년 건조되는 신조선은 약 2,000척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세계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설비 평균 가격이 2012년 59만달러에서 2015년 41만달러로 하락한 것을 감안한 수치다.

현재 전 세계 선박평형수 설비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은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제품은 최근 5년간(2010-2015년) 약 3조 6,000억원의 규모의 세계 시장에서 1.7조원을 선점했다. 전체 수주량 6,607척 가운데 우리나라는 3,066척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6년 10월 기준은 총 1,271억원(298척)으로 집계됐다. 선박평형수 장치는 IMO가 승인한 기술을 이용한 설비만 허용하고 있다. 현재 IMO 승인 41종 가운데 국내  업체는 테크로스, NK, 파나시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16개가 승인받아 39%를 차지하고 있다.

 

선박평형수관리협약(BWMC,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Control and Management of Ship's Ballast Water and Sediments, 2004)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는 화물적재 상태에 따라 필요한 균형을 잡기 위해 선박의 평형수 탱크에 주입하거나 배출하는 물이다. 화물을 적재하면 평형수가 배출되고, 화물을 내리면 주입하게 돼 있다. 외항선을 통해 연간 50억톤 이상의 평형수가 해역을 넘어 이동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7,000여종의 해양생물이 포함된다. IMO는 선박평형수를 통해 이동되는 주요 해양생물로 콜레라, 물벼룩, 유럽산 녹색게, 독성조류 등 10종을 선정했다. IMO는 선박평형수 주입과 배출로 인한 생태계 교란 방지를 위해 지난 2004년 2월 선박에 처리설비 설치를 강제화하는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채택했다. 2016년 9월 8일 핀란드가 비준서를 기탁하면서 52개국, 총 선복량 35.1441%로 발효요건이 충족돼 1년 후 발효가 확정됐다. 협약 내용은 공해상 선박평형수 교환, 처리, 배출기준, 선박점검, 처리설비 설치·검사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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